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食)으로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라이프스타일을 팝니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합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문구들이에요. 분명 몇 년 전부터 떠오르기 시작한 것 같은데, 어느새 브랜드들의 단골 카피가 되어버렸죠. 이러한 편집숍 형 비즈니스 모델은 패션 편집숍을 선두로 하여, 각종 리빙 프로덕트를 판매하는 인테리어 편집숍을 지나, 현재의 식료품 편집숍인 그로서리 스토어로 발전했습니다. 채소, 과일 등 식료품을 위주로 다루는 해외의 그로서리 스토어와 달리, 저마다의 방식으로 제품을 선정하고 큐레이션 하여 고객들에게 라이프스타일을 내미는 국내의 매장들. 때마침 여기에 MZ세대의 미코노미(Me+Economy) 소비가 맞물렸어요. 본인의 취향과 가치관을 위해 아낌없이 소비하는 그들에게 있어, 독특한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전략은 구매를 결정하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거든요.
이제는 동네 골목상권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그로서리 스토어. 그 시작은 바로 신세계 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이었답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 각종 유명 미디어에서 등장한 ‘딘앤델루카’는 뉴요커의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옮긴 고급 식료품점이에요. 국내에서 쉽사리 볼 수 없었던 세계 각국의 고급 식재료와 차별화된 조리 식품 등 프리미엄 푸드를 판매했지요. 10여 년 전 첫 등장을 한 프리미엄 그로서리 스토어들은, 시간이 지나자 백화점에서 동네의 골목으로 터를 옮겼어요. 바로 콘셉트형 그로서리 스토어인 ‘보마켓’의 등장 덕분이죠. 상권과 거리가 멀어 불편을 겪던 남산 주민들의 원활한 생활용품 쇼핑을 돕기 위해 ‘생활 밀착형 동네 플랫폼’을 기획했던 것을 시작으로, 각종 유니크한 해외 생필품, 나아가 식사 공간이 마련되었죠. 동네 주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아름답게 담는 공간으로서 성공을 거둔 보마켓을 기점으로, 거주지 곳곳에 ‘한국형 그로서리 스토어’가 생겼답니다.
그로서리 스토어의 인기에 힘입어, 재작년에는 무려 시몬스도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를 론칭했어요. 알고 보니 회사가 지닌 무거운 이미지를 탈피하고, 미래의 주 소비층인 MZ세대에게 친근하게 소통하기 위해 침대를 과감히 뺐다고 해요. 대신 해외에서나 볼 법한 이색적인 굿즈를 판매하고, 로컬 햄버거 가게를 들여 총 방문객 20만 명의 대성공을 거두게 되었죠. 게다가 침체된 상권에만 스토어를 오픈했다고 하는데, 지역도 살리고 두터운 팬덤도 형성하고! 1석 2조의 정석 그 자체예요.
이처럼 이국적인 데다가 딱 맞는 취향을 발견할 수도 있는 그로서리 스토어. 마냥 좋아 보이지만, 자칫하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사실! 비즈니스 모델 특성상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운영되기에 상대적으로 높은 판매가를 형성하고, 실용성보다는 심미성에 중점을 둔 상품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충성 고객의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에요. 즉, 가게의 매출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인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그로서리 스토어들.
과연 ‘식(食)으로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가치만으로 건재한 걸까요?
비즈니스 모델의 치명적 단점을 커버한 전략은 무엇일지 함께 알아보아요!
<Index>
1) 지갑 얇아지는 ‘치즈 쇼핑’, 유어네이키드치즈
2) 어벤져스가 만든 공간, 먼데이모닝마켓
3) 우리 동네 착한 슈퍼 마켓, 슈퍼파인
4) 못난이 농산물로 제공한 특별한 가치, 흠마켓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at 유어네이키드치즈 해운대
“치즈야말로 취향을 정말 많이 타는 기호식품 중 하나죠! 담백하고 고소한 치즈부터 꼬릿꼬릿한 향이 중독적인 치즈까지. 1인 100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취향이 세분화되고 있는 요즘, 이제는 치즈도 쇼핑하는 시대가 왔어요. 치즈 큐레이팅 스토어이자 GROCERANT(Grocery+Restaurant)인 ‘유어네이키드치즈’는 세계 각국에서 공수해 온 낯설지만 시도해보고 싶은 치즈와 와인 셀렉션을 한가득 제안해요.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이 중에 네 취향 하나쯤은 있겠지.’ 피넛버터 같은 독특한 질감의 브라운치즈부터 크리미한 속살이 매력적인 브리치즈,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인 트러플이 가미된 고다치즈까지. 일본에서만 구할 수 있었던 유키지루시의 홋카이도 100 사케루 치즈까지 만나볼 수 있었답니다! 뿐만 아니라 앙증맞은 크기의 트러플 오일과 발사믹, 영국의 역사와 전통을 담은 말돈소금, 스페인의 건조 소시지 살지촌까지 다채로운 식료품을 갖추고 있어요. 성수동과 해운대 두 곳에 오프라인 매장을 두어 와인 피크닉으로도 제격이죠. 미니 포션 사이즈로 구성된 치즈, 스낵, 식료품과 와인을 골라 담아 맞춤 세트 구성이 가능하니 가성비도 참 좋더라고요. 그렇지만 쇼핑의 욕구를 자극하는 감각적인 제품 진열에 물건을 이것저것 담다보면 지갑이 얇아지기 십상이니 주의가 필요해요!”
