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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Apr 23. 2019

용서를 구하는 편지

  ‘상담을 공부해야 겠다.‘는 결정은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시작한지 두 달이 되어갑니다. 얼마 되지 않은 짧은 시간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경험보고서를 쓰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 시간이 귀하게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내가 상처받은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경험보고서를 쓰면서 나도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도 그랬겠지만, 함께 보낸 시간이 많은 가족들에게 더 상처를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어려서부터 상처를 받고 자랐으니, 양육자로서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었을 것입니다. 자녀교육에 대한 전문지식도 없이 자녀를 키웠습니다. 어렸을 때의 치유 받지 못한 상처를 안은 채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부부싸움도 있었습니다. 그런 저런 잘못으로 인해 자라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었습니다.

   

 요즘은 취직을 하려고해도 자격증이 필요합니다.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시간과 돈이 들어가게 됩니다. 대부분의 자격증은 경제적 가치를 기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자격증을 따기 위해 책을 사고, 강의를 듣고, 시험을 치릅니다. 경제적 가치가 높을수록,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하다못해 운전을 하려고 해도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시험에 합격해야 합니다. 자격 중에 가장 귀한 자격은 사람을 키우는 자격이라 생각됩니다. 사람을 키우는 일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지요.  


 남녀가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습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그의 일생을 책임지는 일입니다. 이렇게 귀한 일에는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자녀 양육에 관한 책 한 권 읽지 않고 결혼을 하는 신혼부부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요. 

 정신과 의사 양창순은 자신의 저서 《당신 자신이 되라 (Be Yourself)》(랜덤하우스, 2005)에 아들과 이야기를 한 내용이 나옵니다. 자기는 아들에게 잘 해준 것만 10가지를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아들은 엄마에게 섭섭한 것 10가지를 말했습니다. 정신과 의사인 엄마도 다른 사람들은 치료를 해주어도 아들과의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마음의 간격이 있다는 걸 알았답니다.  

 정신과 의사는 자녀를 키우는데 나름의 전문성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이 전문성도 없고, 어렸을 때의 상처를 안고 있는 성인아이가 자녀를 키웠으니 자녀들의 상처가 어떠한지 뒤돌아봅니다. 그리고 지난날을 후회합니다. 


 다 큰 중년의 자녀들을 다시 키울 수는 없죠. 그렇다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엔 내 마음이 불편합니다. 상담공부를 하지 않고, 몰랐다면 그냥 지나갈 수 있었겠습니다. 하지만 상담공부를 하고보니 그들에게 상처를 준 사실을 알았습니다. 자녀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더 늦기 전에 그들에게 용서를 바란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아내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용서를 구할까 생각했습니다. 조용히 만나 이야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같이 여행을 떠나면서 묵은 이야기를 꺼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녀들은 멀리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아들은 미국으로 간지가 벌써 십년이 다되어 갑니다. 손주들도 낳았습니다. 미국회사에 안정적으로 잘 다니고 있습니다. 자녀에게 내가 갈수도 있고, 아들이 올 수도 있겠지만 용서를 할 터이니 오라고 하면 좋은 반응이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또 만나서 말을 하면 말을 잘 못하는 바보입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손 편지입니다. 그동안 나로 인해 상처받은 걸 용서받고 싶습니다. 아내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말로 용서를 구하려면 왠지 쑥스러울 것 같군요. 

 

 글자 한 자 한 자에 참회의 눈물을 담아 쓰고 싶습니다. 

 내가 한 잘못을 몰랐다면 몰라도, 알았다면 응당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도 예외는 아닙니다.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공동체가 될 때에 그 공동체는 발전합니다. 가정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면, 내가 치유되고, 우리 가족의 화목을 위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정의 평등을 위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미국 텍사스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인 강남순이 쓴, 《용서에 대하여》 (동녘, 2017, (90p 요약))에서 용서를 구하는 자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가해자는 진정으로 용서를 구해야 하고, 옳지 않은 행동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아야 하고, 자신의 후회가 피해자에게 전달되어야 하며, 피해자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세 가지 일이 있다고 합니다. 증오를 사랑으로 갚는 것과 버려진 자를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자기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죽기 전에 자식에게라도 내 잘못을 시인하고 싶습니다.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말며, 나의 후회가 전달되도록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겠습니다. 그래서 손자들이 상처받은 내면아의를 가진 부모로부터 상처받지 않고 자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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