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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지 않아도 좋아

어느 하루의 이야기

by 장명진
사람들은 행운의 네잎클로버를 찾지만, 아시나요? 세잎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이란 것을


사람은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어떤 힘이 사람을 태초부터 삶으로 내밀고 있고

또 죽음으로 당기고 있을 뿐. 그 속의 내용물을 구성하는 것은 결국 각자의 몫이라고 본다.


어떤 이는 행복을 위해 살기도 하겠지만

어떤 이는 그저 죽지 않기 위해 살기도 한다.

그러니 사람이라는 종 자체가 어떤 행복을 지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 않을까.

나의 행복이 타인의 불행을 발판으로 삼는 경우가 허다한

인간사회에서는 그런 식의 성급한 일반화는 오히려 위험하다.


차라리 다원주의로 접근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그저 저마다의 사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나는 내가 꼭 행복해져야 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왜 사람이 꼭 행복해져야 하는 걸까?

이렇게 아프고 외롭고 쓸쓸하고 그리운 것도 역시

나의 소중한 마음의 일부이고 내 삶의 정직한 표현의 하나인데.


그저 흘러오고 흘러가는 그대로를 내게 주어진 삶으로 담담히 받아들이고 사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고 내가 숙명론자인 것은 아니다.

나는 내 삶을 디자인하고 싶은 의욕이 크다.

그러나 내가 디자인한 대로 삶이 흘러가지 않는다고

성급하게 그것을 실패한 삶, 적절하지 못한 삶으로 규정하고 싶지도 않다.


사람이란 반드시 죽게 되어 있고, 그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팩트'이다. 인간의 삶의 결과란 뻔한 거다.

누구도 불로불사할 수는 없다. 고작 태어남으로부터 죽음까지의 그 자그마한 시간을 사는 것인데

무얼 애써서 엄청난 성공을 얻으려 하고, 완전한 만족을 찾으려고 하고,

끽해야 4~50년의 인생을 안정이라는 이름의 무미건조함으로 소모하려고 하는지.

이해하지만 동조하고 싶지 않은 삶의 태도들이다.

%EA%BD%83%EB%93%A4%EC%97%90%EA%B2%8C%ED%9D%AC%EB%A7%9D%EC%9D%84.jpg <꽃들에게 희망을> 중에서


사람들이 조금 더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여유를 갖고 자기만의 목적과 재미들을 느끼며 살아간다면

이 사회는 지금보다는 예뻐지지 않을까나.

삼성그룹의 잘 나가는 사원이 되어도, 1년 꼬박 글 써서 인세로 500만 원 버는 소설가가 되어도

결국 똑같이 죽는다.

내일 죽는다면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잔뜩 하고 죽을 거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일 죽는대도 끝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다가 죽을 것 같다.

상상해보자. 사람의 생을 하루로 줄여본다면 몇 명의 사람들이 전자의 경우에 속할지.


사는 게 행복하니?


그런 거대한 질문에 난 고개를 끄덕일 자신이 없다.

하지만


사는 게 재미있니?


라고 묻는다면 수줍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 같다.



행복하지 않아도 좋아, 두 발로 이 대지를 걷고, 바람을 마시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아프고, 웃고,
또 다른 삶을 상상하고 하루하루 새로워질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해.



요즈음의 나는 외롭고 쓸쓸하고 사랑이 그립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있고,

거리를 걸으며 나른한 공상에 빠질 수 있으며,

종종 소박하게나마 글을 쓸 수 있으니 좋다.(음악도 들을 수 있고!)

또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무언가 이 지구의 귀퉁이를 조금씩 닦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참 좋다.

참 재미있다.


이 두 가지의 공존하는 마음의 상태를 나는 그대로 인정하며 양자를 다 보살피며 살고 있다.

그런 소소한 일상이 결국 보편적인 삶이 아닐까.

이 작은 평화를 '행복'이라는 뜬구름 같은 개념으로 망치고 싶지 않다.


행복하지 않아도 좋아, 두 발로 이 대지를 걷고, 바람을 마시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아프고, 웃고,

또 다른 삶을 상상하고 하루하루 새로워질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해.


단단한 아파트 벽보다 까만 실금들이 뵈는 달동네 골목골목의 담이 좋아.

아파트 벽에는 꽃이 피지 않지만 달동네 골목의 벽에는 꽃이 피거든.

사람의 마음도 비슷해. 상처가 없는 이의 가슴에서는 꽃이 필 틈이 없어.

앞으로도 부드러워지고 현명해지고 아름다워져야지.


2007년 4월의 어느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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