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그냥 당신의 주장아닌가요?
디자이너가 작업한 결과물이 업무기한에 맞춰 노션에 업로드됐다는 알림이 왔다. 결과물을 본 느낌은 한마디로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직원을 불러 문제점을 언급하며, 이게 과연 우리의 목적에 맞는 결과물인가라는 질문에 담당자의 대답은 이렇게 돌아왔다.
“시간이 너무 빠듯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결과물의 퀄리티가 안좋은 이유가 시간이 부족해서라는 것은 그냥 당신의 주장 아닌가요? 결과물의 퀄리티를 위해 시간이 부족하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을 해야죠”
“제시해주신 기한을 무조건 마쳐야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 날 대화가 이것이 전부이진 않지만 대략적인 맥락은 위와 같았다. 만약 일의 기한을 정하는 초기에 담당자가 다음처럼 말했다면 어땠을까?
“이 디자인의 목적은 고객전환율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그러려면 이 레퍼런스 정도로 아웃풋이 나와야 되는데, 그러려면 시간이 00정도 필요합니다. 만약 시간을 더 앞당겨야 한다면 이러한 자원(일부 외주, 협력, 업무분장 등) 필요합니다. 이 부분이 보강된다면 기한을 맞출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레퍼런스의 경우 기존과 다르게 이런 기능이 들어있기 때문에 기존 방식보다는 시간과 몰입이 좀더 요구됩니다”
만약 이런 접근이었다면 나는 합리적으로 시간을 더 주거나 기한을 맞추기 위해 자원을 투입하는 것 중 하나를 결정했을 것이다. 디자인을 가지고 나는 고객을, 고객은 그들의 고객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냥 시간에 맞춰 디자인의 수준을 맞췄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원하던 원하지 않던 모두 매일 마케팅을 한다. 상사나 동료에게 내 의견을 관철시키는 것도, 월급을 올려받는 것도, 중국집에서 주문한 탕수육이 내 접시에는 더 많이 담기게 하는 것도 말이다. 마케팅은 설득의 과정이다. 설득을 잘하는 사람이 결국 일도 잘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알고, 발생할 문제를 미리 검토하므로, 일이 쉬워진다. 빨라진다. 다시 수정하거나 보완할 일이 줄어든다. 이 때 설득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왜’이다. 그 이유를 보자.
‘왜냐하면 효과’는 하버드대학 심리학자 엘렌 랭어의 실험에서 알 수 있다. 복사기 앞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한테 양보를 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실험이다. 첫번째 그룹은 “죄송합니다만, 제가 지금 다섯 장을 복사해야 하는데 먼저 복사기를 사용하면 안될까요?”라고 요청을 한다. 두번째 그룹은 첫번째와 같은 말에 “왜냐하면 바쁜 일이 있어서요”라고 덧붙여 말한다. 결과는 첫번째의 양보율은 60%, 두번째는 94%로 나타났다. 심지어 세번째 요청은 동일한 설명에 “왜냐하면 제가 꼭 복사를 해야 하거든요”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제시함에도 93%로 나타났다.
물론 엉터리 이유를 대라는 뜻은 아니다. 이처럼 엉터리 이유에도 반응을 하는 이유는 인간은 본래 다른 사람들의 정당한 요구는 받아들이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설득과정에서 왜why 목적을 언급하는 것은 근거제시가 된다. 목적을 상기하는 것으로 서로 팀이 되고, 협력자가 된다. 담당자가 피해자의 입장에서 변명을 할 필요가 없다. 또 일은 혼자 할 수 없다. 직간접적으로는 누군가와 반드시 연결이 되어 있다. 그래서 ‘왜’를 알면 각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다른 이의 역할을 알면 일의 순서와 과정까지 알게 된다. 이걸 아는 사람은 누구든지 설득이 가능하다.
일을 통해 성장하고, 나의 가치를 인정받길 원한다면 설득자가 되자. ‘왜 이 일을 하는가, 이 일의 목적은 무엇인가, 누구를 위한 일인가, 관련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 질문의 답을 알고 시작한다면 논리에서 절대 밀릴 수 없다. 근거가 없는 주장을 할 수가 없다. 고객이나 상대방에게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자원(시간이나 비용)이나 방법을 알리고, 선택하게 하자.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 설득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주장은 동의가 안되니 서로 다른 경계선에 머물지만, 설득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시키는 윈윈의 과정이 된다. 설득의 기술인 why야 말로 마케팅 세상에서 돈되는 꿀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