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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현근 Nov 25. 2019

단 한 명을 위한 맛집 컨시어지 시스템 만들기, 밥면빵

고객과 개발자의 거리가 0이라면 무슨일이 벌어질까

밥면빵 개발자 harfangk님의 글입니다.


대부분의 사용자 분들이 호평해주고 계신 밥면빵 서비스 이용 경험! 저희 맛집 코디네이터가 응대부터 추천까지 최고의 경험을 주기 위해 200% 노력하시는 덕분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힘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저를 비롯한 다른 팀원들은 맛집 코디네이터가 최대한 빠르고 간편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난 글에 소개된 맛집 컨시어지 시스템을 디자이너와 함께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ftsgsd/18


밥면빵 맛집 컨시어지 시스템의 특징이라면 단 한 명의 사용자, 그것도 같은 팀에 속한 동료를 위한 시스템이라는 점입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경험과도, 프리랜서로 일하는 경험과도 상당히 달랐죠. 이 글에서는 밥면빵 팀과 함께 컨시어지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어떤 점에서 독특했는지 이야기하려 합니다.


사용자와 함께하는 개발 경험

제품을 개발할 때 이를 사용할 사람의 모습은 보통 불분명합니다. 상상만으로 그려진 경우가 대부분이고, 페르소나 형태로 정의하더라도 온전한 사람이 아니라 단편적인 인상에 불과하기 마련이죠. 하지만 밥면빵의 맛집 컨시어지 시스템의 사용자는 최소 주 1회는 만나서 프로젝트 이야기를 하고, 그 외에도 종종 만나서 이야기하는 팀원이었습니다. 제대로 사용자 연구를 하는 프로젝트에서도 이 정도로 사용자가 명확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덕분에 사용자에 집중한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매우 충실하게 진행할 수 있었죠.

프로세스 자체는 사용자 니즈 파악-프로토타이핑-피드백 분석 및 반영-회고라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표준적인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의 모든 세부 단계가 매우 빠르면서도 완성도 있게 진행되었다는 점이 정말 좋았습니다.


빠른 피드백

맛집 컨시어지 시스템을 만드는 데 한 달을 예상했지만 네 달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개발된 시스템의 크기나, 사용자 니즈에 얼마나 충실하게 만들어졌나를 고려하면 오히려 굉장히 빨리 만든 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빨리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신속한 피드백 덕분이었습니다. 맛집 코디네이터의 이야기를 듣고, 디자이너가 목업(mock-up)을 만들고, 제가 프로토타입 기능을 만들어서 보여주고, 그에 대해서 피드백을 받는 일련의 작업이 한 자리에서 30분 안에 일어난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팁 히스토리 항목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저희 맛집 코디네이터는 고객에게 맛집을 추천해드릴 때 추가적인 팁을 제공하는데, 여기에는 추천 시 고려했던 사항, 다른 가볼만한 맛집, 주변 명소 등 고객에게 도움이 될만한 추가 정보가 들어갑니다. 고객이 정말로 좋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저희 맛집 코디네이터의 애정이 꽉꽉 담겨있는 게 느껴지는 항목이죠. 그런데 팁을 작성할 때 이전에 동일 고객에게 제공했던 팁을 모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재방문한 고객에게 새로운 팁을 주거나, 이전에 주었던 팁에서 이어지는 내용을 제공하여 더 좋은 경험을 주기 위해서였죠. 본래 계획엔 없었던 팁 히스토리 항목을 만드는 데는 몇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팀원 간 신뢰

피드백을 빠르게 주고받더라도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지려면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서로 간의 피드백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의 의견을 바탕으로 개선 사항을 모색하기보다는 서로의 진의가 무엇인지 의심하는데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요청한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요청하는 것인가? 반대로 내가 요청한 일을 하기 어렵다고 답할 때, 정말로 그렇게 판단한 것인가, 아니면 하기 싫어서 둘러대는 것인가? 안타깝게도 이런 문제는 생각보다 흔히 발생합니다.

밥면빵 팀에서는 그런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한 번은 맛집 코디네이터가 각 맛집 별 추천에 적힌 가게 이름과 커버에 적힌 가게 이름이 함께 편집되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한 적이 있었는데, 어떤 점 때문에 어려운지 설명했더니 바로 납득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논의해서 제한적이나마 해당 기능을 넣었고, 최종적으로는 가게 이름을 처음 입력할 때만 커버에 있는 가게 이름도 함께 입력되도록 했습니다. 반대로 메뉴를 입력할 때, 특정 형식에 맞추어 입력해달라고 제가 요청했을 때도 흔쾌히 수락해주셨습니다. 최선의 사용자 경험을 만들기 위해 서로가 노력하고 있다고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능동적 대응

그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맛집 코디네이터의 요청을 기다리고만 있기보다는 새로운 기능이나 변경점을 능동적으로 제안했습니다. 솔루션 시트 본문을 읽을 때 워터마크가 방해되지 않도록 워터마크 방향을 대각선으로 수정한 일, 맛집 이름 및 소개가 길어져서 줄 바꿈이 필요할 때 어떤 식으로 줄 바꿈 할지 체계적으로 정리한 일, 솔루션 시트를 저장할 때 개별 이미지로 제공하기보다는 하나의 압축파일로 제공한 일 등은 모두 요청받기 전에 다른 팀원들이 나서서 작업한 내용입니다. 핵심적인 기능은 아니었지만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모두가 노력한 결과였죠. 서비스 기획 및 요청사항이 올 때까지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했다면 네 달이 지나도 시스템을 완성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다음 단계는?

맛집 컨시어지 시스템의 목표는 솔루션을 작성할 때 필요한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존에 엑셀에서 상하좌우로 스크롤해가면서 기본 자료를 작성하고 파워포인트에 매 항목을 입력해가며 솔루션을 만들던 과정을 간소화하였고, 최근 측정한 바로는 기존에 비해 반복 작업에 들어가는 시간을 50~70% 줄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 개선할 사항은 많습니다. 맛집 정보를 더 잘 저장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하고, 기존 추천 이력을 바탕으로 요청 사항에 따라 맛집 후보군을 골라주는 추천 시스템도 앞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저희 팀이 다음으로 집중하기로 한 사항은 고객 편의성에 직결되는 기능입니다. 과거 결제 내역이나 추천 내역을 볼 수 있도록 회원 기능 및 마이 페이지 기능을 작업 중이고, 결제 과정을 간소화하는 방법도 연구 중입니다. 정확히 언제 제공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나아질 밥면빵 서비스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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