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반성문_투자실패의 진짜 원인

by As the Deer



Intro


부자가 되고 싶었다.

부를 통해 자아실현까지는 아니지만, 부자가 되어서 걱정 없이 살아보려고 했다.

......아니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부를 통한 자아실현이 그리 가치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머리로만 알고 있어서,부를 통해 자아실현하려는 내 욕구를 계속 훈계하며 억제하고 있었다. 사실, 부자가 되어 나도 은근히 자랑 하고 싶고, 나도 사람들에게 은근히 한마디 해보고 싶기도 했다. ('은근히'라는 단어가 중요하다. 대놓고 하기에는 민망하지만, 자랑은 하고 싶으니까.)


나는 나 자신이, 내 욕구를 억제하고 절제할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교만이고 착각이었다. 가슴 아픈 것은, 이러한 깨달음이 처음 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경험하고 있는 이 '현타'를 예전에 한번 경험한 적이 있다. 그래서 더 현타가 쎄게 오는 것 같다. 그리고 일상을 살고 있는 지금, 자꾸 화가 난다;;


만약 내가 정리를 해놓지 않으면, 이 감정은 계속 나를 괴롭힐 것 같다. 정말 이 현타를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간절함을 따라 이 반성문을 적어 본다.



동전의 앞면: 부자가 되려는 조급함, 그리고 질투.


내가 투자를 시작한지는 10년이 훌쩍 넘는다. 많은 책들을 봐왔고, 주말에 시간을 쪼개가며, 과할 정도로 비용을 들이며 강의들을 찾아들었다. 아이들과 아내와 보낼 금쪽 같은 시간들을 강의들로 채워나갔다. 나는 부자가 될 길을 배우겠노라고. 다 너희들을 위한 일이라고.


그러나, 정말 신기한 것은 투자를 위해 쏟아부었던 나의 시간들은 나의 투자성과에 비례하지 않았다. 얼마전 읽은 '워렌버핏 익스프레스'라는 책에서 머리글을 써주신 박성진 대표님(이언투자자문 대표)의 정말 소중한 글귀를 읽었다.


'단기간에 이른 성공은 복제될 수 없고 반복될수 없습니다. 결국 시간의 힘 앞에 무너지게 됩니다.'


(p.s 이 대목이 더 가슴 아픈 이유는 내가 이 분을 뵌 적이 있다. 심지어 찾아가서 위탁을 할 수 있는 기회까지 있었다. 그러나 내 스스로 거부했다. 내가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그 자신감이 교만이었고, 잘했던 것이 운이었는지 몰랐다 ㅜㅜ. 탐욕에 눈이 가려져 알아채지 못했다)


당시에 나와 같이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한 것 같은 블로거들을 보았다. 별반 나와 달라보이지 않았는데, 그들은 꾸준히 가치투자의 길을 간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유명인이 되어있고, 추종자들도 참 많아졌다.


음...무엇이 원인이었을까?


나는 이 패착의 원인은 질투라고 생각한다.


묵묵히 투자를 하고 있을때, 투자 정보 수집차원에서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묵묵히 투자하는 나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아서 한심해 보일때가 많았다.


'누구는 벌써 부자'가 되었고, '지금이야' 라고 외치고 있고, '이걸 아직도 안샀냐'는 식의 도발적인 메시지들이 내 눈에 들어오고 머릿 속에 누적되어질때면 나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그런 말들이 많이 들리는 와중에 내 주식이 꿈적도 하고 있지 않을때, 그 말들이 참 호소력 있게 다가 왔다.


질투로 인해 나는 조급해졌다. 그렇게 공부해왔던 나만의 투자의 길을 가지못했다. 그렇게 공부를 했는데.. 심경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마치 공부 따로 투자 따로 한 거 같다.


아래 그림은 정말 많은 것을 얘기해주고 있는 것 같다.


찰리멍거의 말처럼, 질투는 정말 투자에 있어 끔찍한 감정인 것 같다.



동전의 뒷면: 나의 보상심리.


보상심리. 이것이 다시 조급함을 조장했다.

나의 주식이 제 가치를 받기 위해 나는 기다려야했다. 위에서 언급한것처럼 시장의 다양한 목소리로부터 매수/매도를 누르려는 나의 손가락을 지켜야 했다.


그렇게 참다보면, 고통이 커져갔다. 이 고통을 잠재울 무언가 필요했다.

그것은 수익률이었다. 짜릿한 수익률. 그 도파민을 쫓았던거 같다.

그러면서, 손대지 말아야 할 섹터의 주식들을 손대게 되고.

그리고, 더 센 것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바이오 주식에 투자했다가 큰 돈을 벌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느꼈던 쾌감, 그 도파민이 지금 나의 적이 된 것 같다.

어떤 taste가 있는 것은 아닌데, 그 때 느꼈던 희열? 이라고 해야 할까? 그것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 느낌을 나도 모르게 계속 주섬주섬 찾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가치투자가 무엇인지, 정도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주변의 돈을 번 누군가를 인식하면 더 고통이 올라왔고,

바이오 주식으로 인해 경험했던 그 희열을 쫓아 계속적으로 더 큰 보상을 추구했다. 그래서 결국 인생에 살면서 통산 두번의 현타를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적고 있는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ㅜㅜ)


예전에 수도사들이 본인을 채찍질하며, 기도를 드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있다.

나도 아마 그렇게 투자를 해야할 것 같다. 계속 나를 깨워가며, 투자를 해야 할 것 같다.


그 도파민의 맛을 잊을 수 있다고 나는 자신 할 수 없다.

그랬다가는 3번째 현타가 올지 모른다.


이 약간은 챙피한 이 반성문이 그 현타를 막아주길 바란다.



Outro.



여기서 중요한 것은 책임을 지려하는 나의 마음과 각오라고 생각한다.

'누구때문에 속았다,'

'어떤 상황이 하필 벌어졌다,'

'이번에도 재수가 없었다.'


이런 건 투자 앞에 다 핑계다. 재수가 없는 것도 투자 변수 중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그래서 안전마진이라는 개념과 확률적 선택이라는 부분이 투자 기초서적에 보면 수도 없이 나오니까.


이번 투자실패와 현타에 대해 나 스스로에게 오롯이 책임을 지으려 한다.

그래서 다시는 동일한 류의 실패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 길어 올려지는 투자의 지혜가 반드시 지속되길 바라며,

그 지혜가 나의 사랑하는 두 딸들에게 전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