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둔감한, 너무도 둔감한
네이버 댓글에서 드러나는 세월호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적대감이 알바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그게 정말 민도라면, 앞으로 세월호 같은 사고가 재발하는 것도 그리 놀랍지는 않을 것 같다. 그 댓글들이 대한민국 다수의 민도를 반영한다면, 그 다수는 미숙한 행정으로 인한 피해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한다는 마인드세팅 자체가 부재하다.
천안함을 향한 그들의 태도나 세월호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일관되게 무책임 일관도다. 그들에게 '천안함'은 안타까운 일일 뿐이며, '세월호'도 안타까운 일일 뿐이다. 그들에게 '재발하지않게 해야한다'라는 생각 따윈 없다. 그들에게 재발방지는 너무 고차원적인 세상의 이야기인 것만 같다.
이런 비인간적이고 둔한 인간들이 이 나라의 다수라면, 정부가 강제로라도 돈으로 퉁치려는 무브먼트가 이해가 안되는 게 아니다. 돈을 뿌리고 나서 '쟤들은 돈 받고도 저런다'라는 여론을 만들려는 게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러한 '공작'은 성공하고 있다. 많은 네티즌들은 유가족들이 '과도한 보상을 하고 있으며 정부는 마지못해 그런 요구를 수용해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세월호가 돈으로 퉁쳐지며 흐지부지된다면, 제2의 성수대교 사고, 제2의 삼풍백화점 사고, 제2의 와우 아파트 사고, 제2의 세월호도 시간문제다.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시스템은 사고가 터져도 개선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게 핵심이다. 사고가 발생해도 시스템이 개선되지 못한다는 것.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이런 막장인 시스템을 '이정도면 괜찮지'라고 하는 둔한 인간들 때문이다. 그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말한다. '이정도 시스템이면 괜찮은데 왜이리 불만이 많아요?' 나는 말한다. 지금 이 시스템은 엉망진창이라고. 박근혜표 행정부는 무능하기 짝이 없다고. 무능만 한 것이 아니라, 심지어 이기적이기까지 하다고.
적어도 네이버에서 댓글을 다는 네티즌들은 자신이 사고의 당사자가 될거란 상상력조차 부재하다. 시스템에 대한 둔한 감성, 공감력의 부재가 그들을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는 표현이다. 그 네티즌들이 사고의 당사자가 되도 그런 소리들이 나올까? 반대로 생각해보자. 지금 세월호 사고로 상처를 입은 자들은 '난 언젠가 이런 사고의 피해자가 될 걸 알고 있었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을까? 아니다. 그들도 이런 일을 당할지는 알 지 못했다. 어떤 기사에서 세월호 유가족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자신이 삼풍 백화점 때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며, 누구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했다. 그리고 그건 진실이다. 누구도 특별하지 않고, 누구도 완벽히 안전하지 않다.
지금 유가족들에게 '갑질한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전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갑질은 지금 박근혜 정부가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유가족이 요구하지도 않은 보상을 일방적으로 주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보상안 따위는 요구하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의 전후 상황을 명확히 밝혀달라는 것이 그들의 요구다. 진상규명이 요구지, 보상안 따위가 요구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네티즌들은 정부와 대형 통신사인 연합뉴스의 선전에 너무 쉽사리 당하고 있다. 유가족들의 주장은 묻히고, 정부의 주장만 여론을 덮고 있다.
당신들도 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나는 세월호 유가족과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2014년 4월 16일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이런 비극이 또 생길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다. 나는 물론이고 나와 가까운 사람이 이런 대형 사고로 피해를 입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누구건 이런 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나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디스패치가 정부가 섭외한 언딘을 지지하는 기사를 냈을 때도 깠으며(링크), 제2롯데월드의 안전 문제에 대한 포스팅을 했다(링크). 언딘은 나의 분석처럼 구조업체가 아니라 인양 업체였다는 게 밝혀졌고, 제2롯데월드는 현재 안전 이슈 때문에 손님이 끊긴 지 오래다. 물론 나는 이러한 결과에 극히 미미한 영향을 줬을 것이다.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미약한 가능성만 있다면 나는 글을 쓰고 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네티즌들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가 또 일어나지 않게금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좋겠다. <무한도전>이 세월호 사고 이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면서 교통사고 방지 캠페인을 한 것처럼 말이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을 욕하는 것은 결코 네티즌 본인들에게나 대한민국에게 해롭다. 심지어 시스템의 개선을 막는 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당신들의 적대감은 박근혜 정부를 향해야 한다.
