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의 시사브리핑
오늘의 이야기는 2월 6일 일요일 12시에 업로드될 '몰라도 아는 척'의 2월의 시사브리핑에서
설날 전에 한 뉴스를 봤습니다. 인도인 한 대학생 분이 자신의 셀카를 NFT로 팔아서 무려 14억 원을 벌었다는 건데요. 원래는 자신의 타임랩스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5년간 찍은 사진인데 한창 NFT 미술 거래가 인기니까 호기심에 한번 1000장의 사진을 올려본 것이죠. 이 사진은 한 장당 3만 원 정도로 가격이 측정이 되었는데 SNS상에서 화제가 되어 판매된 금액이 371 이더리움, 당시 가격으론 14억 원 정도 됐습니다. 판매한 본인 스스로도 ‘사람들이 왜 사는지 모르겠다…’라는 의견.
이걸 보고 정신이 조금 멍해졌습니다. 음… 세상이 빨라도 너무 빠르구나. 분명 몇 년 전만 해도 게임에 몇만 원 박으면서 아이템을 뽑으면 바보 취급받았는데 이젠 NFT 거래한다는 핑계를 댈 수 있게 됐습니다. 뉴스를 보면서 떠올려보니 몰라도 아는 척이 메타버스는 몇 번 다루었는데 NFT를 다룬 적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시사브리핑에서 세상을 따라잡을 겸 한번 다루어 보기로 했습니다. NFT도 역시 메타버스처럼 여기저기서 우후죽순으로 언급되는 개념입니다. 일단 NFT 미술 시장, 게임 시장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고요. 일단 게임업계에서는 아이템을 NFT화 시켜서 판매하겠다는 이야기부터, 넷마블이 모두의 마블을 NFT기술을 적용시켜 부동산 투자게임으로 만들겠다 속속히 발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복제 가능한 디지털 파일인 디지털 미술작품이나 일러스트를 NFT화 시켜서 거래하겠다, 이런 이야기까지 돌고 있어요. 심지어 작년 12월엔 미국의 한 인기가수인 스눕독이 더샌드박스라는 게임에 자신의 저택을 디지털 트윈, 그러니까 가상세계에 실제 비율로 구현하는 거죠, 그리고 거기서 파티와 콘서트를 열거란 계획을 밝혔는데 그 이웃 가상 토지들이 약 5억 3천만 원에 팔린 사례까지 나왔습니다. 아니 도대체 NFT가 뭐길래 복제 가능한 데이터 쪼가리에 5억이나 쓰는가 싶습니다. 특히 미술 거래, 작가의 터치가 담긴 오리지날리티이기 때문에 그 미술품의 가치가 오르는 건데, 복제 가능한 디지털 파일의 미술 거래를 NFT가 주도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한번 몰라도 아는 척 청취자 분들과 알아볼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생각했습니다.
NFT가 도대체 뭔가?
먼저 개념적인 부분부터 풀어볼게요. 앞서 얘기했듯이 미술 거래가 그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오리지널리티, 즉 원본이기에 갖는 아우라가 있기 때문이겠죠. 사실 저희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얼마든지 구글링 해서 이미지를 찾고, 나름 고해상도 이미지를 뽑아서 액자로 장식할 수도 있어요. 조금 더 욕심부리면 실력 있는 모조 작가를 고용해서 원본과 거의 비슷한 작품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조 작품과 실제 루브르 박물관에 걸려있는 모나리자 사이엔 어마어마한 가격차이가 있습니다. 왜냐, 루브르 박물관에 걸려있는 것이 세상에서 유일 하나뿐인 오리지널 이니까요.
반면에 NFT로 거래되는 디지털 파일은 어떨까요? 제 핸드폰 화면에 누구 사진이라 하지, 좋아하는 연예인, 배우? 뭐 그래 캡틴 아메리카 사진이 있어요. 이 파일을 양말님에게 선물로 줄 수 있겠죠. 카카오톡으로 전송, 다운로드 끝. 양말님도 제가 가진 캡틴 아메리카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사용합니다. 이때 제가 가진 캡틴 아메리카 사진과 양말님이 가진 캡틴 아메리카 사진, 어느 것이 값어치가 높을까요? 당연히 똑같겠죠. 똑같은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파일입니다. 때문에 현물을 지니지 않는 디지털 파일, 이를테면 가상화폐는 값어치를 가지기 어렵습니다. 바로 블록체인과 NFT(논 펀지블 토큰)이라는 기술이 등장하기 전까지는요.
