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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미치도록 그리운 날

by yeon

며칠 전부터 목이 따끔하고 붓는 느낌이 들었다.

감기가 오나 싶어 종합감기약을 먹고 잤는데 효과는

없었다.

눈 뜨자마자 느껴지는 열감과 근육통.

아.. 제대로 걸렸구나 싶었다. 체온을 재보니 37.8도

고열은 아니지만 이미 온몸이 근육통이 오는 거 보니

병원을 가야겠다 싶었다.


엄마 간병하면서 몇 번 아팠었다. 열도 올랐었고 더 심하게 아팠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아픈 건 적응되지 않나 보다.


워낙 어릴 때부터 감기를 달고 살았고 편도도 자주

부어 제거 수술까지 했는데 왜 편도가 붓는 느낌인지..


병원 문 열 때까지 그대로 누워서 쉬고 싶지만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뇌출혈 환자인 엄마는 당장 화장실도 못 가고 밥도 물도 먹질 못한다.

잠시 나와 교대해 엄마를 봐줄 가족? 없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움직여야지


혈압과 당을 체크하고 인슐린 주사를 놓고 화장실로 데리고 가 소변을 싸게 한다. 그리고 세수를 시키고 아침을 먹이고.. 몸은 아프지만 평상시 루틴대로 움직여본다.


안방에서 화장실 가는 길에 사촌 결혼식날 나와 동생과 엄마 셋이 찍은 사진이 걸려있다. 그때의 엄마 얼굴을 매번 볼 때마다 너무 그립다. 엄마가 지금 내 옆에 있지만 엄마가 그립다.


그때의 엄마는 새벽에 내 기침소리라도 들리면 내방으로 조용히 들어와 이마에 손을 대 열이 나는지 매번 확인했다. 성인이 돼서도..


그 손길이 좋아서 잠에서 깼지만 깨지 않은 척 그대로 눈을 감고 있었다.


감기라면 치가 떨릴 수준으로 매년 겨울에는 크게 앓거나 열이 올라서 엄마가 나를 엎고 뛴 적도 꽤나 있었기에 유독 기침소리에 엄마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화장실 갈 때마다 잡는 엄마 손.. 그 손이 내 이마를 다시 짚어주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을 알기에 엄마가 그리워졌다. 가슴에 사무치도록 그때의 엄마, 원래의 엄마가 더욱 그리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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