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과 새로움 사이

내가 줄 수 있는 ‘기분좋은 바람’은?

by 문수정

최근에 가전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발뮤다’라는 브랜드를 알게 되었다. 나는 체질적으로 에어컨을 싫어해서 여름엔 선풍기가 필수이다. 하지만 피부를 직접 때리는 선풍기 바람조차도 힘들어 항상 간접 바람을 만들어 더위를 식히곤 한다. 나처럼 선풍기 바람을 오래 쐬면 머리가 아프거나 불편한 사람들의 니즈를 착안하여 선풍기를 오래 쐬도 머리가 아프지 않은 선풍기로 유명해진 것이 바로 발뮤다 선풍기이다.


발뮤다 선풍기를 개발한 테라오 겐은 어린 시절 곤충을 잡기 위해 숨을 참고 나무에 다가서면 불어왔던 바람, 자건거를 타고 달릴때 온몰을 감싸던 기분 좋은 바람을 추억하며, 자연의 바람을 만들어내는 선풍기를 만들수는 없는지 이런 의문에서 브랜드가 시작했다고 말한다. 당시 노트북 거치대를 만들어 팔던 그는 자신의 공장을 방문했을 때 장인들의 선풍기 바람을 벽에 부딪혀 한번 튕겨 나온 바람을 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야 오래 쐬어도 괜찮은 부드럽게 퍼저나가는 바람으로 바뀐다는 것을 내 경험처럼 그들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연의 바람이 넓게 퍼져 나가는 것에 비해, 선풍기 바람은 소용돌이처럼 회전하며 나아가는데, 이 소용돌이가 바람을 인공적이고 직접적으로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됨을 찾아낸다. 그리고 결국 이 소용돌이 바람을 없애고 기분좋은 바람을 주는 이중날개를 개발하게 된다.


발뮤다 선풍기는 그들의 제품을 이렇게 소구한다. 우리는 자연의 바람을 재현했다고, 기분 좋은 바람, 넓게 퍼지는 바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고, 푸른 잎이 우거진 나무 밑에서 바람을 맞으며 쉬는 느낌이라고 오직 ‘바람’만 이야기한다. 보통 쿠팡에서 선풍기가 3만원대 내외로 팔리고 있는 반면, 이 선풍기는 최소 55만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간 200배 이상의 매출성장을 보여주었으니 그 반응이 얼마나 뜨거운지 짐작이 간다. 발뮤다의 선풍기는 선풍기를 재정의했다. 그리고 선풍기라는 제품을 넥스트레벨로 올려놓았다. 이제는 나의 찐팬 1000명만 있으면 모든 비지니스를 성공시킬 수 있는 시대라 할만큼 이렇게 진짜 팬심을 일으킬 소비자의 필요를 민감하게 알아채어 가치로 만드는 것에서 성공의 일면을 본다.



병원의 매출을 성장시키는 일을 하는 나는 병원의 브랜드를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기술이나 본질적인 전문성이 물론 우선되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숨은 가치를 어떻게 발견하고, 스토리로 풀어내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발뮤다의 브랜드가보다 좋은 성능의 선풍기 아니라기분좋은 바람을 주는 선풍기으로 성공한 것처럼. ‘기분좋은 바람’이 주는 가치는 20배가 넘는 가격을 주고도 구매하게 만든다. 선풍기의 기능이 가진 익숙함에서 벗어나 기분좋음이라는 새로운 가치가


최근 컨설팅 비용이 부담이 된다며 계약을 미룬 고객이 있었다. 비용은 핑계일테고 속내는 선택할만한 동기와 가치가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내 고객들이 비용이나 시간을 지불하거나 또는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얻고 싶은 가치는 무엇일까? 경쟁업체들과 비교해서 나아지기 보다, 완전히 달라지게 하려면 어떤 가치가 필요할까? 내가 제공할 있는기분좋은 바람 무엇일까? 어제랑 비슷한 고민들, 비슷한 책임감, 비슷한 답안지를 가지고, 오늘도 같은 책상에 앉았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진다. 익숙함에 둘러싸여 있는 안정감이 나에게 comfort zone에 머물게 했구나. 다시 새로움으로 바라보고 싶다.


쉽게 지나쳐버리는 순간을 포착하는 관찰력, 똑같은 것을 다르게 보는 눈이 부럽다. 마음을 깊게 터치할 수 있는 공감력, 구구절절이 아닌 한마디로 담는 통찰력이 탐난다. 그래서 매일 조금씩 다르게 보는 연습을 한다. 다른 길을 가보고, 다른 커피를 마시고, 낯선 장소에서 처음보는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새로운 에너지를 주는 모든 것에 마음을 열고, 익숙한 것에서 오는 내 고정관념을 버리는 연습을 한다. 어그러진 계약과 함께.


올 여름엔 큰 맘먹고 발뮤다의 팬이 되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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