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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Mar 01. 2022

나의 즐거운 순간

happy moment

  인생을 고해(苦海)라고 했습니다. 살면서 기쁘고 즐거운 순간보다 괴롭고 힘든 일이 더 많기에 그런 말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괴로움도 괴로움이 아닐 수 있고, 즐거움도 즐거움이 아닐 수 있습니다. 현역으로 생활 전선에서 힘들게 일할 때는 공휴일이 그리웠고, 휴가가 반가웠습니다. 먼 곳으로 여행을 가서 한 달만 쉬었다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은퇴하고 나니 시간은 넘쳐나는데 예전처럼 즐겁지 않습니다. 일할 때는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이제는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직장을 다닐 때처럼 간절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통 속에 기쁨도 즐거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통만 있어도, 즐거움만 있어서 삶은 무료해지지 않을까요?      

힘들 때를 나를 위로해줄 즐거운 목록을 만들고 싶습니다. 기분이 울적할 때마다 이를 실행하겠습니다.          

첫째, 책을 읽는 게 즐겁습니다. 책은 나의 유일한 벗입니다. 도서관이나 스터디 카페를 자주 갑니다. 책을 읽을 때는 다른 생각이 안 납니다. 지루할 때도 있지만, 독서가 좋습니다. 책을 통해 철학자를 만나고, 심리학자를 만나며, 시인과 소설가를 만납니다. 만나기 어려운 유명한 사람도 도서관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둘째, 글쓰기입니다. 예전에는 책만 읽었습니다. 독후감, 서평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를 하다 보니 글 쓰는 재미가 있습니다. 

 일기를 쓰면 하루를 돌아볼 수 있고, 독후감이나 서평을 쓰다 보면, 책을 깊이 볼 수 있고, 수필을 쓰다 보면 내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고, 시를 쓰면 마음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또, 글쓰기는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는 안전구역이라 스트레스 해소와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셋째, 손주와 놀아주기입니다. 딸과 아들을 키울 때는 몰랐는데 손주와 놀아주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손주가 오고 가는 길에 자동차로 동행합니다. 그런 시간이 나도 손주에게도 유익합니다.

 하버드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조지 베일런트는 《행복의 조건》에서 “노인은 젊은 시절 자기 자식을 키울 때보다는 손자를 돌볼 때 더 친근하고 더 현명하며 이해심이 더 풍부하다. (중략) 오직 그들만이 손주들에게 특별한 믿음을 끌어낼 수 있고, 과거에 대해 의미 있는 가르침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넷째, 음악감상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지만, 즐겨듣습니다.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이 베토벤의 ‘운명’을 들려주면서 작품 설명을 해주셨는데 ‘운명’을 감상하는 법을 알았습니다. 클래식을 들으면 마음의 안정감을 느낍니다. 아들과 며느리가 모두 음악대학을 나와서, 악기를 배울까도 생각했지만, 저는 음악감상으로 만족하겠습니다.     


다섯째, 영화관람입니다. 혼자 영화관에 갑니다. 내가 즐겨보는 영화는 예술영화, 독립영화입니다. 인천 ‘영화공간 주안’에 갑니다. 여기는 입장료도 쌉니다. 관람료가 천원입니다. 최신 독립영화, 예술영화만 상영합니다. 코로나가 심할 때도 갔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없고 나 혼자 관람한 때도 있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유형은 뮤지컬영화입니다. 뮤지컬영화를 보면 나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 사람같이 흥겨워집니다.

달빛 자전거 여행

여섯째, 여행입니다. 홀로 여행을 합니다. 전국 일주 자전거 여행도, 대중교통을 이용한 전국 여행도 홀로 했었습니다. 여행하면 근심 걱정도 날아갑니다. 진정한 여행자는 여행을 통해 세상을 탐구하고 자기를 발견합니다. 인생이 하나의 여행이지만, 골목길을 다녀도 여행과 같은 마음으로 다닐 수도 있습니다. 골목길을 다니면서 처음 보는 곳을 발견하기도 하고, 처음 보는 사람과 인사를 나눈다면 작은 여행입니다.   

   

나를 즐겁게 해주 건 여섯 가지입니다. 앞으로 즐겁게 해주는 목록이 생길지 모르지만, 현재는 이 목록을 충실해 즐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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