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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Jan 31. 2022

우울증 증상의 유형

《나는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나는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노라 마리 엘러마이어(Nora-Marie Ellermeyer), 장혜정 옮김, 갈매나무, 2019)     


 저자는 독일의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이다. 독일은 심리치료사가 국가자격증으로 건강보험을 적용받는다. 우울증 환자를 치료하는 자신이 우울증에 걸릴 줄은 몰랐다고 하면서 자신의 경험과 전문가로서의 지식을 바탕으로 ‘내가 우울증을 앓았을 때 들었더라면 좋았을’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우울증 환자들이 자신의 심리적 위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우울증 환자들에게 자신의 진짜 감정에 귀 기울이고 삶과 그 삶의 한계를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우울증의 이론에 이르기까지 이론과 사례를 곁들여 책을 썼습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결혼하여 자녀를 낳은 이야기로 문을 연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최초로 우울증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아버지가 암에 걸려 돌아가시자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빠졌고 심각하게 우울한 상태로 그 슬픔에 휩쓸려갔다. 처음 몇 주 동안은 쇼크 상태였다. 이것이 탈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현실이기에는 너무나 비현실적이었고, 지금껏 내가 품었던 나의 자아상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심리적, 신체적 변화를 부인할 수는 없었다. 잠을 잘 수 없었고 너무 힘이 없고 피곤해서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어느 것에도 집중이 안 되고 책을 읽을 수도 오래 대화를 나눌 수도 결정을 내릴 수도 없었다. 나는 부끄러웠고 자존심이 상했다. 지금껏 내 안에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마음의 까마득한 심연으로 자꾸만 끌려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p33~4     


 나 역시도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그때 우울함이 있었지만, 우울증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 시절은 먹고 살기에 급급해서 미쳐 우울을 느낄 수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저자도 아버지를 일찍 여위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생의 ‘러시아워’라고 불리는 서른 살에서 마흔다섯 살 사이에는 왜 우울증이 많지 않을까? 아마도 이 시기는 직장에서 자리를 잡고 가정을 꾸려 아이를 낳아 키우는 때이므로 힘은 들어도 풍요로운 자아실현이 가능한 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중략) 정작 병은 긴장이 풀릴 때 찾아온다.” p69.   

  

우울증은 다음과 같은 증상으로 나뉩니다.

“- 정서적 증상

정서적 차원에서는 마음이 텅 빈 듯 허전하고 에너지가 고갈된 것 같고 의욕이 사라진다. 신경이 곤두서서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공격적이 되며, 혼자 조용히 있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중략)


- 의욕과 행동 증상

의욕과 호기심, 열정이 감소한다. 휴가를 내도 기운이 없어서 다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주말에도 잠만 자거나 드라마만 보고 있다. 안 그러면 도저히 다음 한 주를 버틸 수가 없다. 출근해서도 젖 먹던 힘까지 짜내야 겨우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예전에는 즐겁던 일도 전혀 즐겁지 않다. 무엇을 해도 억지로 노력을 해야 하고 세상만사가 다 힘들게 느껴진다. 운동하건 친구를 만나건 뭔가를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그럴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다. (중략)


- 인지 증상

 증상이 심해지면 자아상이 심각하게 왜곡된다. 더 살 힘이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은 자존감을 갉아먹고 열등감을 부채질한다. 환자에게 물어보면 다 할 수 있는 척, 다 아는 척 거짓말하는 '사기꾼'이 된 기분이라고 말한다. (중략)  


- 신체 증상

 두통과 근육통이 잦고, 머리가 멍하거나 어지럽다. 성욕도 식욕도 눈에 띄게 떨어진다. 단것과 커피를 엄청나게 먹고 마셔댄다면 그것 역시 탈진의 신호일 수 있다.” p134~7.   

  

역사적으로 우울증을 앓았던 사람들이 많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절규>로 유명한 에드라르 뭉크, 빈센트 반 고흐와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작가 버지니아 울프도 중증 우울증이 있었다고 합니다. 
 

 독일은 심리치료사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이 있습니다. 

“ 절제, 자유 연상, 균등하게 분배된 주의(evenly suspended attention)의 원칙을 준수한다. ‘절제’란 편견과 도덕적 잣대를 배제하고 환자가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도록 도와줄 뿐 섣부른 판단이나 평가를 자제하며 함부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말한다. 심리치료사로서 나는 전문지식과 공감, 환자의 인식을 통해 환자 스스로 이유와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한다. 환자가 찾은 해답이 내가 찾았을 해답과 전혀 다를 수도 있다. 환자와 대화를 나눌 때는 개인의 선호를 배제하고 열린 마음으로 관심을 갖고 환자가 정한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 p202~3.     


 우리나라도 심리치료사와 같은 제도가 건강보험을 적용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우울증에 걸릴 수 있습니다. 우울증에 대해 좀 더 관심 갖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좋겠고, 상담하는 사람도 읽으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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