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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Feb 02. 2022

장미꽃 향기 연필

     

 나는 그립니다. 하얀 종이에 그립니다. 내가 지나간 자리에 줄이 생깁니다. 줄이 모여 면이 됩니다. 어떤 면은 그림자고 되고, 담장도 되고, 나무도 되고, 풍경이 되기도 합니다. 

 그림에 색깔을 넣을 때도 있습니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을 씁니다. 몸에서 열정이 나올 때는 빨간 장미꽃을 그립니다. 빨간 장미꽃잎 한 장 한 장이 모이고, 꽃술도 나오고, 꽃봉오리가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꽃 하나는 생명입니다. 꽃 하나가 온 우주입니다. 사람이 태어나듯이 꽃도 태어납니다.      

 누구에게나 비밀이 있듯이 꽃송이에도 비밀이 있습니다. 꽃송이에 있는 비밀도 풀려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비밀을 푸는 사람에게는 지혜가 있을지 모르지만, 비밀을 풀고 비극이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제우스라 불리는 오딘은 지혜를 얻기 위해 미미르의 샘에 눈을 바쳤습니다. 델포이 신전의 사제 테이리시아스도 눈먼 장님이었습니다. 그러나 눈이 있어도 못 보는 우리보다 심안(心眼)으로 보이는, 진짜 봐야 할 것을 볼 줄 아는 것을 보여줍니다.

 때문에, 자신의 눈을 빼버린 오이디푸스가 영웅인가 봅니다.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로부터 테베를 구하고, 사람 중의 사람으로 제일 위대한 이가 되어 테베의 왕좌에 오릅니다. 허나, 사람 중의 가장 위대한 이의 지혜도 자신을 구하지는 못했습니다. 세상의 비밀을 푼 오이디푸스의 지혜가 정작 자기 삶에 대해서는 맹목이었던 거지요. 자신은 맹인으로 유랑하는 삶을 선택한 오이디푸스는 심안으로 삽니다. 험한 세상에서 못 볼 것 안 보고 사는 삶이 오히려 나을지 모릅니다. 오이디푸스를 통해, 가진 것을 내려놓는다 해도 아깝지 않은 세상이 있음을 배웁니다.    

  

 장미꽃의 비밀은 마음의 내면입니다. 세상 것을 다 내어놓는다 해도 나의 내면에 있는 비밀을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마음의 열쇠를 풀어보려 하얀 종이에 그리기를 합니다. 장미꽃 향기 연필로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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