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모자
사랑하는 나리야,
이 편지를 조금 늦게 쓰게 되어 미안하다.
모자를 받고 바로 마음으로는 참 고마웠는데,
그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아버지가 말을 고르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다.
네가 준 명품 모자를 받아 들고
한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모자가 얼마나 좋은 물건인지보다도,
그걸 고르며 아버지를 떠올렸을
네 마음이 먼저 느껴져서
아버지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버지를 생각하며
이게 어울릴까, 쓰면 좋아할까
그런 마음으로 골랐을 너를 생각하니
고맙고 또 고맙다.
그 마음은 아버지가 이미 충분히, 넘치게 받았다.
다만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아버지는 네가 이렇게까지 애쓰면서
아버지를 챙기지 않아도 된다.
명품 모자보다
아버지에게 더 귀한 것은
네가 스스로를 아끼며 살아가는 모습이다.
너 자신에게는 인색하면서
아버지에게만 크게 쓰는 건
아버지 마음을 조금 무겁게 만든다.
아버지는 네가 부담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지내는 게 무엇보다 좋다.
이 모자는 고맙게 잘 쓰겠다.
쓰는 동안마다
아버지를 생각해 준
네 마음을 떠올리며 쓰겠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런 큰 선물 말고도
안부를 묻는 말 한마디,
잠깐 들르는 얼굴,
함께 웃는 시간이면 충분하다.
나리야,
아버지는 네가 뭘 더 해줘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리고 지금도
아버지에게는 가장 소중한 딸이다.
고맙다.
그리고 많이 사랑한다.
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