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firmation Bias)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마음:
인간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한다고 믿기 쉽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때때로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이 바로 확증 편향이라 불리는 심리적 현상이다. 자신의 기존 신념이나 가치관과 일치하는 정보에는 쉽게 눈길이 가고, 반대로 자신의 생각과 어긋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덜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의 작용이다.
영국의 피터 웨이슨(Peter Cathcart Wason)은 1960년대 "2-4-6 과제"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믿음을 확인하려는 경향을 입증하며, 이 ‘확증 편향’을 정립하였다.
마케팅은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활용한다. 특정 소비자층의 믿음을 강화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긍정적인 사용 후기나 전문가 의견을 제시하여 제품에 대한 호감을 높인다. 심지어 개인화된 추천 시스템은 소비자의 과거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그들이 선호할 만한 제품만을 보여주어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하지만 이러한 활용은 때때로 소비자를 오도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믿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정치 영역에서의 확증 편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지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긍정적인 면모만 부각하고, 반대 세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정보에 쉽게 귀 기울인다. 언론 또한 이러한 편향을 부추기기도 한다. 특정 성향의 매체는 자신들의 독자층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선별적으로 제공하며, 이는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종교에서도 확증 편향은 신앙심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신도들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일치하는 경험이나 경전 구절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반대되는 증거나 정보는 쉽게 간과한다. 기적 체험이나 예언의 성취 또한 자신의 믿음을 굳건히 하는 확증 편향의 강력한 동기가 된다.
역사 속 사건들을 살펴보면 확증 편향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마녀사냥은 당시 사람들의 믿음과 공포가 확증 편향을 통해 강화되어 무고한 이들의 희생으로 이어졌다. 드레퓌스 사건(Affaire Dreyfus) 역시 반유대주의적 편견과 확증 편향이 결합하여 정의를 왜곡한 비극적인 사례다.
그렇다면 이러한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자신이 편향된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자신의 믿음과 다른 관점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정보를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자신의 결론을 쉽게 단정 짓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야 한다.
현재의 우리나라 정치판에도 이런 확증편향의 경향이 나타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확증 편향은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적 경향이지만, 그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통해 우리는 더욱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마음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마주할 때 비로소 더 나은 이해와 성장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