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 수필
부활의 멤버 김태원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어떻게 기타를 치게 되었습니까?”
“중학교 때 소풍을 갔어요. 어떤 학생이 기타를 치고 있었어요. 여학생들이 기타 치는 학생을 따라 노래를 불렀죠. 그래서 제가 기타를 전혀 칠 줄 모르는 데 내가 기타를 아주 잘 친다고 했죠, 그리고 나서 기타를 배워서 연습을 많이 했어요.”
기타를 칠 줄 모르는데 기타를 친 줄 안다고 뻥을 치고 난 후에 기타를 배웠단다. 자기가 한 말이 들통날까봐 죽을 둥 말 동 연습을 한 것이 기타를 하게 된 동기란다.
고등학교 입학을 하고 첫 번째 국어시간이다. 국어선생님이 숙제를 내 주셨다. 글짓기를 해서 “제출해서 다음 시간까지 제출하라.“는 말씀이었다.
생전 글짓기를 한 적이 없는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머리를 굴렸다. 당시 《학원》이란 잡지에 실린 글을 원고지에 옮겨서 썼다. 그리고 국어시간에 제출했다.
문제는 다음에 벌어졌다. 전교생이 모인 조회시간에 내가 베껴서 낸 글을 국어선생님이 읽었다. 나는 당황했다.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 친구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선생님에게 실망을 드리기 않으려고 글짓기 공부를 했다. 문예반에 가입하였다. 차츰 글짓기를 하니 실력이 올라갔다. 백일장에도 도전해 볼 실력이 되었다. 글짓기가 되니 친구들이 연애편지를 써달라는 부탁이 많이 들어왔다. 정작 내 연애편지는 쓰지 못하고 친구들 연애편지를 써 주느라 바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본다. 그때부터 꾸준히 글을 썼다면 어땠을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부터는 글을 쓰지 않았다. 사회생활에서 바쁘게 사느라 글을 쓸 생각을 못했다. 사회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후에 다시 글을 쓴다. 이제는 글을 쓰는 현대적인 감각은 없지만 그래도 글을 쓴다. 글을 쓰면 내가 치유되는 것 같다.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기가 힘들다. 하지만 글을 쓸고 책상에 앉으면 어떡해서든지 글을 써내려간다.
70넘어 살면서 후회되는 것이 하나 있다면 젊었을 때부터 글짓기를 계속했더라면 내 이름으로 된 책 몇 권은 내었을 것 같다.
《감정의 온도》에서는 우리들의 삶의 가치를 알아보는 일 열 가지 중에 하나가 취미생활이다. “당신은 어떤 취미를 갖고 싶습니까?, 지속적으로 어떤 활동에 매진하고 싶습니까?, 어떻게 창조적이고 싶습니까?, 어떤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보고 싶습니까?”라고 묻는다. 취미로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의 삶의 가치는 높아질 수 있는 열 가지 중에 하나를 이룬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열심히 쓰면 좋은 글이 나온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나의 노후의 유일한 취미이다.
19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