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연 「기타는 총, 노래는 총알」
(···)
여름
우리는 아름답게 눈이 멀고
그제야 숲은 자신의 호주머니 속에서
눈부신 정원을 꺼내주었던 것입니다
색색의 꽃들 아름다워 손대면
검게 굳어버리는 곳
아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멀찌감치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니 거기서 무얼 하고 계세요 왜 그런
굴러떨어질 것 같은 얼굴을 하고 계세요
무심코 둘러보았는데
모두들
자신을 꼭 닮은 돌 하나를
말없이 닦고 있었습니다
- 안희연 「돌의 정원」 부분
(···)
그러나 우리에겐 노래할 입이 있고
문을 그릴 수 있는 손이 있다
부끄러움이 만드는 길을 따라
서로를 물들이며 갈 수 있다
절벽이라고 한다면 갇혀 있다
언덕이라고 했기에 흐르는 것
(···)
- 안희연 「기타는 총, 노래는 총알*」 부분
*빅토르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