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본질을 찾자
호텔스닷컴, 부킹닷컴, 익스피디아닷컴, 트리바고, 아고다, 하나투어, 데일리호텔, 야놀자, 호텔스컴바인... 세상엔 수많은 숙박 예약 서비스가 있습니다. 1원이라도 싸게 예약하려고 가격비교 사이트를 시작으로 여러 가지 서비스에서 검색을 아무리 해봐도 호텔 가격이 다 비슷합니다.
비밀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트리바고는 모두 익스피디아 그룹 소속 회사입니다.
부킹닷컴, 아고다, 호텔스컴바인은 모두 부킹 홀딩스 소속 회사입니다.
하나투어, 데일리호텔과 같은 국내 서비스에서 해외호텔을 예약하면 높은 확률로 글로벌 여행회사의 예약시스템에서 예약됩니다.
여행 서비스는 많지만 뿌리는 몇 되지 않습니다.
오늘은 제가 근무했던 익스피디아 그룹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익스피디아 그룹을 한국에서는 최근에 등장한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익스피디아 그룹은 1996년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작한 여행서비스입니다. 2001년에 스핀오프하여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분리되었습니다. 현재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상장회사입니다.
익스피디아 그룹은 마이크로소프트로 시작했기 때문에 태생이 IT 회사입니다.
구글이 IT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처럼,
아마존이 IT로 커머스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처럼,
익스피디아 그룹은 IT로 여행서비스를 제공해줍니다.
많은 여행회사들이 오프라인으로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여행회사들은 온라인 경험이 좋지 않아 도태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IT X 여행"의 가능성을 보고 익스피디아를 만들어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익스피디아 그룹은 현재 여행 서비스 중 글로벌 랭킹 1,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패키지여행 시장의 몰락
http://www.ttlnews.com/article/travel_report/4090
익스피디아 그룹은 IT 경쟁력이 여행업의 핵심 경쟁력이라 믿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 중 하나가 개발팀에 대한 투자입니다. 매년 수조 원 이상의 금액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급여/복지/문화 수준도 구글, 아마존, MS와 같은 글로벌 IT기업을 벤치마킹하여 좋은 개발자를 영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경쟁사인 부킹 홀딩스는 전 세계 테크 자이언트 11위입니다. (우버가 14위) 한국의 많은 여행회사들이 개발을 직접 하지 않고 외주를 사용하여 서비스 경험이 좋지 않은 것과 사뭇 비교됩니다.
* 테크 자이언트 순위
https://www.weforum.org/agenda/2018/07/visualizing-the-world-s-20-largest-tech-giants
익스피디아 그룹에는 많은 자회사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숙박 예약 서비스 익스피디아닷컴, 호텔스닷컴.
호텔스컴바인과 같은 가격비교 서비스 트리바고
에어비앤비의 가장 큰 경쟁사 중 하나인 홈어웨이
그 밖에도 여러 숙박 예약 서비스, 미디어, 자동차, 크루즈, 기업여행 등 다양한 자회사가 있습니다.
유명한 여행정보서비스 트립어드바이저도 익스피디아 그룹의 자회사였습니다.
익스피디아 그룹은 왜 힘들게 여러 회사를 운영하는 걸까요? 마케팅이 치열한 여행서비스에서 한 브랜드를 유지하는 데도 많은 돈이 듭니다.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하는 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보입니다. 익스피디아 그룹도 부킹 홀딩스도 여러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브랜드의 중요성이 다른 업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생필품을 사는 것은 반복적인 일이라 로열티가 있는 브랜드 혹은 이미 익숙해진 곳에서 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여행은 다릅니다. 1년에 1,2번 해외여행 가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지난번에 예약한 호텔스닷컴이 좋았으니 이번에도 같은 곳에서 예약해야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보다 여러 판매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여행업의 본질은 유통입니다. 판매할 제품을 소싱하여 판매채널에 납품하는 것이 여행업의 본질입니다. 익스피디아 그룹은 자체적으로 호텔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60만 개 호텔을 계약하고, 좋은 가격을 받아 오고, 좋은 콘텐츠를 받아옵니다. 이런 제품을 자체 판매채널인 익스피디아닷컴, 호텔스닷컴에 판매합니다.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도 여행업을 유통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익스피디아 그룹은 다른 유통망, 즉 다른 여행 회사에 호텔을 API로 공급합니다. 국내의 많은 서비스(하나투어, 데일리호텔, 야놀자) 모두 익스피디아의 API를 사용 중입니다. 호텔은 익스피디아와 계약만 하면 전 세계 수백~수만 개의 여행서비스에 팔릴 수 있습니다. 마치 유통회사에 우유를 납품하면 전국 마트와 편의점에서 팔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익스피디아는 전체 수익의 90%가 API에서 발생합니다. API로 연결된 회사들이 마케팅을 크게 하면 크게 할수록 익스피디아 그룹은 앉아서 돈을 벌게 됩니다.
*API :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응용 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API 관련 자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https://hbr.org/2015/01/the-strategic-value-of-apis
익스피디아 그룹 수익의 핵심 중 하나는 금융에서 나옵니다. 무슨 이야기일까요? 사실 모든 글로벌 서비스의 숙명이기도 합니다. 익스피디아는 매달 수십조 원의 거래금액이 발생하게 됩니다. 고객에게 돈을 받은 뒤에, 호텔에게 지불해야 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즉 현금흐름에서 큰 금액을 더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또 금액은 크로스보더로 결제가 이뤄져야 합니다. 한국에서 원화(KRW)로 결제한 금액이 유럽의 호텔에 유로(EUR)로 지불되어야 하고, 일본 엔화(JPY)로 받은 돈을 멕시코 페소(MXN)로 지불되어야 합니다. 연결된 여행회사나 호텔서 숙박 후, 후불로 정산을 하게 되는 경우는 리스크 헷지를 위하여 보험도 필요합니다.
현금흐름 위에 생긴 금액, 국가 간 송금, 보험 운용의 효율을 0.1%만 개선할 수 있어도 매월 수십억~수백억의 추가 수익이 생길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익스피디아 그룹에서는 파이낸스 관련된 팀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업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삼성그룹 회장이었던 이건희도 강조했던 내용입니다. 익스피디아 그룹은 여행 산업의 큰 플레이어입니다. 하지만 핵심역량은 여행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IT, 유통, 금융업의 경쟁력이 중요했습니다.
*호텔업의 본질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2/27/2014022702699.html
더 편하고 빠른 검색환경, 높은 고급 품질, 편한 결제 환경
더 싸고 많은 좋은 제품을 구해서 빠르게 판매채널에 공급하는 능력
현금 유동의 효율을 극대화하여 추가 수익을 얻는 능력
위와 같은 역량에 집중한 익스피디아 그룹과 부킹 홀딩스가 전 세계 여행서비스의 강자가 되었습니다. 맥도널드도 요식업이 아닌 부동산업의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타벅스도 서비스업이 아닌 부동산, IT 경쟁력을 더 갖추려 했던 것도 유명한 사례입니다. 나이키가 한 때 경쟁사를 같은 제품군의 아디다스가 아닌 고객 시간의 경쟁 라인 닌텐도로 보기도 했습니다.
그 업에 맞는 인력 구성이 되어 있나요?
그 업에 맞는 시장 전략이 있나요?
BM, 최적화되어 있나요?
따라잡아야 할 경쟁사는 어디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