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스 플랜 2’
예전 우리 집 TV 채널은 딱 다섯 개였다.
KBS 1, KBS 2, MBC, SBS, 그리고 EBS.
다른 집 아이들은 만화 채널에서 하루 종일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냈지만, 우리 집 TV는 늘 단출했다.
드라마도, 예능도, 만화도 이 다섯 개 채널 안에서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명절이나 휴일이 되면, 나는 하나뿐인 언니와 작은 의식을 치렀다. 신문에서 TV 프로그램을 찾아 ’오늘은 뭘 볼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드라마를 볼까? 영화 특집을 기다릴까? 고르는 시간이 마치 미션 수행처럼 느껴졌고, 그 고민조차도 우리에겐 또 다른 재미였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었다. 이제 리모컨 하나로 무한한 세계가 펼쳐진다. 유튜브, 넷플릭스, 쿠팡플레이까지. 수많은 OTT 서비스가 손끝에 있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오히려 더 헤매기 일쑤다. ‘뭐 볼까?’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고, 쉬려고 틀어놓은 화면 앞에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다.
그런데 그 수많은 프로그램 중에서 요즘 내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게 있다. 바로 ‘데블스 플랜2’.
원래도 이런 두뇌 게임 서바이벌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번엔 특히 구성원들이 매우 잘 뽑혔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 참가자들의 심리전과 전략을 지켜보며 머릿속이 끊임없이 돌아간다.
사실 처음엔 별 기대가 없었다. 데블스 플랜1이 별로였으니까. ‘아, 그냥 한 번 볼까?’ 가볍게 눌렀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일주일 내내 다음 화를 기다리며 유튜브에서 리뷰 영상을 찾아보고,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며 내 생각을 비교했다. ‘저건 왜 저렇게 했지?’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게임 룰은 복잡해 보이지만, 참가자들의 표정과 말 한마디에 모든 게 드러난다.
누군가는 손을 잡고도 뒤에서 칼을 숨기고, 누군가는 배신할 기회를 놓치고 후회한다.
내 마음도 매 순간 이리저리 흔들렸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 대부분 이해도 못 하고 바로 탈락이지 뭐.
그런데도 참 신기하다. 출연자들은 어떻게 저 게임을 단번에 이해하는 걸까? 상대의 수를 읽어가며 전략을 짜는 모습이 감탄스럽다.
그리고 나는 오늘을 기다렸다. 그토록 목 빠지게 기다려온 ‘화요일’. 드디어 마지막 게임의 막이 열린다.
후. 이렇게까지 뭔가에 홀린 듯 몰입한 적이 언제였더라. 시간이 지나면 이 미친 몰입감과 설렘도 사라지겠지만, 괜찮다.
나는 이런, 온 마음을 쏟아 몰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사람들 마음속에 하나쯤은 남아 있기를 바란다.
현실을 잠시 잊고, 가슴이 뛰고, 생각이 멈추지 않는 그런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