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공평하다”라는 믿음은 우리 삶에서 중요한 심리적 기반이 되어왔다. 선하게 살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돌아온다는 공평한 세상 가설은 불확실한 세상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희망을 잃지 않게 만든다. 하지만 한국 정치 현실을 살펴보면 이 믿음과는 분명한 괴리가 존재한다. 권력과 부가 일부 특정 계층과 개인에게 집중되는 현상은 쉽게 볼 수 있는 현실이다. 부패와 비리가 드러나도 책임지는 모습은 드물고, 처벌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모습은 국민들에게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냉혹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키운다. 결국 많은 사람들은 정직하게 살아도 자신만 손해를 본다고 느끼게 된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이 부족한 것도 현실의 문제이다. 부패와 권력 남용이 벌어져도 제대로 된 책임 추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시스템 내 견제와 균형 기능은 무력해진다. 이로 인해 시민들은 분노하면서도 변화를 만들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 무기력해지곤 한다. 이런 무력감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평한 세상 가설은 현실 정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의 근원으로 남아 있다. 국민들은 정의가 실현되는 정치를 간절히 원하고, 부정과 부패가 뿌리 뽑히기를 바란다. 이 믿음은 투표, 언론 감시, 시민운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불공정을 극복하려는 동력이 된다.
한국 사회가 더 공평한 정치 문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투명한 권력 감시와 견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치인과 공무원에게 엄격한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고 법치주의가 확고히 자리 잡는 것도 중요하다. 공평한 세상 가설은 단순한 심리적 위안이 아니라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정치의 이상이다. 비록 현실은 이상과 다를지라도 그 믿음을 버리지 않고 시민과 정치인이 함께 노력할 때 비로소 정의롭고 공평한 사회가 가능하다. 한국 정치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우리 모두가 공평한 세상을 향한 신념을 잃지 않고 행동할 때 변화는 반드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