블록체인은 간단하게 요약하면 기존의 데이터 교환 과정에서 정보 저장과 탐색을 한 기관이 독점했다면 그것을 긴밀히 엮는 형태로 민중들에게 공개한 것입니다. 온라인 상 거래는 플랫폼의 중앙 서버를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이것을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의 컴퓨터에 연결, 즉 블록처럼 체인을 걸어서 저장하는 형태로 실현되었습니다.. 때문에 중앙 서버가 은폐하면 알 수 없는 위조나 기록 은폐를 여러 사용자끼리 대조해볼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안전하고, 권력 분산적이라는 이야기이지요. 지금은 투기열풍으로 변질되었지만 초창기 가상화폐의 아이디어 또한 화폐 유통의 독점 기관인 국가에서 벗어난 민주적인 화폐를 만들어보자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때문에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NFT는 공통적으로 탈집중화를 꿈꾸는 힙스터들이 많이 참여했습니다. NFT는 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서 한 디지털 파일에 오리지널리티, 즉 일종의 바꿀 수 없고, 해킹할 수 없는 고유번호, 즉 파일에 지문을 부여하는 과정이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수천 개까지 복제 가능한 디지털 파일에 희소성과 유일성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론상으론 예술품처럼 거래가 가능하고, 화폐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죠.
NFT 미술 거래?
그래서 다음으론 NFT 미술 거래입니다. 복제 가능한 디지털 파일의 오리지널리티를 부여 가능하게 만듬으로 거래가 가능한 품목으로 올라왔죠. 하지만 NFT 미술 거래는 그 대상이 디지털 파일이라는 점에서 조금 특이합니다. 만약 저희가 미술 시장에서 모나리자를 낙찰받는다면은, 저희는 집에 그 모나리자를 걸던가, 아니면 미술관에 걸고 관람료를 받던가 할 수 있겠죠. 하지만 NFT미술 거래는 단지 그 디지털 파일을 구매했다는 소유권만 NFT에 담겨있지, 여전히 복제 가능하고, 전송 가능한 디지털 파일입니다.
심지어 그 사진을 편집한 또 다른 디지털 파일에 여전히 NFT화를 통해 다른 번호를 부여할 수 있죠. 때문에 NFT 미술 거래는 한정판 나이키를 소비하는 성향과 비슷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가품이 많을 수도 있고, 나중에 비슷한 에디션이 재출시될 수 도 있지만 그냥 ‘내가 한정판 나이키를 가지고 있다!’이 자부심 하나로 구매를 하잖아요. 이게 참 애매한 게 말을 달리하면 아무리 그 작품이 인터넷 세상에서 퍼져 나가도, 원본 파일이 나만의 것! 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거금을 내고서도 사실상 받을 수 있는 것은 ‘이 디지털 파일은 당신만의 것이랍니다!’라는 것을 증명하는 코드번호와 상장 같은 증명서뿐입니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NFT와 NFT 아트에 대한 의견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요. 여러 분은 어느 쪽을 지지하시나요?
1) NFT는 미술시장을 확대하는 새로운 블루칩이다!
2) NFT 그저 투기에 불과하다!
전자를 지지한다면 미술 시장을 확대하고, 영상이나 디지털 아트, 음향 같은 예술도 자생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수단이 열리다고 생각할 거예요. 실제로 기존 아티스트 분들이 작업 외 아카이빙의 목적으로 만든 영상물이나 촬영물이 공익적으로 활용되거나, 그저 아카이빙으로서 역할을 다했다면, 이 결과물들을 NFT에 접목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창작물로 생산해낼 수도 있겠죠. 반면에 후자를 지지한다면 NFT는 코인과 같이 출발은 좋았지만 결국 투기로 끝나는 시장으로 비칠 거고요.
NFT아트의 또 다른 특징은 기존 미술품과 가격이 매겨지는 기준이 다소 다르다는 것인데요, 그 사례로 자신의 작품을 오프라인 갤러리에 전시하려다 망해 NFT로 작품을 판매한 재미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의 예술가. Cory van lew(코리 반 루)라는 작가가 마이애미에서 전시를 하기로 했어요. 근데 그게 갤러리와 갈등으로 인해 결렬이 된 겁니다. 작가가 전시를 위해 투자한 돈은 그대로 증발해버렸죠.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 이 작가는 최근 화제가 된 NFT 시장에 뛰어들기로 했습니다. 대신 오프라인 작품을 디지털 페인팅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인물의 눈이 깜빡이고 표정이 조금씩 변하는 정도의 변주를 주었죠. 근데 이 NFT작품이 무려 4,500만 원에 판매된 거예요. 그렇다고 이 NFT의 작품의 원화는 4,500만 원의 가치를 인정받았을까요? 그건 아니었다고 합니다. NFT 시장에서 가치를 매기는 방식이 오프라인 미술시장의 관습과 완전히 달랐던 거죠. 기존 미술 시장에서는 작가의 이력과 행보,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게 평가받습니다. 반면 NFT는 아무래도 코인 투자자들이나 콜렉터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과 연계해 탈중앙화에 관심이 많거나, 투기의 일종으로 보기 때문에 작가의 현재 상태와 미래를 보고 투자한다는 점이 다르죠.
