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디서 시작된 걸까.

산후우울증의 시작

by 활발한골방지기

나는 반대하는 친정 식구들을 두고 지금의 남편을 선택했다. 가슴에 대못을 박은 채 한 결혼이기에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머릿속에 차고 있었다. 남편은 잘 살아보자며 나를 다독여 주었고, 그 말 또한 믿었다.


하지만 결혼 전부터 나는 뼛속까지 비혼주의자였다.

사실은 비혼주의자이기보다는 '시댁'문화, '명절'문화, '제사'문화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 중 하나일 뿐이다.


친정 엄마의 힘듦을 바로 옆에서 보고 자란 터라, 묵묵히 '남의 집' 조상을 모신다고 몇 날 며칠을 쉬지도 못하고 장을 보고, 음식을 하고, 차리고, 치우는 모든 것들을 해 냈었고, 이래서 불만, 저래서 불만인 아빠의 핀잔을 온전히 들어야 했던 '여자'의 위치와 여자들이 그 힘든 모든 것들을 해 내니까 당연한 만큼 높아진 우월감에 정신 못 차리는 '남자'의 위치를 극도로 혐오했다.


남편에게 누누이 물었다.


"당신네 제사해?"

"응."

"몇 번 해?"

"몰라. 잘 참석 안 해."


또다시 나는 다시 물었다.


"나, 명절, 제사 이런 거 진짜 싫어해. 알지? 몇 번 얘기해서. 그래서 난 당신이 아무리 좋아도 나 싫은 거 시키는 결혼은 절대 못해."


나의 단호함을 남편은 어떻게든 설득해 보려 무수리를 두었다.


"에이, 한 두 번 밖에 없고 이제 어머니가 명절에 합친다고 했어."



나는 결국 남편과 결혼을 했고, 믿는다고 누누이 말하는 나를 남편은 진정시키고 어르고 달래며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착하고 다정한 남편은 아이가 태어난 후부터 게으름의 본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요리를 못하는 나를 대신해서 요리를 담당했지만 그 외의 것들은 당연시 내가 하리라는 마음이 있는 건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으려 무던히 노력하던 사람이었다.


잠귀가 밝다면서 아이가 새벽에 울어도 잘만 잤고, 아이를 보고 있는 동안에도 핸드폰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싸움의 굴레는 계속되었고 점점 더 거만해진? 모습으로 "나는 밖에서 돈 벌어오잖아."를 시전 했다.


이성의 끈이 끊어지면서 "그래? 그럼 내일 당장 사직서 쓰고 와. 내가 밤잠 안 자더라도 지금 당신보다는 더 많이 벌어올 테니. 그때 가서 보자. "라고 쏘아붙였고, 남편은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나는 정말 진심이었고,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지금에서야 남편과 그때 얘기를 한다면 자신이 죄인이라며 고개를 숙인다.


천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 이후로 잘하려고 노력했지만 주기적이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나름대로 이런 것도 부부가 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참기도 하고 터트리기도 했다.


그래도 나를 최우선으로 챙겨주는 시모와 묵묵히 자상하게 챙겨주시는 시부와 친구처럼 대해주던 시누이도 모두 좋은 사람이었다.


우리는 혼인신고를 결혼식을 끝낸 후 일주일 뒤에 했는데, 일주일 정도 뒤였을까.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나라고 고부갈등을 피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