주소 부산 해운대구 우동1로 20번길 53 (+성수 1호점)
영업시간 월~목 12:00~22:00 / 금~일 12:00~23:00
인스타그램 @yournakedcheese
월요병 퇴치하고 스폰지밥 됐어요
at 먼데이모닝마켓
“들어가자마자 스폰지밥의 '월요일 좋아~!’ 노래가 자동으로 뇌 내 재생되는 곳, ‘먼데이모닝마켓’이에요. 매장 내부의 노랑노랑한 인테리어와 태양이 들어간 브랜드 심벌 덕에 한층 더 따뜻한 느낌을 받았어요. 스스로를 ‘재미있는 식재료들로 가득 찬 공간’이라 자부하는 만큼, 팬케이크 모양 수세미, 만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정어리 휠레 등 톡톡 튀는 그로서리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지요. 다만 매대가 협소했기에 진열할 수 있는 상품의 가짓수가 제한적이었고, 재구매율이 낮다는 약점이 존재했어요. 그렇기에 먼데이모닝마켓은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사업다각화를 통한 캐시카우 창출에 성공했답니다. 그들의 가장 큰 보물은 바로 ‘인적자원’이었어요. 셰프, 공간 디자이너, 빈티지 컬렉터로 일하는 네 명의 설립자의 특기를 살려 F&B 컨설팅과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했죠. 또 시즌별로 주제가 바뀌는 팝업스토어를 기획하여 한정된 기간에만 맛볼 수 있는 메뉴를 판매했어요. 이런 방식으로 재유도된 고객은 브런치만 먹으러 왔다가 라인업이 바뀐 매대에 눈길이 가, 상품 하나를 슥 집어가기도 하고요. 다른 가게들이 월요일 휴무를 외칠 때 홀로 꿋꿋이 월요일 최고를 외치는 마켓. 저도 이곳에서 월요병 퇴치하고 행복한 스폰지밥이 될래요!”
주소 서울 용산구 원효로71길 8 리틀포레스트 1층
영업시간 금~월 09:00~17:00 (L.O 15:00)
인스타그램 @monday.morning.market
동네 슈퍼마켓에 철학 한 스푼
at 슈퍼파인
“힙스터 브랜드들의 메카, 성수동에 위치한 조그마한 그로서리 스토어. 작고 소박해 보이지만 주변 직장인들을 사로잡은 ‘숨은 강자’에요. 우선 슈퍼 파인은 철학 있는 소규모 브랜드와 생산자의 제품을 큐레이션하고 판매한다는 점에서 일반 슈퍼마켓과 차이가 있어요. 로컬 식재료, 비건, 업사이클링 등 건강하고 가치 있는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죠. 또한 주기적으로 다양한 팝업이나 마켓 행사를 주최하면서 비슷한 철학을 가진 다른 브랜드들과 소비자들의 만남의 장을 만들어주고 있어요. 입점하는 브랜드부터 협업하는 브랜드까지 숨겨진 보석들을 소개해 주다 보니 보는 재미가 가득하답니다! 최근엔 재철 채소와 못난이 농산물로 만든 메뉴들을 먹을 만큼만 덜어 무게만큼 계산하는 런치 뷔페 ‘슈퍼 델리’를 재론칭하여 큰 사랑을 받고 있어요. 못난이 농산물이라 맛없을 거라는 편견은 금물! 신선하고 맛있는 메뉴들을 맛보고 나면 저절로 ‘Super Fine!’ 외치게 될지도요?"
주소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22길 51-1 1층 101호
영업시간 월~금 11:00~15:00 (L.O. 14:00)
인스타그램 @superfine__official
해방촌의 건강한 하루를 책임지는 그로서리 스토어
at 흠마켓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채소로 특별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흠마켓. 일명 못난이 농산물들을 판매하는 푸드 리퍼브 마켓으로써, 자연 그대로의 채소로 부담 없는 한 끼를 대접하고 있답니다. 그런 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비건 요리를 먹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해요. 제각각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채소들이지만 신선도와 원산지는 믿고 먹을 수 있답니다. 비건 메뉴를 중심으로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 그로서리 스토어는 장보기와 식사를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어요. 특히, 모든 과일과 채소들은 1개씩 소량 구매가 가능해서 1인 가구라면 만족할 만한 곳이랍니다. 1인 가구의 소비도 잡으면서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매장이라, MZ세대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또한 구매한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공유하고 있답니다. 흠마켓은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한 비건 카페테리아로서, 세분화된 컨셉의 그로서리 스토어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어요. 직접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면서 가치 소비도 지향하고, 그 재료로 유일무이한 메뉴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특별함’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전략적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한적한 평일에도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어디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오직 ‘흠마켓’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메뉴와 레시피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 아닐까요?”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용산동2가 39-26
영업시간 수~토 12:00~22:00 / 일 11:00~20:00
인스타그램 @hmm.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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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ying_fry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