NFT아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야
앞서서 NFT아트는 기존 미술보다는 나이키 한정판을 구매하는 것과 같다고 했었죠? 때문인지 NFT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기업 역시 이런 패션분야입니다. 아직 크게 이슈화가 되진 않았지만 언더아머, 퓨마, 타미 힐피거, 나이키 등은 디지털 패션 회사랑 협업해서 3D 디지털 패션을 만들고, 선보이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어요. 네덜란드에 Fabricant라는 회사와 주로 협업해서 브랜드 제품들을 디지털 아트로 만들고, NFT화 시켜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 명품 브랜드 역시 메타버스와 관련해서 NFT기술에 주목하고 있는데, 구찌는 로블록스, 제페토 등에 컬렉션을 출시하고 있어요. 물론 지금은 게임 내 아바타가 구찌 로고가 들어간 의류를 착용해보는 수준이지만 디지털 상 패션의 차별화,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으로 NFT에 눈 독들이고 있죠. 오프라인에서도 명품 브랜드는 항상 이것이 진품입니다 하고 증명 하주는 보증서가 동봉되잖아요. 그것처럼 NFT가 보장할 희소성과 소유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죠.
루이비통은 아예 작년 8월에 창립 200주년을 맞아 NFT토큰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루이비통의 역사를 은유한 게임 속 미션을 완수하면 판매가 불가능한 30개의 NFT 토큰을 증정했었는데요. 추후 루이뷔통 NFT 컬렉션이 판매된다면 거기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제가 게임을 좋아하는 만큼 게임 분야에서도 NFT와 관련된 게임 소식이 있었습니다. 하스스톤, 매직앤 개더링, 유희왕 같은 TCG 게임으로 아직 구체적인 플레이 영상이 공개된 게임은 아니지만 P2E, 즉 페이 투 언, 게임하면서 돈 버는 게임이자, 카드에 NFT가 적용된 게임, 실타래입니다. 게임에 활용될 1만 장의 카드를 한 장 당 거의 백만 원의 가격에 팔았는데요, 단 2초 만에 7500장이 완판 되어 약 70억 원의 자금을 끌어모은 것이죠. 카드의 소유권은 NFT가 보장하고, 그 카드를 사용하기 위해 게임 내에서 소유권을 가진 사람이 유저들에게 빌려주는 형태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합니다. 초기에 NFT를 판매한 것은 비상장 주식처럼 초기 투자자를 모은 개념에 가깝다고 밝혔지만 어쨌든 신기한 광경이었죠.
NFT미술 거래는 광기에 가까운 투기인가? 아니면 새로운 가능성인가?
정리해보면 NFT에는 광기에 가까운 수요가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가능성을 본 투자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몇몇 NFT는 시장에 내놓지도 않은, 실물도 존재하지 않고 파악되지 않는 데이터 쪼가리가 수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이걸 빨리 사놓으면 돈이 될 거야!”라는 투기적 의도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투기를 떠난 부작용도 있는데, 예를 들면 원작자의 진품을 허락도 없이 NFT화 시켜 경품에 내놓은 일도 있었죠. 자신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되지 않았는데도 자신의 작품이 허락도 없이 일방적으로 NFT화 되어 등록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이에 진정을 넣어 해당 경매를 취소한 적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아이템을 소비하는 시대입니다. 때문에 NFT는 위변조가 불가능한 디지털 아이템과 아트의 공급, 수요를 올바르게 정립시키고, 그 시장을 넓힐 매력적인 아이템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저는 조금 의문이 듭니다. 철학적 역설 중에서 자주 인용되는 것 중 ‘테세우스의 배’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그리스 영웅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후 아테네에 귀환했을 때 썼던 배를 아테네 인들은 오래 보존했는데, 당연히 목재니까 시간이 지나자 낡은 판자가 생기고, 더 튼튼한 판자로 갈아 수리한 것이죠. 그런데 그렇게 계속 갈아 끼우다 보면, 어느 시점 테세우스가 사용했던 원래의 배 조각은 하나도 남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배는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바로 오리지날리티에 대한 질문인데요. 특히 옆 동네 일본이 목조 건축물을 몇 년마다 허물고 새로 짓는 것으로 유명하죠. 그럼에도 그 문화재는 현대의 창작물이 아니라 문화재로써 인정이 됩니다. 불교나 서양 철학에서도 이 절대 불변한 ‘자아’ 혹은 오리지날리티에 대해 수많은 문답이 있었지만 저는 불교적 해답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자아란 없다(무아). 어차피 사람들끼리 합의해서 정한 것에 불과하고 집착할 필요는 없다. 더 오타쿠 적으로 나아가면 공각기동대의 메타 휴먼, 매트릭스의 트랜스 휴머니즘 같은 게 나오겠지만, 이런 철학적 사고가 이미 앞 시대에서 다뤄졌던 것처럼 NFT가 보증하는 ‘원본성’이라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조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이 정도의 고민거리까지만 던지고 도비의 시사 브리핑은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 기사 및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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