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노인이 살 곳을 찾아
9.5. 목. 실버타운 쇼핑
내년이면 아파트 계약이 만료된다. 이제는 아파트에서 더는 살고 싶지 않다. 아파트의 장점은 편리함이다. 단독주택은 몇 년에 한 번씩은 페인트칠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수리를 해야 한다. 아파트와 달리 냉난방 효율도 떨어진다. 아파트는 경비원, 미화원이 있지만, 단독주택은 그런 게 없으니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건축가 박철수는 자신의 저서 《아파트》 : ‘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했다. 아파트는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가진 자들은 더 많이 갖게 되고 못 가진 자들은 점점 가질 수 없는 게 아파트이다. 크기와 위치에 따라 사회적 정렬이 이루어진다는 게 《아파트》에서 말하는 것이다.
한국이 아파트공화국이 된 것은 국민성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왔다. 여럿이 모여 사는 데 거부감이 없다. 미국은 개인주의 문화이다. 그래서인지 단독주택이 많다. 6월부터 8월까지 미국에 있는 아들 집에 2달간 있었다. 아들도 집을 연신 고친다. 인건비가 비싸니 직접 수리를 한다. 단독주택은 수리해야 할 일이 많지만, 아파트는 크게 수리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내가 아파트엘 이제는 살지 않겠다고 한 것은 이제 실버타운엘 들어가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내년 6월에 계약이 끝나면 실버타운엘 갈 생각이다.
행복한 이모작 학교의 이수동은 자신의 저서 《쫌 앞서가는 가족》에서 ‘시니어공동체 주거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시니어공동체 주거는 내가 들어가기엔 너무 나이가 많다.
오늘 실버타운에 전화했다. 직원에게 내년 5월이나 6월에 입주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대기자가 많아서 장담할 수 없단다. 작년에 대기자로 신청을 하여 금년 5월에 방문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입주하려고 집주인에게 아파트를 빼달라고 말하니, 지금 빼줄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입주를 못 했다. 이렇게 지난 사정을 이야기하니 내일 아침에 직접 오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전화로 대기자 신청을 받았지만, 지금은 신청서를 작성하고, 대가자 예약금 500만 원을 입금해야 한단다. 이곳에 신청해서 입주하면 좋지만, 안되어도 다른 곳에 들어가야 한다. 여러 실버타운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쇼핑 아닌 쇼핑을 해야 할까 보다(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