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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기 Feb 28. 2020

8. 조기 폐경인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것

[20대 조기폐경 극복 에세이 8]

조기폐경을 겪으면서 내가 선택했던 것과 선택하지 못했던 것, 선택하려 했으나 어려움을 겪은 것들을

가감 없이 나열해보겠다.


나와 같이 나이가 정말 어릴 때 조기폐경을 겪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챕터를 쓴다.    


우선 우리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1. 결혼을 했는가?

1-1. 아이가 있는가? : 이미 자녀가 있고, 조기폐경을 맞이 했다면 있는 자녀를 잘 양육하면서 본인의 몸을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자녀의 유무와 별개로 견뎌야 하는 시간들이 있고 그 과정들이 쉽진 않겠지만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일 수 있다.

1-2. 아이가 없는가? : 만약 아이를 원했는데, 결혼을 한 상태라면 난자 냉동이나 인공수정 등 의료적인 시술을 알아보고 시행하는 게 맞다. 경우에 따라서 한의학에 힘을 빌리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에 따라 비용도, 시술방법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충분히 알아보고 상담을 받아보길 추천한다.


2. 결혼을 하지 않았는가   

2-1. 아이를 원하는가? :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 언젠가 2세 계획이 있다면 난자 냉동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과배란을 촉진해서 난자를 채취하는 것인데, 결혼 상대를 언제 만나는가에 따라서 보관 기관이 달라질 수 있다.


2-2. 아이를 원하지 않는가? : 아주 다행인 경우다. 나와 친구를 하면 된다. 비혼 주의자에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자기 몸만 잘 관리하면 된다. 추가적인 시술도 필요 없고 호르몬 치료를 받거나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등 각자에 사정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

만약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결혼을 해도 DINK족 (Double Income No Kids)으로 살 계획이라면,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만나거나, 상대를 설득시켜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이 상황이라면 몹시 힘들 수 있다. ‘지고 들어가는’ 마음이 들 수 있다.


자신의 상황을 진단했다면 이제 실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말하려고 한다.


1. 아프기 전에 보험을 들되, 제대로 들자


몸과 마음이 아프면 제정신이 아니다.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는 큰 결정을 하는 게 아닌데, 나는 일을 시작할 당시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래서 정말 문자 그대로 ‘죽을 것 같아서’ 보험을 미리 들어야겠다 생각하고 우발적으로 보험을 들었다.


그리고 엄청나게 후회했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보험을 들어서 , 호갱 맞았다. 보장기간은 짧고, 나중에 알고 보니 내 라이프스타일이랑 상관없이 종신보험도 들어 있었고, 보장기간은 적어도 80세까지 ,20년 납으로 하는 게 좋았을텐데 나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가입했다.


보험은 확률이기 때문에 , 완전히 망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공부하고 보험 들자. 한번 병원 다니고 실비를 청구하게되면 보험사는 ‘옳다구나’하고 해당 질환은 기간 부담보로 잡거나 아예 전기간 부담보로 보장을 안 해주거나, 다른 보험으로 리모델링을 하려고해도 심사 승인을 안 해준다.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지점이긴 한데, 나는 소비자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니 제발 아프기 전에 , 공부해서 가입하자. 이미 아프다면, 우발적으로 가입하진 말자.


보험 가입 전에는 병원을 많이 다니지 말자.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은 경우 아니면 일단 보험을 가입하고 가는 게 낫다.


아직 조기폐경이 아니고 생리 불순 수준이라면 3차 병원까지 가기 전에 보험 문제를 해결하자.

이 부분은 내가 잘 못했던 부분이어서 할 말이 많다.



2. 몸이 아프다고 마음도 아프기를 선택하지 말자   

 이건 정말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힘든걸 억지로 참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아… 나는 조기폐경이니까 이만큼 우울해도 괜찮아’라고 본인을 매몰시키진 말자. 습관성 우울을 경계해야 한다.


돌아보면 내가 많이 했던 생각이다. 우울은 전염성이 있고, 마음에 뿌리를 깊게 내린다.  물론 우울한 기분을 스스로 컨트롤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러 멱살 잡고 우울로 끌로 갈 필요는 없다. 할 수 있으면, 생각을 달리해보자. 우린 생리(정혈)로 부터 자유다. 관리만 잘하면 된다!


3. 무기력해지기로 선택하지 말자

생각이 많아지면 몸에도 무리가 간다. 할 수 있으면 좀 걷고 심호흡을 많이 하자. 겉 숨만 할딱거리고 살다가 비로소 숨을 깊게 쉬는 것에 맛을 알았다. 자기 체력에 맞게 적당히 운동하면 무기력증을 극복할 수 있다. 큰 성취나 큰 기대를 하면 금세 에너지가 떨어진다. 가시화하기 어렵다면 오늘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목록화해서 손으로 써보자. 손으로 쓰는 것만으로도 뭔가를 해낸 것이다.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좋다. 이불을 정리하기, 장을 봐 오기, 유튜브에서 TED 강의 찾아 듣기, 가계부 쓰기, 공부하기 뭐든 할 수 있는 일부터 조금씩 움직여야 한다. 처음부터 집중하기가 힘들면 뽀모도로 타이머 어플을 사용해도 좋다. 25분 집중하고 5분은 무조건 쉬고 이런 방식으로 무기력함을 부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해지지 않기로 했다.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이해하는 마음과 ‘내가 해냈다!’라는 마음을 자주 먹기로 했다. 이것도 노력해야 된다니 그간 얼마나 각박하게 나 자신을 몰아세웠는지 반성하게 된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괜찮다. 나는 무기력하지 않기로 선택했다.


여기까지 도달하는데 참 오래 걸렸다. 나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여러 매체와 글을 통해서 공유해준 모든 자매들에게 감사하고, 정말 많이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같이 가자고 말하고 싶다.


어떠한 선택지에 해당하던지 각자가 처한 상황이 조금씩 다를 것이다.

내 몸은 ‘자궁’이 전부가 아닐지라도 주변에 온갖 회유와 , 걱정 어린 오지랖을 피하는데 지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다.


오히려 우리 몸이 과도한 스트레스에서 ,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잠시 생리(정혈)가 멈춰준 것 일수도 있다. 타고나기를 예민한 사람이라면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좀처럼 쉽진 않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신경 안정제를 통해 조절할 수도 있고, 채식 음식을 섭취하면서 몸을 관리할 수도 있다. 전전긍긍하기를 멈추자.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되지만 좌절하진 말자.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날이 더 많기 때문이다.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말자, 드러나는 게 쉽진 않지만 어디에나 있고 ,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가 마주하는 순간들은 매일이 선택의 연속이다. 선언하고, 성취하고, 나 자신을 돌보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기에도  오늘 하루는 짧다.


상황이 바뀌지 않더라도 내 마음은 바꿀 수 있다. 주변에 지지자가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면 오픈 채팅이나,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자.


나도 우연히 나와 같이 조기폐경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는 오픈 카톡방에 초대를 받았다. 그곳에는 나이도, 상황도 다양한 사람들이 비슷한 증상, 비슷한 마음고생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정말 위로가 되는 건 우리가 서로를 잘 알지 못할지라도 ‘공감’할 수 있는 것이었다. 증상에 대해 이야기해도 그때만큼은 마음이 힘들지 않고, 서로를 위로할 수 있었다. 상담에서 말하는 ‘자조집단’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을 누군가 읽는다면 이 글이 그런 통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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