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언트의 브랜드컬쳐북은 항상 만들어오던 우리였지만 막상 우리만의 컬쳐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뉘우치고 이번 기회에 저희도 앤씨의 자기다움을 정립하고, 가치관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브랜드 컬쳐북 진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꽤 오랜 시간 걸렸지만, 정말 의미있는 결과가 나왔기에 내부에 있는 모든 앤씨식구들은 만족하며 정기적으로 리뷰하고 있습니다.
초반 계획은 철저히 컨설팅 방법론에 입각한 완벽한(?) 플래닝이었으나 중이 제머리 못깎는다고 했던가요?
일정을 리드해가는 컨설턴트가 내부에 있다보니 결국 최종 일정은 우리 마음대로 변경되더군요. 타이트한 일정을 잡고, 3개월을 예상했지만 결국 완료하고 보니 훨씬 더 길어졌습니다. 이래서 브랜딩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 리딩은 제 3자가 이끌어가는 구조가 맞다는 생각도 듭니다. ㅎㅎ
결국 우리는 천천히 걷기로 했습니다. 저는 내부 구성원들이 클라이언트가 요청하는 각종 업무를 하며 바쁜 걸 보고 있자니 우리 브랜드 북을 위한 시간을 조금씩 양보할 수밖에 없더군요. "브랜드 가치 수립을 가장 초우선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라고 원장님들한테 외쳤지만 막상 제가 지키지 못했네요.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정해진 미팅 시간에만 국한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고, 다른 공간에서 다른 생각을 하되 "우리가 누구인지, 왜 존재하는지, 세상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고, 어떤 쓸모를 다하고 살고 싶은지에 대해" 시간이 날때마다 이야기했습니다.
되돌아보면 주로 먹고 마시며 돌아다니며, 게임하며, 수다떨며, 우리의 가치관 내용이 다 완성되었습니다. 자연스러움 속에서 나타나고 모여진 생각들이기에 글로 풀기가 더 쉬웠지요.
언어가 주는 힘이 있습니다. 사람은 언어로 사고하고 언어로 이해합니다. 어떤 언어를 쓰는지가 그 사람이 되고, 그 조직이 되고, 문화가 되고 회사를 이룹니다. 우리의 언어를 정리하고 규정하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는 것을 글에서 마음으로 느끼는 시간이었죠.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하나의 단어, 문장으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미 학습이 되고, 그 가치관에 동화가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따라서 이것은
우리 안에 있는 현상을 기록하기도 하지만, 지켜야 할 무언가를 정리하므로 원칙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또한 지킬 것과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규정하므로 비전의 선포가 됩니다. 저는 이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언어를 꺼내고 쪼개고, 카테고라이제이션을 하고, 덜어내고, 다듬은 결과
순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우린 이 프로젝을 마친 후 한 줄 요약으로 "계획은 창대했으나, 결과도 창대했다"고 썼습니다.^^
1. 머리속에 떠돌던 보이지 않는 공기속에 떠돌던 것들을 명문화하면서 보다 명료해졌습니다.
즉,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버려도 될 것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2. 어떤 인재를 뽑아야 할지 인재상이 더욱더 명확해졌습니다. 결이 맞는 사람과는 오래갈 수 있습니다, 상호 행복할 수 있습니다.
3. 덕분에 더 많이 먹고 더 이야기했습니다. 주제가 있으니 풍성하고 깊이있는 대화가 가능했죠. 대화의 화수분..을 체감. 이 시간동안 세상살이(?)에 대한 삶의 이해가 깊어졌습니다.
4. 서로 더 깊이있게 알게 됬지요. 회사를 움직이는 건 결국 한 사람 한사람이니까. 말의 양만큼 사람을 알게 되더군요.
5. 무엇보다 리더인 내가 이 회사를 앞으로 어떻게 끌고나가야 할지 명확한 방향성이 생겼습니다.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모으는 구심점이 보다 뚜렷해졌습니다.
6. 전직원이 기록이 습관화되었어요. 이 컬쳐북 외에 더 많은 분량의 업무매뉴얼이 완성되어 버렸습니다.!!! 우리는 분명히 문화를 정리했는데, 업무가 정리되고, 일의 속도가 빨라지고, 절차가 간소화되었습니다.
7. 이런 기록이 전파력이 되고, 그것이 규정이 되어 일일이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아도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국 업무 관련 미팅하는 시간이 급격하게 줄었죠..ㅎㅎ 아니 거의 필요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일관련 회의를 한지 언제인지 기억이 안나니까요.. 그만큼 각자 알아서 자기의 역할을 하고 기록하고 있기 때문! 정말 큰 결실이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