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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애 Nov 16. 2023

[하루한곡] 크라잉넛 - 말 달리자 (1996)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살면서 ‘내 인생은 망했다’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딱 한 번 있는데 그게 바로 수능을 치고 나서. -그렇다고 수능 전후의 내 인생이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단지 그 뒤로는 어차피 망한 인생이라고 생각할 뿐- 고등학교를 입학하자마자부터 열심히 놀았던 대가로 (수능 만점을 받아도 못하는 학교들이 있었을 정도로) 내신이 바닥이었기에 원하는 학교를 가기 위해서 나는 남들보다 수능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아야만 했다. 내게는 수능이 전부였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단 1점이라도 더 받아야만 했다.


유난히 어려웠던 그 해 수능. (전 과목 골고루 망했지만) 좋아했고 자신 있었던 수학을 4문제나 못 풀었고, 마지막 시험이었던 제2외국어는 시험지도 펼치지 않고 그냥 다 찍고 나온 나는 가채점을 마치고 나서 한 일주일 정도 내내 누워만 있었다. 집안 형편상 재수는 어려웠고, 원하는 대학을 가기엔 수능은 애매했고 내신은 턱없이 부족했다. 대학이고 나발이고 기술이나 배울까? 머리 빡빡 밀고 군대나 갈까? 방구석에 누워있는 동안 별생각을 다 해봤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던 나는 점수에 맞춰서 대학을 갔다. 그리고 끝났다고 생각했던 인생은 지금까지도 그럭저럭 살아오고 있다. 그때 점수를 더 받았더라면, 재수를 했었다면 내 인생이 조금 달라졌을까 가끔 생각해 봤지만 결론은 늘 비슷했다.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수능이 끝났다. 많은 수험생들이 해방감을 느끼겠지만 적지 않은 이들은 그때의 나처럼 좌절하고 있을 것이다. 살아보니 학벌이라는 것이 보이는 곳에서 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영향을 주긴 하지만 또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더라고. 혹시 수능을 망친 이가 있다면 지금 당장은 수능이 내 인생의 전부 같겠지만, 살아보니 인생은 훨씬 복잡하고 더 어렵더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오늘의 실패를 앞으로 마주할 인생의 수많은 시험대에 사용할 좋은 밑거름으로 삼길 바라면서.


수능 따위에 좌절하고 포기하지 말고.

우리는 달려야 한다. 바보놈이 될 수는 없거든.

(손가락이 오글거려 글을 더 쓸 수 없는 관계로) 끝!





말 달리자

작곡, 작사: 이상혁




[하루한곡]

173: 신해철 -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174: 나얼 - 그대 떠난 뒤 (with 브라운 아이드 소울)

175: 빛과 소금 - 오래된 친구

176: The Cardigans - Lovefool

177: Whitney Houston - I Wanna Dance With Somebody (Who Loves Me)

178: 스텔라장 - Colors

179: Katrina and the Waves - Walking on Sunshine

180: Smash Mouth - I'm a Believer

181: はっぴいえんど(Happy End) - はいからはくち(Haikara Hakuchi)

182: 폴 블랑코 - 그런일은

183: Uriah Heep - Rain

184: 015B, 오왠 -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185: Taylor Swift - ME! (feat. Brendon Urie of Panic! At The Disco)

186: Billy Preston - Nothing from Nothing

187: Junior Senior - Move Your Feet

188: Bill Withers - Lovely Day

189: Sting - Fields of Gold

190: 데이브레이크 - 넌 언제나(디깅클럽서울 Ver.)

191: Red Hot Chili Peppers - Dani California

192: Wham! - If You Were There

193: 크라잉넛 - 말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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