동네 책방 탐방 : 같이 산책(경기도 남양주시 다산동)
다산에 볼 일이 있어 방문했다 근처에 토요일 늦은 시간까지 문이 열려 있는 책방이 있어 냉큼 들어갔다. 바깥의 파란색 차양과 내부의 월넛 색상이 어우러져 깊은 분위기를 낸다. 파랑과 갈색의 색조합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책방에서 만나니 더 반가웠다.
벽을 따라 배치된 책장들은 각각 분야별로 분류되어 있는 책들을 품고 있고, 위에는 어떤 분야의 책인지가 적혀있어 무척 정돈된 느낌이다. 내가 방문했을 때 공사할 때부터 오픈만을 기다렸다며 찾아오신 다른 방문객들도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그만큼 우아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앞을 지나는 행인들의 발걸음을 끄는 공간이다.
창가에는 필사 공간도 있고, 업체와 콜라보하여 제작한 책갈피도 판매되고 있다. 여러 장르의 좋은 책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 내 눈길을 끈 건 부산 인디고 서원의 인디고 바칼로레아라는 책자였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부산 수영구의 인디고 서원에서 청소년들과 나눈 토론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알려주시면서, 사장님께서도 여기서 그런 수업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말씀하셨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문을 연지 꽤 된 책방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한 달도 안 된 새내기 책방이었다. 양평에서 8년간 책방을 운영하셨다고 해서 그제야 책방의 자연스럽고 침착한 분위기가 납득이 갔다.
내가 같이산책에서 고른 책은 마이아 에켈레브의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공업사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사람이란 그렇게 이기적인가 보다. 내가 직접 그 자리에 서봐야 들여다볼 생각이 드니.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와 [저 청소일 하는데요?] 같이 본인 이야기를 담은 책이나 박지리 작가의 소설 [양춘단 대학 탐방기] 같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읽으며 위로를 참 많이 받았고, 내 고리타분한 생각들을 되짚어보게 되었다.
사장님께도 한 권 추천을 부탁드려서 사장님께서 좋아하시는 사회과학 분야의 [친애하는 슐츠 씨]도 구입했다. 집에 와서 읽으니 정말 흥미진진하고 친절한 책이라 저녁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이 책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 둘째에게 취향저격이 제대로 되었던지, 나도 다 읽지 못한 책을 학교에 가져가도 되냐고 묻길래 기특한 마음으로 먼저 내주었다.
글쓰기 공동체 다정한우주 14기에 참여하게 되면서 좋은 글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글을 쓸 기회가 있었다. 나는 얼마나 화려한가 얼마나 지적인가를 떠나 다른 사람의 세상에 균열을 내고 넓힐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적었다. 위의 책들이 내게 그런 책들이다. 내가 모르고 있던 세상에 대해 삶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책들.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아 쫓기 듯한 일상이지만 이런 감사한 책들을 읽어낼 수 있는 시간이 있어 행복한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