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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기 Feb 28. 2020

9. 늙는다는 것에 대하여

[20대 조기폐경 극복 에세이 9]

조기폐경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나조차도 막막한 기분이 들었던 이유를 따라가 보면 ‘그렇게 되지 말아야 하는 타이밍에 , 벌써 그렇게 되어 버린다는데 초점이 있다.’ 결국 생애주기와 상관없이 먼저 늙는다는 것에 두려움이 큰 것이다.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왜? 늙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당황스러운 것일까?

실제로 연령대별로 이야기를 나눠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 드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뭐 그런 걸 물어보냐고 하기도 했다. '하긴, 기분 좋은 질문은 아니긴 하지…'


근데 이 반응을 살펴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차곡차곡 나이가 드는 사람이라면 이게 그렇게 두려울 일은 아니겠구나.


물리적으로 체력이 예전 같지 않고, 몸의 기능이 하나씩 망가지기도 하고 , 할 수 있는 활동의 반경도 좁아지겠지만 천천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이 산뜻하고 행복하진 않을 수 있다. 모두들 피할 수 없으니까 받아들이겠지?


늙는다는 것에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게 위와 같은 이유라면 더더욱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낀다. 몸을 기름칠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작은 성취를 쌓아가는 것, 이 세상에 쓸모 있다는 느낌을 주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초점을 ‘오늘’에 맞추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기폐경도 결국은 시점의 문제다. 폐경은 월경(정혈)하는 여성이라면 응당 마주해야 하는 일련의 사건이다. PMS, 생리통이 자연스러웠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먼저 왔으니 먼저 관리하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 그 이른 감에 모든 걸 좌절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나는 행복 전도사가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긍정적으로 마음을 먹으세요, 세상은 아름다워요” 이렇게 말하긴 싫다. 나도 우울할 땐 한없이 우울해지고 슬픈 날도 있을 것이고, 몸이 지치고 기운이 나지 않을 때도 많다. 하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시점을 통제하는 것은 내가 될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기운을 내려고 노력한다.


내 시점이 ‘과거’에 있으면 자꾸만 이유를 찾고 싶어 진다. ‘왜 그랬지? 그때 그렇게 스트레스받은 게 화근이었나?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내 시점이 ‘미래’에 있으면 그냥 두려워진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같이 동반되는 증상들은 뭐가 나올까? 이걸 누구한테 말할 수 있을까?’


사람이 현상에 머물러 있으면 현실이 지옥이 된다. 그래서 앞으로의 나를 부지런히 생각해야 한다. 글을 쓰는 것도 이 모든 극복의 과정 중 하나다. 좋은걸 보고 좋은 생각을 하고 싶다. 가까운 목표와 큰 목표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용구는 “선택은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인간에게 필수적인 능력이다. 개인이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은 곧 변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 레나타 살레츨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그래서 결국 최대로 현명한 답은 시점을 ‘오늘’에 두는 것이다. 일단 오늘을 잘 살자. 우리가 계속 나락으로 떨어질 필요는 없다. 각자 상황은 다르겠지만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은 아무래도 나와 비슷한 상황이거나, 이 상황을 염려하는 분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어떻게든 이어진다는 걸 잊지 말자. 내 맘에 쏙 들진 않더라도 안고 가야 할 수도 있다. 나 자신에게 조금만 더 너그러워지도록 노력해보자. 그럼 오늘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을 살다 보면 차곡차곡 쌓인 날들이 그렇게 미워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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