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뚜거리탕을 먹기 위해, 강의를 하다
언제였을까? '뚜거리탕'에 대한 10세의 열망이 시작된 것이?
10세는 먹고 싶은 걸로 OTT화면을 바꾼다. 작년 겨울부터 넷플릭스 프로필이 뚜거리탕이었으니, 족히 반년은 넘은 것이다(참고로 왓챠 아이디는 '박달대게 VS 뚜거리탕', 둘 다 먹고 싶은 내면의 욕망을 이렇게 표현했다).
수개월 째, 10세의 '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 1위'에 올라있는 뚜거리탕 음식점은 양양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름도 특이한 뭔지는 잘 모르는- 뚜거리 탕을 먹겠다고 3월쯤 강원도 가려고 예약을 했었다. 그러다 단체로 릴레이 코로나에 걸렸다. 당연히 예약은 취소였다.
10세는 확진 다음날, 먹고 싶은 음식을 십여 분 만에 50여 개 정도 써냈다. 당연히 뚜거리탕도 있었다. 무려 6번째였다.
'뚜거리탕'이란 무엇인가? 사실 아직도 잘 모른다. 이름도 낯설다. 검색해 봐도 여전히 감이 안 왔다. 그러나 약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뚜거리탕은 우리 집에서 툭하면 나왔다. 무얼 먹으면, 뚜거리탕은 이것보다 맛있을까? 맛없을까? 같은 화제로 -결론도 없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자꾸 말이 나오니 힘이 생겼다. 일종의 '구전 신화(?)'랄까? "나는 강렬히 무엇을 먹고 싶다"라는 의지를 현실의 언어로 표현한 것이 바로 '뚜거리탕'이었다.
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10세는 '뚜거리탕'은 어떤 맛일까. 언제 먹을까. 양양을 가야 하는 데를 외쳤고! 그의 중학생 누나는 그게 뭔데, 왜 내가 너 때문에 강원도까지 가야 하나(결국 안 갔다)를 외쳤다.
지성이면 감천인지 하늘이 10세의 뜨거운 사랑에 보답했다. 나에게 홍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인터뷰 글쓰기 강의 의뢰가 들어온 것이다. 선생님은 미안해하시며 거리도 있고, 코로나 시절이니 줌 강의도 괜찮다고 하셨다. 그러나 내가 굳이 가겠다고 했다. 일단 대면 강의가 좋아서가 기본이지만, 이 핑계로 뚜거리탕의 욕망의 뫼비우스 띠를 끊고 싶었다. 금요일 나 홀로 먼저 가서 강의를 먼저 하고, 저녁에 10세와 남편을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양양에서 1박을 한 뒤 '뚜거리탕'을 먹기로 했다. 그러니까 이 여행은 오로지 '뚜거리탕 먹기'가 목적이었다. 뚜거리탕이라는 이름도 잘 안 외워지는 이 음식을 먹기 위한 1박 여행을 받아들일 수 없던, 중학생 13세는 친구집에서 하루 자기로 했다.
강의가 끝나고, 5시쯤 홍천 시내에서 두 부자를 만났다. 10세는 줄넘기 학원에 갔다가 바로 왔다며 배가 살짝 고프다고 했다. 나도 그랬다. 남편이 홍천에 맛집이 있다며 검색을 했다. 고기가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그래 좋아. 하고 출발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홍천을 홍성으로 착각하고 홍성 맛집을 검색했던 것이었다. 이미 고속도로 위로 달리는 중이라, 또 찾기도 힘들었다. 계획을 변경해 그냥 양양으로 바로 달려, 뚜거리탕부터 먹자고 했다. 10세는 배가 고프지만 뚜거리탕이라면 참겠다고 결연하게 말했다.
홍천에서 양양까지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가는 길에 10세는 멀미가 난다고 했다. 멀미인지, 배고픔의 불쾌감인지 모르겠다고 괴로워했다. 그래도 그 와중에 눈을 빛나며 독립투사 같은 멘트를 날렸다. '뚜거리탕 먹기 전에 휴게소 음식 '따위'를 먹을 순 없다'라고.
그렇게 목표가 눈앞에 있었다. 아니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뚜거리탕은 그렇게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이게 뭐라고?)-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