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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태만

링겔만 효과

by 마음 자서전

함께 가면 덜 간다: 사회적 태만의 그림자

우리는 종종 함께일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때때로 우리의 기대를 배반한다. 여럿이 모여 과제를 수행할 때, 이상하게도 개인의 노력은 혼자 할 때보다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이걸 바로 사회적 태만이라고 부른다. 마치 여러 명이 함께 밧줄을 당길 때, 각자가 혼자 당길 때보다 힘을 덜 쓰는 것처럼, 집단 속 개인은 슬그머니 자신의 몫을 줄이려는 경향을 보인다.

55869484-41716696.jpg Maximilien Ringelmann

이런 사회적 태만은 생각보다 뿌리 깊고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 학교 팀 프로젝트에서 발표 준비는 뒷전이고 남에게 떠넘기는 친구, 직장 회의에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아이디어 하나 내놓지 않는 동료, 심지어 집안 청소 시간에 슬쩍 빠져나가는 가족 구성원까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수많은 댓글 속에 익명으로 숨어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거나, 봉사활동 현장에서 대충 시간을 때우는 사람들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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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책임감의 분산이다. 집단 속에 묻히면 개인의 존재감은 희미해지고, 자신이 조금 덜 노력해도 티가 나지 않을 거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생각이 똬리를 틀고, 결국 집단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익명성 또한 사회적 태만을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이다. 누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 굳이 힘들게 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이 대충 하는 것처럼 보이면, 나만 열심히 하는 게 손해라는 불공정한 인식(이른바 '봉 효과')까지 더해져 사회적 태만은 더욱 심화된다.

하지만 다행히 사회적 태만을 극복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개인의 기여도를 명확히 평가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중요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집단 규모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구성원 간의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과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각 개인의 역할이 얼마나 필수적인지 인식시키는 것도 노력을 끌어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집단 구성원 모두가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고 서로 협력하려는 적극적인 자세일 것이다.


결국 사회적 태만은 '함께'라는 가치 뒤에 숨어 우리 모두의 발목을 잡는 그림자와 같다. 이 그림자를 걷어내고 진정한 의미의 '협력'을 이루기 위해서는 개인의 책임감 있는 참여와 집단 전체의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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