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
우리는 철저한 거짓말쟁이다. 자기 자신까지도 속이니까, 우리가 가장 자랑하는 언어는 우리의 거짓말하는 능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그 범위를 크게 확장한다. 16
초조함 : 역공을 당하거나 죄책감을 가질 가능성 등등 발각되었을 때의 부정적인 결과 때문에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때는 더 초조해할 것이다.
자기기만의 9가지 범주
- 자기 부풀리기는 삶의 법칙이다.
동물의 자기 부풀리기는 공격상황에서(몸집, 자신감, 색깔)만이 아니라 구애 때에도 흔히 나타난다. 자기 부풀리기는 인간 심리상황의 주된 양식이기도 하다. 반면 적응적인 자기 줄이기는 동물과 인간 양쪽에서 임시 전략으로 출현한다. 42
사람들이 대체로 긍정적인 측면에서 자신을 과대평가하긴 하지만 나르시스트는 자신이 남들보다 더 나은 삶을 누릴 자격이 있는 특별하고 독특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자아상은 지배와 권력 쪽으로 발달해 있다.(배려나 도덕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대체로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과신하는 경향이 있지만, 나르시시스트는 특히 더 그렇다. 43
- 남 폄하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남 폄하는 자기부풀리기의 거울상이다. ---
어떤 상황에서 남 폄하를 통해 유리해질까? 당신 자신이 초라하게 보이는 상황에서일 것이다. 44
- 가장 두드러진 내집단/외집단 관련 특징들
어떤 사람이 외집단에 속한다고 규정하면 내집단 구성원과 비교해 그 사람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는 일련의 ‘심적 조작’이 일어나고, 그 일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질 때가 흔하다. ‘우리’와 ‘그들’이라는 단어는 우리의 생각에 강력한 무의식적 영향을 미친다. 45
- 권력의 편향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한다. 이 말은 대개 권력이 점점 더 이기적인 전략을 집행하도록 허용함으로써 결국 ‘부패한’권력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47
권력을 지닌 남성은 권력과 성별 때문에 타인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능력에 다중적인 결함이 생긴다. 48
윈스턴 처칠 수상은 권력에서 물러난 뒤에는 거의 아무런 정치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제1차 세계대전 때도 그는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권력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그는 독재적이고 오만하고 아량이 없는 등등 독재자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권력이 적을 때는 내성적이고 겸손해 보였다. 49
- 도덕적 우월성
우리 삶에서 도덕적 지위만큼 중요한 변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도덕 수준은 우리가 남에 비추어 자신의 가치를 평가할 때 매력과 유능함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는 변수다. 따라서 기만과 자기기만의 대상이 되기 쉽다. 도덕적 위선은 우리 본성의 내밀한 한 부분이다. 49
똑같은 행동을 하는 남보다 자신이 더 공정하다고 여기는 강력한 편향이 드러난다. 49
- 착각 통제
불확실한 위험보다 확실한 위험이 더 견디기 쉽다. 50
통제 불능이 착시 패턴 인지illusory pattern recognition라는 것을 강화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즉 통제불능을 느끼도록 유도할 때, 사람은 무작위 자료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보는 경향이 있다. 자료에서 자신에게 더 큰 통제력을 제공할(거짓) 일관성을 띤 패턴을 찾아냄으로써 통제 불능이라는 불행한 사태에 대응하려는 듯이 말이다. 52
- 편향된 사회 이론의 구축
우리 모두는 사회이론, 즉 자기 주변의 사회적 현실에 대한 이론을 지닌다. 우리는 혼인 생활에 관한 이론을 지닌다. 예를 들어 남편과 아내는 한쪽이 오랫동안 꾹 참고 견딘 이타주의자이고 다른 쪽은 가망 없는 이기주의자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누가 어느 쪽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다. 52
사회이론은 복잡한 사실들의 집합을 불가피하게 포함하기 마련지지만, 그 사실들은 일관성 있고 자체 봉사하는 사회 이론 체계를 더 잘 구축할 수 있도록 부분적으로만 기억되고 느슨하게 짜여 있는 것일 수도 있다. 53
- 거짓 개인 서사
우리는 끊임없이 거짓 개인 서사를 만들어낸다. 자신을 높이고 남을 폄하함으로써 자동적으로 편항된 역사를 만들어낸다. 그 결과 우리는 과거에 실제보다 더 도덕적이고 더 매력적이고 남에게 더 ‘이익편향적‘이었던 사람이 된다. 54
가해자는 대개 남에게 분개한 것을 의미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는 반면, 희생자는 그런 사건을 독단적이거나 불필요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 54
거짓 내면 서사라는 것도 있다. 개인은 자신의 진정한 동기를 남에게 숨기기 위해 현행 동기를 편향된 방식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의심이 제기될 때 확신 있는 대안 설명이 즉각 튀어나올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일련의 이유들이 행동에 수반되어 제시될 수도 있다. 내면 시나리오까지 완비된 채로 말이다. 55
- 기만을 전담하는 무의식 모듈들
내 안에는 좀도둑질을 전담하는 작은 무의식적 모듈이 있는 듯하다. 55
우리 삶에서 무의식적 모듈들이 얼마나 많이 작동할까?
특정한 방식으로 남을 조종하려는 무의식적 책략이 흔한 것도 틀림없어 보인다. 우리 자신의 특정 부분들은 남에게서 조종할 특별한 기회를 찾아낸다. 무의식적 모듈은 둘 이상의 활동이 거의 또는 전혀 간섭하지 않고 동시에 진행될 수 있을 때 가치가 있다. 57
자기기만의 징표
기만에 종사하는 자기기만의 징표로는 기만의 부인, 이기적이고 속이는 책략의 무의식적 전개, 남의 삶에 ‘이익편향적’인 사람이자 이타주의자라는 예외적인 인격 창조, 자신에게 봉사하는 사회 이론과 현행 행동의 편향된 내면 서사 창조, 진정한 의도의 인과관계를 숨기는 과거 행동의 거짓 역사 서사 창조가 있다. 이런 자기기만 활동들은 거짓 심상을 구축하는데 매진하는 동시에 행동과 증거가 모순됨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의식적인 마음을 지닌 편향된 정보 흐름 체계를 낳는다. 57-8
의식하는 것의 가치
사람의 정신생활에는 커다란 도끼가 둘 있다. 지능과 지식이 그렇다. 당신은 아무 명석하지만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고, 둔하지만 의식할 수도 있으며, 그 중간의 어딘가에 속할 수도 있다. 물론 의식은 형태와 정도가 다양하다. 우리는 현실을 부정한 뒤에, 부정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도 있다. 우리는 집단의 누구인가가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 한다는 것을 의식하지만 누구인지는 모를 수도 있다. 또 누구인지는 알지만 이유를 모를 수도 있고, 이유를 알지만 언제 결행할지 모를 수도 있다.
기만과 자기기만 측면에서 볼 때, 남들의 그런 성향을 의식하지 못한다면 자신이 희생당할 수도 있다. 또 남을 너무 쉽사리 믿을 수도 있다. 남이 권한을 지니고 있는 사람일 때면 더욱 그렇다. 513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진화생물학의 눈으로 본 속임수와 자기기만의 메커니즘
(로버트 트리버스, 이한음 옮김, 살림, 2013, 20180527)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기초과학분야의 노벨상인 크래포드상(2007년)을 수상했다(상금 50만 달러).
리처드 도킨스는 "가장 도발적이고 흥미로운 주제"를 다뤘다고 말했다.
자신을 속이고 타인을 속이는 우리들은 이 책을 읽고 우리가 어떻게 이용하고 이용당하는지를 알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