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속에 숨은 세 가지 강박

시험을 앞둔 교실에서

by 마음 자서전



기말고사를 앞둔 교실은 늘 비슷해 보인다.

모두가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펼치고,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고, 노트를 정리한다.

그러나 같은 장면 속에서도, 학생들이 견디는 마음의 풍경은 전혀 다르다.


1. “완벽해야 안심이 된다”

― 강박적 완벽주의 학생


민지는 공부를 많이 한다. 수업이 끝나면 그날 배운 내용을 다시 정리하고, 문제를 풀고, 오답 노트를 만든다. 그런데 시험 전날이 되면 잠을 거의 자지 못한다.

“혹시 이 단원이 빠진 건 아닐까?”

민지는 이미 충분히 준비했다는 걸 안다. 성적도 늘 상위권이다. 그런데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완벽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불안이 가시지 않는다. 그래서 한 문제를 여러 번 풀고, 이미 외운 내용을 다시 확인한다.

민지는 가끔 스스로를 이렇게 평가한다.

“나 너무 강박적인 것 같아.”

이 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민지에게 완벽주의는 문제라는 자각이 가능한 성향이다. 그녀는 완벽해야 옳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완벽해야 마음이 놓일 뿐이다.

공부는 그녀에게 목표이자 동시에 불안을 잠재우는 방법이다.


2. “완벽해야 옳다”

― 강박성 성격장애(OCPD) 성향의 학생


준호는 반에서 가장 계획적인 학생이다. 공부 시간표는 분 단위로 짜여 있고, 문제집을 푸는 순서도 정해져 있다. 친구가 말한다.

“그렇게까지 해야 해?”

준호는 이해하지 못한다.

“이게 맞는 방법인데?”

그에게는 ‘적당히’라는 말이 없다. 시험 범위를 모두 끝내지 못한 친구를 보면 답답함이 먼저 든다.

“그렇게 공부해서 무슨 성적이 나오겠어.”

준호는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부심을 느낀다. 문제가 생기면 늘 이렇게 생각한다.

“기준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야.”

준호에게 공부는 불안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공부는 옳은 인간이 되는 방식이다. 성실함, 규칙, 계획을 지키는 태도는 그의 성격이자 도덕이다.

그래서 누군가 “좀 쉬어도 돼”라고 말하면, 그 말은 위로가 아니라 틀린 말처럼 들린다.


3. “이 생각을 멈추지 않으면 큰일난다.”

― 강박장애(OCD)를 겪는 학생


현우는 책을 펴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문장을 읽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스친다.

‘지금 공부 안 하면 인생이 망할지도 몰라.’

이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심장이 빨리 뛴다. 현우는 책상에서 일어나 방을 한 바퀴 돈다. 다시 앉았다가, 또다시 확인한다.

“문을 잠갔나?”

현우는 안다. 공부와 문 잠그기는 상관이 없다는걸. 하지만 생각이 떠오르면 불안을 견딜 수 없다. 공부는커녕, 생각을 멈추게 하기 위한 행동만 반복된다.

현우는 말한다.

“저도 제가 이상한 거 알아요.”

강박장애를 겪는 학생에게 공부는 목표가 아니다. 공부조차 불안을 유발하는 자극이 된다.

그는 완벽해지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단지 이 끔찍한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같은 교실, 다른 고통

세 학생은 모두 공부한다. 그러나 공부가 그들에게 주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 민지에게 공부는 안심을 얻기 위한 수단이고,

- 준호에게 공부는 옳음을 증명하는 기준이며,

- 현우에게 공부는 불안을 촉발하는 장면이다.


그래서 어른들이 흔히 하는 말은 종종 엇나간다.


“좀 더 열심히 해라.”

“대충 하지 마라.”

“생각 좀 그만해라.”


이 말들은,


민지에게는 압박이 되고,

준호에게는 확인이 되며,

현우에게는 폭력이 된다.


학생의 문제는 성적표에 있지 않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는지에 있다.

완벽해야 안심이 되는 아이에게는

불안을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고,

완벽해야 옳다고 믿는 아이에게는

관계와 융통성을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며,

생각을 멈추지 못해 괴로워하는 아이에게는

의지보다 치료가 필요하다.


같은 교실, 같은 시험.

그러나 아이들이 짊어진 마음의 무게는 전혀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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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성 성격장애 간이 질문지

- 세부 사항을 확실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 다른 사람들은 내 방식을 따라야 한다.

- 내가 일을 적절하게 완수하려면 질서, 체계, 규칙이 필요하다.

- 만약 내가 체계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모든 일이 엉망이 될 것이다.

(Aaron T. Beck, Arthur Freeman, Denise D. Davis, & Associates 공저, 《성격장애의 인지치료》, 민병배 외 공역, 학지사,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