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내 차는 오래되었다.
너무 오래되어 생산자도 공장도 없다.
A/S도 안 된다.
A/S가 잘되는 차들이 부럽다.
주행거리가 70만 킬로미터가 넘었다.
엔진은 덜덜거리고, 히터는 꺼졌다.
페인트는 벗겨지고, 차체는 녹슬었다.
완충장치는 고장이고, 의자 쿠션은 주저앉았다.
비오는 날, 와이퍼가 지난 자국은 흐릿하고, 윈도우는 맑게 보이지 않는다.
핸들은 흔들리고, 머플러는 삭아서 터졌다.
라디에이터에서는 물이, 변속기에선 기름이 새기도 한다.
높은 곳은 올라가질 못한다.
옛날 오디오는 찌그럭거린다.
가다가 주저앉으면 귀로는 음악을, 눈으로는 책을 읽는다.
이 순간이 유일한 행복이다.
‘크게 사고 난 자동차는 수리보다 폐차가 낫다’고 정비사가 말한다.
그런데 내 차는 돈이 많이 들어도 수리가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제는 가동하는 날보다 서 있는 일이 많은 자동차다
한창 때 누볐던 영광은 차츰 잊혀가고
초라한 모습만 보여 지고 있다.
이 차의 남은 사명은 한 곳이다.
다른 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