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 자서전 May 02. 2019

노후 취미

목요 수필

  부활의 멤버 김태원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어떻게 기타를 치게 되었습니까?”

 “중학교 때 소풍을 갔어요. 어떤 학생이 기타를 치고 있었어요. 여학생들이 기타 치는 학생을 따라 노래를 불렀죠. 그래서 제가 기타를 전혀 칠 줄 모르는 데 내가 기타를 아주 잘 친다고 했죠, 그리고 나서 기타를 배워서 연습을 많이 했어요.”

 기타를 칠 줄 모르는데 기타를 친 줄 안다고 뻥을 치고 난 후에 기타를 배웠단다. 자기가 한 말이 들통날까봐 죽을 둥 말 동 연습을 한 것이 기타를 하게 된 동기란다.

 

고등학교 입학을 하고 첫 번째 국어시간이다. 국어선생님이 숙제를 내 주셨다. 글짓기를 해서 “제출해서 다음 시간까지 제출하라.“는 말씀이었다.  

 생전 글짓기를 한 적이 없는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머리를 굴렸다. 당시 《학원》이란 잡지에 실린 글을 원고지에 옮겨서 썼다. 그리고 국어시간에 제출했다. 

 

 문제는 다음에 벌어졌다. 전교생이 모인 조회시간에 내가 베껴서 낸 글을 국어선생님이 읽었다. 나는 당황했다.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 친구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선생님에게 실망을 드리기 않으려고 글짓기 공부를 했다. 문예반에 가입하였다. 차츰 글짓기를 하니 실력이 올라갔다. 백일장에도 도전해 볼 실력이 되었다. 글짓기가 되니 친구들이 연애편지를 써달라는 부탁이 많이 들어왔다. 정작 내 연애편지는 쓰지 못하고 친구들 연애편지를 써 주느라 바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본다. 그때부터 꾸준히 글을 썼다면 어땠을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부터는 글을 쓰지 않았다. 사회생활에서 바쁘게 사느라 글을 쓸 생각을 못했다. 사회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후에 다시 글을 쓴다. 이제는 글을 쓰는 현대적인 감각은 없지만 그래도 글을 쓴다. 글을 쓰면 내가 치유되는 것 같다.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기가 힘들다. 하지만 글을 쓸고 책상에 앉으면 어떡해서든지 글을 써내려간다. 

 70넘어 살면서 후회되는 것이 하나 있다면 젊었을 때부터 글짓기를 계속했더라면 내 이름으로 된 책 몇 권은 내었을 것 같다. 

  

《감정의 온도》에서는 우리들의 삶의 가치를 알아보는 일 열 가지 중에 하나가 취미생활이다. “당신은 어떤 취미를 갖고 싶습니까?, 지속적으로 어떤 활동에 매진하고 싶습니까?, 어떻게 창조적이고 싶습니까?, 어떤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보고 싶습니까?”라고 묻는다. 취미로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의 삶의 가치는 높아질 수 있는 열 가지 중에 하나를 이룬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열심히 쓰면 좋은 글이 나온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나의 노후의 유일한 취미이다.  

190501      

매거진의 이전글 용서를 구하는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