힘없는 세월호 유가족이 아니라.
세월호 사고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태도를 볼 때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건 두가지다. 하나는 일을 못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기적이라는 것. 일을 못하는데 게다가 부도덕적이기까지 하다는 건 최악이다. 이런 사람들이 행정을 하니까 세금으로 90만원 짜리 크리넥스 휴지함이나 쓰고(링크), 올림픽 한 번 하겠다면서 몇십년을 버텨온 가리왕산을 밀어버리고, 덴마크 회사인 레고의 랜드마크인 레고랜드를 건설하겠다면서 세계사적으로 의미있는 유적을 밀어버리는 거다. 최악이다. 무능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운전대를 잡고 있으니 세금이 낭비되는 건 기본이고 자연환경과 행정 인프라까지 망가진다. 너무도 일을 못한다.
그들이 돈을 펑펑 쓰는 이유는 자신의 돈이 아니기 때문이고, 돈을 펑펑 써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명박을 통해 그런 교훈을 얻었다. 돈을 펑펑 쓰다보니 그들은 유가족에게까지, 상처입은 영혼들에게까지 돈의 논리를 들이댄다. 돈을 들이밀고 잊으라고 강요한다. 유가족에게 돈을 내미는 것은 사실 그리 신기한 일이 아니다. 그들이 항상 행정을 진행할 때 돈의 논리를 고려했듯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도 돈의 논리를 들이대는 것이다.
그런데 사고로 가족을 잃은 이가 고작 돈 따위로 자식에 대한 슬픔이 해소될 수 있겠는가. 고작 기념비 따위로 그 슬픔이 사라지겠는가?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신과 가까운 이의 죽음을 납득하는 것이다. 어떻게 그 사람이 안타깝게 죽을 맞게 되었는 지 납득하는 것을 원하는 게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 '돈을 줄테니 잊으라'고 한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어떻게 이런 제안을 할 수 있는가. 피붙이 같은 가족을 잃었는데 어떻게 돈 따위로 이 모든 것을 '없는 척'하는가?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며 어떻게 그 따위 것을 요구할 수 있는가?
떳떳하다면 진상규명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왜 거부하나? 쫄리나?
안전사고를 재발하지 않게 해달라는, 이러한 슬픈 일들이 또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는 게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구다. 대학 따위 보내달라는 게 요구가 아니라, 이런 사고가 또 재발하지 않게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달라는 게 세월호 유가족의 정부에 대한 요구라는 거다. 그런데 이를 계속 거부하는 두 조직이 있다. 하나는 박근혜가 수장으로 있는 청와대고, 또 하나는 새누리당(여기도 사실상 대통령이 수장이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돈으로 때우려고 하고 있으며, 새누리당의 김진태 의원은 세월호 사고 규명의 필수조건인 '세월호 인양'을 하면 괜히 사람만 다친다며 인양을 하지말자 주장한다(링크).
어떤 구조작업을 해도 사고는 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불이 난 집에 소방대원이 들어갔을 때 그 화마로 인해 소방대원이 사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망할 위험이 있다고해서 불이 났는데 소방수를 투입시키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때 행정이 해야할 것은 '추가적인 인명피해가 날 수도 있으니 아무것도 하지말자'가 아니라 '추가적인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최대한 안전한 방법으로 접근해야한다.'가 되어야한다. 그게 행정이 지향해야할 방향이다. 구더기가 무섭다고 장을 담지 말자는 주장을 할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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