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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Apr 30. 2021

나를 찾고, 행복도 찾고!

《2인조》(이석원, 달)

  《2인조》는 작가 이석원의 에세이 집이다. 그는 의과대학을 들어가려 했었다. 그 뒤에 그는 이런저런 일을 했지만, 나중에는 음악과 글쓰기로 생활을 했다. 음악을 좋아했지만, 음악으로 생활하기가 어려웠다. 작가로 살기 위해 음악을 그만두었다. 음악을 접고 글쓰기만 하면 스트레스를 적게 받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음악을 그만두고 나서 한동안 아무 일도 못 하는 무기력증이 찾아왔다. 

  나도 저자와 비슷한 일을 경험했던 적이 있다. 논문을 쓰다가 힘들어서 그만두었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무 일도 못 하고 괴로워했던 기억이 난다.  

    

  저자는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병원에만 의지하지 않았다. 자신의 50여 년의 인생을 돌아보고 고치고 정리할 것이 있을 것이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병을 고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책에는‘자기 자신을 찾으면서 공황장애를 고치고 행복해지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는, 전문적인 방법이고 현명한 행동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 보건소나, 심리상담소에서 상담가에게 정신분석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의학적인 탐색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말하고 스스로 해보기로 한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모르고 산다. 법정스님은 무소유(無所有)를 말했다. 현대사회에서 무소유가 가능한 삶일까?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법정스님이 말하는 무소유는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재물, 권력, 명예가 아닌‘자아(自我)’를 찾으라는 뜻이라 생각된다.      

  

  세계적인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도 매일 명상을 통해 자기분석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애제자인 라이너 풍크는 그의 저서 《내가 에리히 프롬에게 배운 것들》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정신분석은 합리화가 쓰고 있는 가면을 벗겨 내는 수단으로 이성을 사용한다. 말하자면 이성을 사용해 합리화를 비판적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인간이 옮고 그른 것을 구분하도록 돕는 게 정신분석의 주목적이다.” 
 
  즉, 명상이나 ‘자기성찰’,‘자기분석’ 등을 통해 ‘자동적 사고’가 아닌, 이성으로 ‘대안적 사고’를 찾는 게 치료에 이르는 길이라고 본 것이다. 
 

  저자는 자기분석을 통해 치유의 길을 찾아가고 있으며, 이 일기 형식으로 썼다. 쉽지 않은 일인데 알기 쉽게 이야기한다. 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저자는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으려고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를 자각(自覺)한 후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른 사람의 규정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것. ” p.340 


  전문용어로 말하면 ‘자기결정권’인데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풀어냈다. 자기결정권이란 누구의 강요 없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헌법 10조에 보장된 권리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울을 겪고 있는 나도 공감이 간다. 그런 공감이 책을 깊이 읽게 했다. 저자는 공황장애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공황장애는 무기력을 동반하며 일에 대한 추진력이 약해진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작은 일이라도 하는 것이다. 큰일도 작게 나누어서 하면 쉬워진다. 이론은 그렇지만 우울이 심해지면 작은 일도 하기가 싫어진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저자는 일을 만들어서라도 하려고, 할 일 노트를 만들었다.  

    

 “오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한다. 청소, 설거지, 고무장갑 라지 사이즈로 사 오기 등등,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노트에 적어놓고는 그날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지워가며 하다 보면 희한하게도 또 그다음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 p. 50   

   

  이런 행동은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우울증 치료의 교과서와 같은, 데이비드 번스의 《필링 굿(feeling good)》에 나오는 ‘일일 활동 계획표’와 비슷한 활동으로 할 일을 시간대별로 기록하고, 저녁에는 한 일을 점수로 매겨 자신이 한 일을 점검하도록 한다. 저자도 ‘할 일 노트’대로 움직였기에 치유의 길, 행복의 길로 갈 수가 있었다고 본다.     

《2인조》에서 공황장애 치료에 주목되는 부분은, ’나를 살리기 위한 지침 다섯 가지’이다.     

“1. 내 탓 하는 습관 버리기

 2.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끊임없이 긍정하는 습관 갖기

 3. 미루는 습관 버리기. 

 4. 스스로 자주 선물해주기

 5. 잘 쉬는 법 익히기” p.65       


  이런 지침을 잘 지키는 것은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우울증 환자가 백만 명(건강보험공단 2013년 우울증 환자 5.3퍼센트: 아산병원 정신의 학과 신용욱)이 넘는다. 그런데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30만 명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만큼 정신건강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치료를 못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많은 이들에게 유익한 정보가 많다. 중간에 초록색으로 인쇄된 글자는 회색 지면을 환하게 해주고, 눈의 피로도 가시는 듯하다. 거기에 중요한 정보가 보이기도 했다.
  

  아쉬운 점 두 가지를 말하고자 한다. 첫째, 띄어쓰기의 오류가 있다. 저자는 음률과 맞춤법은 저작 의도에 따른다고 했지만, 띄어쓰기가 눈에 거슬린다. 둘째, 명칭을 바르게 사용하지 않았다. 이 책은 2019년의 일기이다. 저자는‘정신신경과’라는 명칭을 썼다. 이는 정식명칭이 아니다. ‘정신건강의학과’가 바르다. 2011년에 ‘신경정신과’에서 ‘신경과’와 ‘정신과’가 분리되었고, ‘정신과’는 ‘정신건강의학과’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행복을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다음과 같다. 


    “솔직함에서, 솔직할 수 있는 자유로부터, 

    시선에서의 자유와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는 용기에서 온다.”
 

  우리나라는 경제 10위권인데, 행복지수는 50위(유엔의 2021년 발표)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란다. 행복을 방해하는 마음의 병은 우울증이다. 의도치 않게 누구에게나 우울증이 찾아올 수 있다. 우울은 정신적 감기지만, 내버려 두게 되면 불안장애, 공황장애, 치매 등, 큰 병이 될 수도 있다. 요즘은 코로나 19로 우울을 앓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고 행복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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