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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게 보내는 편지〉

일반적응증후군

by 마음 자서전

〈청년에게 보내는 편지〉

어제의 늙은이가 오늘의 청년에게


사랑하는 청년 여러분께.

이제 여든을 훌쩍 넘긴 한 늙은이가,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여러분을 바라보며 몇 자 적습니다.

제가 젊을 때의 세상은 단순했습니다. 먹고사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고, 내일을 걱정해도 그것은 밥과 잠, 가족의 생계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청년들은 밥보다 마음이 더 고픈 시대를 살고, 계시군요.


뉴스에서는 젊은 세대가 번아웃과 불안, 우울 속에 힘들어한다는 소식을 자주 전합니다. 처음에는 저도 “젊을 때는 다 힘든 법이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을 돌아보니, 지금의 세대가 겪는 고통은 단순한 ‘힘듦’이 아니더군요.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자기 자신을 증명해야 하고, 쉬는 시간조차도 불안하게 만드는 세상에 살고 계십니다.


여러분이 겪는 이 심리적 압박을 과학자들은 ‘일반적응증후군(General Adaptation Syndrome)’이라고 부릅니다. 사람의 몸과 마음은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 세 단계를 거친다고 하지요. 먼저 ‘경고기’에서 불안과 긴장으로 반응하고, 그다음엔 ‘저항기’에서 어떻게든 버텨내려 애씁니다. 그러다 너무 오랫동안 버티면 결국 ‘소진기’가 찾아와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다 닳아버린다고 합니다. 지금의 많은 청년들이 바로 그 저항과 소진의 경계에 서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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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의 저는 힘들면 친구 집으로 찾아가 밤새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이웃이 밥 한 그릇 건네며 “힘내게”라고 말해주던 시절이었지요. 지금은 세상이 너무 빠르고, 사람들 사이의 온기가 그때보다 얇아진 것 같습니다.


청년 여러분,

세상은 여러분에게 “더 빨리, 더 높이”를 요구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지 마십시오.

잠시 멈춰도 괜찮습니다. 너무 오래 참지 마시고, 완벽해지려 애쓰지 마시고, 마음이 지쳤다고 느낄 때는 그것이 게으름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신호임을 기억하십시오.

먼저 자신을 알아주셔야 합니다. 오늘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 무엇이 나를 지치게 하는가, 그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시기를 바랍니다. 글로 써도 좋고, 누군가에게 털어놓아도 좋습니다. 감정을 꺼내는 일, 그것이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그리고 혼자 버티려 하지 마십시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숨 쉬는 존재입니다. 친구에게, 가족에게, 혹은 상담자에게 마음을 나누는 순간, 이미 절반은 회복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것은 약함이 아니라 용기입니다.

아무리 바쁜 세상이라도, 자기 마음을 돌보는 시간만큼은 꼭 지키시기 바랍니다. 산책하며 하늘을 바라보고, 좋은 음악을 듣고, 잠시라도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그건 사치가 아니라 살아가기 위한 지혜입니다.

삶은 오르막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리막이 있어야 숨을 쉬고, 멈춤이 있어야 다시 걸을 수 있습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지금의 시간 속에서 자신을 다정히 바라보십시오.

그것이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가장 깊은 방법입니다.

저는 지금의 청년들이 참 안쓰럽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복잡하고 빠른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웃고, 배우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그 용기와 따뜻함이야말로 이 시대의 희망입니다.

오늘도 지친 하루를 마치고 이 글을 읽고 계신 청년에게 늙은이의 마음으로 조용히 전합니다.


“여러분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이 늙은이는 오늘도 여러분의 평안을 빌며 멀리서 조용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한 늙은이의 마음으로,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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