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se Consensus Effect
착각의 공감대, 허위 합의 효과
우리는 종종 스스로의 생각, 믿음, 가치관이 세상의 보편적인 기준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거야'라는 막연한 믿음, 이것이 바로 허위 합의 효과다. 자신의 의견이 실제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된다고 믿는 이 인지적 편향은 우리의 사회적 인식과 판단에 깊숙이 관여한다.
허위 합의 효과는 왜 발생하는 걸까? 우리는 주로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의견에 더 쉽게 노출된다. 이러한 선택적 노출은 자신의 생각이 마치 사회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또한, 자기 중심적 편향은 자신의 관점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합리적이라고 믿게 하여, 타인 역시 같은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추론하게 만든다. 자신의 신념을 지지하는 정보에 더 주목하고 반박하는 정보는 무시하는 동기화된 추론 역시 허위 합의 효과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허위 합의 효과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 곳곳에 스며든다. 마케팅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선택했다'는 문구로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고, 정치에서는 지지율을 과장하여 유권자들에게 '대세'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사회적으로는 특정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제시되어 규범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허위 합의 효과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지닌다. 사회적 연결감을 강화하고 자신감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자신의 의견만을 옳다고 여기는 오만과 편견을 심화시키고 집단 사고와 같은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정치인들은 허위 합의 효과를 교묘하게 활용하여 지지 기반을 강화하고 여론을 유리하게 조성하려 한다. '국민 대다수가 원한다'는 주장은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마케팅 역시 '인기 상품', '베스트셀러' 등의 표현으로 소비자들이 자신의 선택이 다수의 선택과 같다고 느끼도록 유도한다. 교육 분야에서는 긍정적인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고 협력 학습을 촉진하는 데 활용될 수 있지만, 과장된 정보는 오히려 신뢰를 잃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교회에서도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신앙생활을 독려하는 데 활용될 수 있지만, 진실성에 기반해야 한다.
허위 합의 효과는 리 로스(Lee Ross)와 그의 동료들의 연구를 통해 처음 체계적으로 밝혀졌다. 그들은 가상적인 상황 제시와 타인의 선택 예측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선택을 다수의 선택으로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입증했다.
허위 합의 효과와 유사한 이론으로는 자신의 부정적인 측면을 타인에게 돌리는 투사, 성공은 자신에게 실패는 외부로 돌리는 자존감 유지 편향, 집단 내 의견이 극단화되는 집단 극단화,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선호하는 확증 편향 등이 있다. 반대로 자신의 긍정적인 특성을 과소평가하는 허위 고유성 효과는 허위 합의 효과와 상반되는 개념이다.
허위 합의 효과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자신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통계나 객관적인 자료를 확인하고,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며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는 것 또한 중요하다.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도 허위 합의 효과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개인주의 문화권에 비해 집단주의 문화권에서 허위 합의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허위 합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다룬 문학 작품이나 영화는 드물지만, 자신의 믿음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등장인물의 모습을 통해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조지 오웰의 "1984"나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 등이 그러한 예시다.
허위 합의 효과는 개인의 인식에 초점을 맞춘 인지적 편향인 반면, 집단 사고는 집단의 의사 결정 과정에 초점을 맞춘 현상이다. 하지만 개인의 허위 합의 효과는 집단 사고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의 생각이 전부가 아님을 인식하고 끊임없이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착각의 공감대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현실을 직시하는 것, 그것이 허위 합의 효과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