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들어주는 선물가게》
《고민 들어주는 선물가게》 (임태희 글, 오윤화 그림, 주니어김영사, 2009, 190427)
어린이들의 고민을 동화로 써내려갔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어린이 동화를 많이 읽을수록 어린이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뚱뚱했던 사람은 사람들이 좋아히지 않는구나, 난 아무래도 가수ㅡ이 꿈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아까 네 일에 나서 줬다고 해서 너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뜻은 아니야, 미안하지만 오해하지 말아 줘.’
예예, 요! 나는 권효진,
5학년 2반에서 가장 무겁지,
그렇지만 노해 하난 끝내주지,
몸무게는 전혀 문제 안 되지,
오늘 나의 숨은 실력 보여 주지,
장기자랑이 끝나자 두리가 나에게 슬쩍 다가왔다.
“권효진, 너 노래 정말 잘하더라, 왜 여태까지 그런 능력을 숨기고 있었냐? 얌체같이!”
나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칭찬해 줘서 고마워, 사실 나는 가수가 되는 게 꿈이야.” (---)
“그랬구나! 어쩐지, 나중에 너 가수되면 내가 매니저 할게, 월급 많이 줘야 해.”
나는 새롬이가 웃을 때 치아교정기가 반짝이는 것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아빠 생각이 났다. 아빠는 어금니가 아파도 치과에 갈 돈이 없어서 버티다가 결국 이를 뽑고 말았다. (---)
나는 읽고 있던 책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기분이 허전해서인지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가. 문득 어제 받은 통장이 떠올랐다. 나는 주머니에서 통장을 꺼내보았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짙은 먹구름이 해님을 가리고 있었다. 55
하지만 가난하게 태어났다고 그대로 가난하게 살아가는 것은 세상에 지는 행동이 아닐까? 지금 내 인생 통장에는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지만 처음에는 분명히 방긋 웃는 해님이 있었다. 나는 해님에게 그 웃음을 다시 돌려주고 싶었다. 57
“공부가 지겨워, 다 그만두고 도망치고 싶어, 하지만 난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어, 공부 말고 잘하는 게 없는 걸. 일등마저 놓친다면 난 정말 쓸모없는 아이가 될 거야, 다음 시험에서 올백을 맞을 수 있을까? 내일 학교에 가기 정말 싫다. 내가 빠진다고 서운하게 생각하는 애는 아무도 없을 거야, 어차피 난 친구도 없잖아, 엄마는 친구 따위는 필요 없다고, 전부 경쟁상대릴 뿐이라고 하지만, 난 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를 사귀고 싶은데---.”86
“힘내, 인마!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잖아, 안 그래?”
나는 히죽 웃었다. 그 말은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한 찬희
나는 날개가 붙어 있던 자리를 손가락으로 만져 보았다. 까칠까칠했다.
‘차라리 잘됐어, 이게 이 아이의 본모습이 아니었을까? 이 아이는 애초부터 천사가 아니었던 거야, 이 아이에게 날개는 무겁기만 했을 거야.“ 113
“칭찬은 언제나 달콤하지.”
“그래, 칭찬은 달콤해, 예전에는 착하다는 말을 들으면 신이 났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싫어, 착하다는 말 속에 꼼짝없이 갇혀 사는 기분이야.” (----)
“이 아이 말이야, 이제 날지 못할 텐데 어쩌지?”
나는 날개 잃은 천사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땅에서 행복하게 살면 돼, 다른 인간들처럼.”116
친구가 많지만 정작 마음을 주고 받는 친구가 없는 보균
우리가 없으면 강보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려주려고 그러는 거야, 보균이 걔, 우리가 잘해 누리가 잘해 주니까 자기가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착각하잖아, (---)“140
(헤어진) 엄마는 전화를 끊기 전에 한참 뜸을 들이다가 이렇게 말했다.
“네 걱정 많이 했는데, 잘 자라 줘서 정말 고맙다. 태준아.”
나는 울컥 목이 메어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내가 정말 잘 자란 거라면 그건 엄마 아빠를 위해서 잘 자란 것이 아니다. 엄마와 아빠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 각자의 길을 선택했듯이 나도 나 자신을 위해서 잘 자라고 있는 것뿐이다. 고맙다, 미안하다,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149
“태준아, 뉴질랜드에 계신 엄마 이야기를 먼저 꺼내 줘서 고마워, 지금까지 우리 가족은 정말 이상했어, 서로 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 껄끄럽고 불편했잖아.”
새엄마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말했다. 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