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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병진 Jul 18. 2018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난 후 썼던 감사메일

친구 아버님의 발인을 앞두고 친구에게 장례식 후에는 오신분들께 감사 인사 문자를 보내야 한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떠오른 6년 전에 쓴 감사메일. 당시 아버지 장례가 끝난 후 회사 전체 메일로 보냈던 건데, 뭘 이리 주저리 주저리 썼나 싶다. 이 또한 기록이라 싶어서 남겨놓는다.

강병진입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신경써주신 덕분에 아버님 장례식을 잘 치루었습니다. 아버님을 함께 배웅해주신 사장님과 편집장님을 포함해 선후배 동료분들, 다른 팀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장례식장에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들이 있습니다. 1. 아버님께서 지병이 있으셨는지. 2. 장지가 어디인지. 이런 감사의 말을 쓰는 것도 처음이고, 뭘 써야 할지 몰라서 이에 대해 간략히 정리하겠습니다.


아버님은 4년 전, 위암말기 선고를 받으셨습니다. 이미 그보다 1년 전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신 적도 있었습니다. 심근경색과 당뇨증세 때문에 위암수술이 어려웠고, 식이요법으로 암을 관리하면서 약 3년간 잘 지내셨습니다. 한때는 CT촬영상에서 암세포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좋아지신 덕분에 가족과 함께 여행도 종종 다니셨지요. 하지만 지난해 여름부터 다시 몸이 안좋아졌고, 여러 병원에서 요양을 하시면서 마지막 8개월을 보내셨습니다. 아버님의 부재를 오랜시간 준비한 터라, 장례식의 분위기도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입관과 화장을 할 때는 가족 모두 감정이 격해질 수 밖에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침울한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투병을 했던 아버님은 많이 고통스러우셨을지 몰라도, 끝까지 참아주신 덕분에 남은 가족들의 마음은 많이 위로를 받았습니다.


아버님은 화장 후에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셨습니다. 젊은 시절 월남전에 참전했던 경력이 있으셨고, 다행히 동작동 국립묘지에 자리가 있어서 모실 수 있게 됐습니다. 덕분에 가족들로서는 장례식 이후의 절차가 상당히 간소화됐기 때문에 더 수월했습니다. 안장당일 현충원에서는 나름의 안장의식이 있었습니다.(의장대가 총도 쏘는 그런 행사였지요.) 의식 후에는 의장대가 영정과 영현을 모시고 '충혼당'이라는 납골당까지 인도해 안장했습니다. 여기도 사실 군대나 마찬가지라, 안장위치는 선착순으로 정해집니다. 행여나 맨 밑부분이나 잘 보이지도 않는 맨 윗부분에 안장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허리 부분 정도의 위치에 안장되셨습니다. 창문 근처라 햇빛도 들어오는 자리입니다. 나중에 어머님이 돌아가실 경우에도 이곳에 합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국립묘지가 알아서 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아들인 저로서도 좋은 점이 많지만, 올해 다섯살이 된 조카가 제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뛰어놓을 잔디밭이 많습니다.


그 밖에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영정사진에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왠만해서는 영정사진으로 잘 쓰지 않는 사진이니까요. 현충원에 처음 안장등록을 하러 갔을때도 담당자가 사진을 보더니 흠칫했습니다. 자기가 이 일을 20년 정도 했는 데, 여기에 와서 이런 사진을 쓰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며 어딘가 전화를 하더니, 그제야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이 사진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강원도 어딘가를 여행하시던 도중, 어머니가 찍으신 사진을 확대한 것이었습니다. 생전의 아버지도 좋아하셨던 사진이었어요. 뭔가 의미도 있어보이고, 너무 슬프지 않아보여서 가족들도 이 사진이 좋다고 했습니다.


투병 중의 아버님은 딱 한마디의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술 끊어라. 무엇보다 담배를 끊어라." 자칫 당신의 아들이 같은 병을 얻어 고통받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신 것 같습니다. 장례식을 끝낸지 약 1주일이 지난 현재, 아버님의 유언를 지키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건강에 더 신경써야겠다는 의무감이 적잖이 생기네요. 여러분들도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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