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자의 동기와 태도에 대한 성찰
심리상담을 떠올리면 우리는 흔히 선의를 먼저 생각한다.
누군가의 아픔을 덜어 주고, 삶의 어두운 골짜기에서 손을 내미는 사람.
상담자는 그렇게 이해되기를 원하고, 또 그렇게 불린다.
그러나 상담의 세계에 조금만 오래 머물면,
이 아름다운 이미지 뒤에 좀 더 복잡하고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
심리상담은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인가?
상담자가 된 동기를 중요시하는 임상심리학자 제프리 코틀러는 이 질문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우리 대부분은 다른 사람을 돕고,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자신을 구원하고자 상담자가 되었다. 상담자가 되려 하는 많은 동기는 무의식적이어서, 미해결 과제나 숨은 과제를 보지 못하는 개인상담이나 슈퍼비전을 통해서도 파악하기 어렵다.”
- (Jeffrey A. Kottler, 《상담자가 된다는 것》, 이지연 외 공역, 학지사, 2014. p.24)
이 문장은 상담자를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담자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되돌려 놓는다.
돕고 싶은 마음 뒤에 숨어 있는 불안, 인정받고 싶은 욕망,
치유되지 않은 상처와 결핍. 상담자가 된다는 선택 역시
그 모든 인간적인 동기들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드러낼 뿐이다.
문제는 이 동기를 갖는 데 있지 않다.
문제는 그 동기를 모른 채 상담 자리에 앉는 데 있다.
자기 자신을 구원하려는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상담은 언제든 타인을 위한 만남이 아니라
상처있는 상담자가 스스로의 상처를
확인의 무대가 된다.
내담자는 이해받는 존재가 아니라,
상담자의 미해결 과제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상담에서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기법도, 이론도 아닌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정직한 마음이다.
“왜 나는 이 자리에 서 있으려 하는가?”
“무엇이 나를 이 일로 이끌었는가?”
"내 자신, 마음의 상처는 무엇인가?"
이 질문을 피해 간 상담은 아무리 정교해 보여도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이 지점에서 한국 상담의 원로들이 남긴 한 문장이 다른 방향에서 같은 이야기를 건넨다.
“상담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만나는 사람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의 마음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상담자는 자신이 지닌 인간관을 먼저 깊이 정립해야만, 제대로 된 상담자나 치료자가 될 수 있겠지요. …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다 교과서이고, 자연이 다 교과서이고, 그래서 자연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많은 것을 통찰할 수 있게 되겠죠.”
- (《한국 상담원로의 상담자로서의 삶》,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한국상담원로 연구팀, 2016, p.110).
이 문장은 상담의 윤리를 말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상담자의 삶의 태도를 묻고 있다.
존경과 사랑은 기술이 아니라, 세계와 인간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그 방식은 책에서만 길러지지 않는다. 살아온 시간, 실패한 관계,
침묵 속에서 버텨 낸 순간들이 조용히 쌓여 만들어진다.
코틀러의 문장이 상담자의 동기를 드러낸다면, 이 문장은 상담자가 도달해야 할 태도를 말한다.
자기 자신을 구원하고 싶었던 인간이 타인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자리로 어떻게 이동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상담은 이 두 문장 사이의 긴장 위에서 이루어진다.
자기 구원의 욕망을 지닌 인간이 타인을 존중하는 자리로 나아가려는 노력.
그 노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상담은 직업이기 이전에 삶을 돌아보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상담자가 된다는 것은 완성된 인간이 되었다는 선언이 아니라,
계속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겠다는 약속에 가깝다.
내 안의 욕망이 어디서 고개를 드는지, 어떤 내담자 앞에서 내가 흔들리는지,
언제 나는 설명으로 도망치고, 언제 나는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지.
이 약속이 지켜질 때에만 상담은 ‘돕는 일’이 아니라 ‘함께 머무는 일’이 된다.
사람을 고치려 들지 않고, 사람을 구원하려 들지 않고,
그저 한 존재 앞에 조심스럽게 서는 일.
그리고 그 자리는 언제나 빈터에 가깝다.
아무 말도 준비되지 않은 곳, 그러나 어떤 만남은 가능해지는 곳.
삶의 빈터에 와야 나를 볼 수 있다.
숲의 빈터에서 숲을 볼 수 있다.
빈터에서는 남을 비난하지 않는다.
빈터가 공포로 느껴질 때도 있다.
설렘이 있다.
염려가 있는 상담은 비인간 중심상담이다.
현상학적에서 중요한 것은 공명이다.
이런 공명은 다른 곳에서도 필요하다.
미리 봄.
문제가 앞서고 존재가 뒤따라옴.
감기에 걸리면
내 몸을 바라본다.
있음과 없음 사이에 존재한다.
사건 사이에 경험이 있다.
떠오르는 내가 있다.
그게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