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과 비범사이

난 언니처럼 평범하게 사는게 꿈이야!

by 문수정

내 동생은 현재 프랑스 뒤종대학의 수학교수이다. 파리랑 스위스를 옆집 드나들 듯 방문하고, 컨퍼런스 때문에 전세계를 다닌다. 자기 소유의 집이 있고, 종신 교수라 미래도 안정적이다. 누군가에게 워너비같은 삶을 살고 있는 동생이지만 '난 언니처럼 평범하게 사는게 꿈이야'라고 한다. 내가 평범하게 살아서 부럽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반응을 못하고 있었다.


동생은 한국에서 철학과를 입학했다가 1년만에 중퇴를 했다. 그리곤 헐리우드로 가서 electric guitar 를 배워 정식 musician institute를 졸업했다. 졸업 후 한국에 왔다가 먹고 살 것이 없어보이자 스위스로 가서 1년간 불어를 배우더니 거기서 수학 학사,석사,박사를 했다. 현재는 프랑스에서 교수생활을 한지 몇 년이다. 물론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다. 비자때문에 고생도 했고, 부당한 차별도 당해서 타지에서 오기로 버텨왔다고 한다. 결혼에 실패해서 나름 상처도 있다. 이 정도면 보통 생각하는 평범이라는 사회적 관념으로 봤을때 충분히 평범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럼 평범해서 부럽다는 내 삶은 어떤가. 나는 적성에 안 맞는 대학에 들어가 겨우겨우 턱걸이 졸업을 했다. 졸업 후 취직도 못하고 철없이 어학연수를 갔다가 소득없이 1년만에 와서 바로 결혼을 해버렸다. 무리하게 분양받은 집은 금융위기로 감당하지 못할만큼의 빚으로 변했다. 빚을 갚기 위해 직장을 다녔고, 아이를 갖기 위해선 3년 넘게 불임 클리닉을 드나들었다. 어느 날 우여곡절끝 얼떨결에 반강제적으로 오너가 되었다. 너무 힘들고, 일을 그만두고 싶어서 암이 걸렸으면 했던 때도 있다.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평범한가?


동생은 해외에 혼자 있으니 명절,생일,가족행사 등은 나 혼자 항상 챙겨야 했다. 동생이 원할 때 1년 휴직을 하면서 자기 연구를 하는 걸 보며, 매일 만원버스를 타는 내 모습을 초라하게 여겼다. 내가 복잡한 동해안에 여행을 다녀올때 동생은 여유롭게 이집트를 다녀왔다. 동생은 월급이 많지 않아도 조금만 대출을 받으면 원하는 그림같은 아파트를 사는게 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평범치 않은 특별한 삶이라며 부러워했다.


동생은 나더러 평범해서 좋겠다 했고, 나는 동생이 비범하다며 부러워했지만, 정작 나는 한번도 내 삶이 평범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지금까지 정말로 단 한 순간도. 심지어 나는 내 삶은 왜 이렇게 유별나게 힘들지? 왜 나는 평범하게 살지 못하지? 라는 생각을 했던 때도 많다. 동생이 비범해서 부럽다고 했지만, 나도 막상 평범하다면 행복할텐데 하며 '평범함'을 꿈꾸었다.


쌍리단 길에서 한때 떴던 '노말 키친'이라는 곳이 있다. 한쪽벽에 씌여있던 글귀가 생각난다. '평범함이 때론 가장 특별하다'라는 글. 가만히 보면 평범한 일상이라고 느낄 때가 가장 행복하다. 매일 비범함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막상 평범함에서 행복을 느낀다. 매 순간 모든 사람은 특별하고 남다른 삶을 살며, 각자의 역사를 만든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평범함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이쯤되면 평범한 삶이란 과연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각자의 시간이 다 아프고 힘들고 비범하기에 평범하면 행복할거라는 파랑새를 쫒고 있는 것일수도.


그 날 나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동생에게 했던 내 대답은 결국 이거였다.

야! 평범하게 사는게 얼마나 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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