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9개월 차, 첫 글을 쓰다.
지난 3월, 육아휴직을 시작했다.
어언 9개월째
육아와 가사를 전담 중이다.
처음엔 나름 자신에 찼었더랬다.
집안일을 열심히 돕곤 했으니.
일할 때에 비해
오히려 더 여유로워질 것 같아
내심 기대도 많이 했다.
그러나,
우당탕탕...
허둥지둥...
결코 녹록지 않았다.
밥-밥-밥 차리느라 내 점심은 pass.
4인 가족 빨래는 왜 이리도 많은지...
온종일 집을 구석구석 치웠는데
티는 왜 하나도 안 나는지...
아이들의 징징거림과 요구사항은
눈 뜨고부터 감을 때까지 계속되는구나...
애들이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은
뭐 이리도 금방 지나간다냐,
고작 빨래랑 집 청소밖에 못 했는데...
생전 처음 해보는 것도 많았다.
딸아이 머리 묶기,
키즈노트에 투약의뢰서 쓰기,
아이 아플 적에는 집에서 온종일 돌보기,
온갖 생활용품들 사서 채워 넣기 등등.
정말이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평생 물건 잃어버린 적 없는 사람이
이것저것 잃어버리기 시작했고
내가 뱉은 말을 금세 잊어버렸다.
다행히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하였다.
반복되는 일상에 익숙해졌달까.
나름 나만의 패턴도 생겼다.
아침에 아이들 준비시키는 루틴,
아이들 보낸 뒤 혼자 시간 보내는 방법,
아이들 하원 직후 놀아주는 루틴,
저녁 식사와 자기 전 루틴.
가장 뿌듯한 순간은
일하는 와이프가
진심 어린 칭찬 한 마디 해줄 때!
"자기 정말 너무 잘 해내고 있어"
"고마워"
"애들이 너무 행복해 보여"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이들이 내 곁에서 자고 싶어 할 때!
밤새 수도 없이 깨야 하지만
그냥 그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렇다고 마냥 속 편한 건 아니다.
실은 속이 많이 갑갑하다.
일상 속에서 마음으로 달리기를 한 듯
마음이 지쳐 숨이 턱 막히곤 한다.
그래서 글을 쓴다.
'말'을 할 수 있는 시공간을 찾아,
9개월 만에
육아빠의 첫 숨쉬기를 시도해 본다.
나는 왜 '말'을 하려는가?
내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려는 것 같다.
그리고
육아빠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우선, 일할 때보다 감정선이 풍부해진다.
[양육자로서 느끼는 감정들]
죄책감, 수치심, 슬픔, 분노, 답답함 /
행복감, 보람, 즐거움, 존재의 충만감 등
[집사람으로서 느끼는 감정들]
화, 원망, 미움, 짜증 / 고마움, 미안함, 안식 등
게 중 미처 소화시켜내지 못한 감정은
속을 답답-하게 만든다.
대문자 T인 나 스스로도 혼란스럽다.
그래서 '말'로 토해내고 싶다.
특히,
나의 영원한 단짝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육아 스트레스를 자기에게 내던져서...
괜히 원망하고 미워해서...
부쩍 예민하고 잘 삐져서...
예쁘지 않게 말하고 행동해서...
내가 이 정도로 속 좁은 사람인 걸 알았더라면
지난날 자기가 육아할 때
잔소리나 참견, 조언 따위는 더 조심했을 텐데...
그 미안함을 글로라도 적어 전달하고 싶다.
이제 브런치라는 무대 위에
나의 '말'을 띄어보련다.
무대의 관객이 없어도 좋다.
그저 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시간,
'말'함으로써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
그것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