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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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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애 May 27. 2022

[하루한곡] 패닉 - 뿔

패닉 3집 <Sea Within> (1998)


아주 오랜만에 패닉 3집 <Sea Within>을 들었다. 가장 많이 반복적으로 들은 앨범 중 하나이자 어릴 적 내가 정체성을 쌓아올릴 때 어쩌면 가장 큰 영향을 준 대중매체. 조금은 삐딱하고 또 냉소적이지만 그래도 속 깊은 곳에는 희망을 품고 있는 내 모습이 패닉의 음악, 특히 3집과 비슷하달까. 그래서 이 앨범에 대한 애착이 아주 크다.


인트로 ‘Panicillin Shock’부터 마지막 트랙 ‘미안해까지 아직까지도 가사를 술술 외울 정도로 모든 곡을 좋아하지만, 마음속 1번은 항상 ‘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헌데 막상 ‘ 쓰려니 다른 곡들이 너무 눈에 밟혀서 고민되는 거다. 마지막까지 고민의 대상에 올랐던 곡들은 ‘Panicillin Shock’, ‘태엽장치 돌고래그리고 ‘단도직입’. 하지만 나머지 곡들은 3 외에도 2000년에 발매된 패닉 베스트앨범 <Best Of Panic> 수록되었기에 비교적  알려진 숨겨진 명곡 ‘ 소개하기로 결정.



‘뿔’의 첫 줄 가사는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첫 문장을 연상시킨다.


‘아침에 일어나 머리가 간지러워서

뒤통수 근처를 만져보니 뿔이 하나 돋아났네’

‘뿔’ - 패닉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변신> - 프란츠 카프카


하지만 ‘뿔’은 <변신>처럼 무겁거나 또 무섭진 않다. 오히려 동화처럼 귀엽고 아기자기한 느낌. 2분 남짓한 짧은 러닝타임에 간결한 가사가 입혀졌지만 스토리텔링이 아주 효과적이다. 마지막 화음으로 쌓아올린 ‘나의 예쁜 뿔’이라는 가사를 듣고 나면 유쾌한 뮤지컬을 본 듯한 느낌도 든다.


아무도 모르는 당신의 비밀은 무엇인가요?

갑자기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던지며ㅋㅋㅋ 끝.





작곡: 이적

작사: 이적


아침에 일어나 머리가 간지러워서

뒤통수 근처를 만져보니 뿔이 하나 돋아났네

근심찬 얼굴로 주위에 알리려다가

이상한 눈으로 놀려댈 걸 뻔히 알고 관뒀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도 뿔은 자라나

어느새 벌써 엄지손가락 닮을만큼 굵어졌네

손톱이 길듯 수염이 길듯 영영 자랄까

불안한 맘에 잠을 못 자니 머리마저 빠져가네


이쯤은 뭐 어때 모자를 쓰면 되지 뭐

직장의 동료들 한마디씩

“거 모자한번 어울리네”

어쩐지 요즘엔 사는게 짜릿짜릿해

나만이 간직한 비밀이란 이렇게나 즐거워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도 뿔은 자라나

어느새 너무나 굵어 내 맘을 너무도 긁어

오 너무나 빨리 늙어


손톱이 길듯 수염이 길듯 영영 자랄까

너무도 늦어진 밤에 너무나 불안한 맘에

잠도 안 와 앞이 까매


이쯤은 뭐 어때 모자를 쓰면 되지 뭐

직장의 동료들 한마디씩

"거 모자한번 어울리네"

어쩐지 요즘엔 사는게 짜릿짜릿해

나만이 간직한 비밀이란 이렇게나 즐거워


나의 예쁜 뿔




[하루한곡]

001: 언니네 이발관 - 아름다운 것

002: 롤러코스터 - 어느 하루

003: 김현철 - 오랜만에

004: Jamiroquai - Space Cowboy

005: 마이 앤트 메리 - 공항 가는 길

006: 이아립 - 그리스의 오후

007: Frankie Valli - Grease

008: 소닉스톤즈 - Awesome!

009: 패닉 - 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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