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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Apr 07. 2016

여성차별발언을 해도 방송출연 가능, ft. 장동민

개그맨 장동민이 증명한 것




장동민을 옹호하는 자들은 장동민이 말 실수를 했다고들 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정확히 맞는 말도 아니다.


말 실수라는 건 말이다. 당신이 성유리를 부르려고 했는데 입에서는 이효리가 나왔을 때, 그런 걸 말 실수라고 한다. 말하려던 것과 실제로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다를 때 그걸 말 실수라고 할 수 있다.


장동민은 방송에서 가면을 쓰고 있었다. 

장동민은 문제가 되는 발언은 최대한 하지 않으려 했다. 문제가 되는 발언을 하면 대중들은 벌떼같이 들고일어날 테니까. 그래서 그는 솔직하지 않게, 적당히 장사가 될 정도의 수위만으로 발언을 했던 것 같다.  


그러던 그가 입을 연다. 

한 방송에서 그는 경계심을 내려놨는지 가면을 내려놓은 게다. 그는 정확히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자들은 멍청해서 남자한테 머리가 안돼"(<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 32회. 해당 음성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사실 발언 자체는 옛날에 했다. 다만 그의 높아진 인지도가 과거의 발언을 소환했을 뿐이다. 그리고 가면을 내려놓았을 때 우리는 장동민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장동민은 여성이 남성보다 멍청하다고 생각하며, 삼풍백화점의 생존자가 오줌을 먹으며 생존했다며 방송에서 웃음거리로 삼았다. 장동민의 인격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여자들은 멍청해서 남자한테 머리가 안돼"라는 말은 여성차별을 정당화하는 말이다. 여성들에겐 남자들보다 임금을 더 적게 줘도 되며, 여성은 남성보다 늦게 진급시켜도 된다. 왜냐하면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더 멍청하니까. 장동민이 뱉은 말은 그런 의미다. 여성들이 남성보다 멍청하다는 말은 그런 의미다. 이러니 장동민을 옹호하는 여성들이 존재하는 건 코미디다. 적어도 그러한 여성들의 존재는 장동민의 개그보단 확실히 웃기다.

말을 질러놨는데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문제될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래서 솔직했을 뿐인데 대중들이 들고 일어난 게다. 그래서 장동민의 입장에선 '아차'싶을 수 있다. 가면을 내려놓아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대중들은 그 정도로 관대하진 않았던 게다. 계산 미스다. 나는 장동민이 여성을 남성보다 멍청한 존재로 여긴다고 생각한다. 장동민이 살아오면서 계속 품고있었던 생각인지, 여성에게 데였던 어떤 사건 때문인지 그런건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가 "여성이 남성보다 머리가 안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팬들이 그를 옹호하는 건 뭔가 이상하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 지 봤으면서도 그를 옹호하는 게 뭔가 이상하다는 말이다. 이것을 납득하기 위해선 장동민의 여성에 대한 마인드와 장동민을 옹호하는 자들의 여성에 대한 마인드가 동일하다는 것을 인정해야만한다. 같은 마인드와 같은 가면을 쓰고 있는 자들끼리 뭉치고 있다고봐야한다는 말이다. 즉,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동의하는 자들, 혹은 그런 발언들이 사회적으로 계속 돌아다녀도 괜찮다고 여기는 자들은 장동민을 옹호한다고 봐야 앞뒤가 맞다. 여성차별을 옹호하는 자들은 장동민을 옹호해도 괜찬다는 이야기다. 그게 그들에게는 나름의 신조일테니까.



재밌는 건 여자들도 장동민을 옹호한다는 것이다. 다 이해한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차별적인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장동민류의 남성들의 시각에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아이러니가 한 둘이던가?  본인들이 노동자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조합을 비판하고, 본인이 소비자이면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대기업의 논리를 주장하는 자들이 많은 세상이다. 여성차별을 옹호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은 이상하고, 앞뒤 안맞고, 모순적이긴 해도 그리 놀랍지는 않다. 그런 세상이니까. 다만, 현명하다고는 못해주겠다.


여론 눈치보다가 결국 방송에 장동민을 출연시키는
방송국, 방송국 PD들도 장동민과 다르지 않다. 

이익만 따지는 개그맨이 참 많다. 이익만 따지는 방송국도, 방송국 PD들도 참 많다. 전자는 장동민이고, 후자는 장동민을 출연시키는 방송국과 방송국 PD들이다. 돈만 되면 무엇이든 하는 사람들이랄까. 자본주의사회에서 영리추구가 잘못이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방송국 PD가 장동민을 섭외함으로써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있다. 방송국 PD가 장동민 같은 여성차별발언에 동조하거나, 혹은 그 같은 발언을 해도 장사만 되면 상관없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



방송국과 방송국 PD가 마음에 들지 않는 선택을 하면 시청자는 그에 대해 정당한 반응은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다. 장동민류의 개그맨이 흥하는 사회가 되지 않게하려면 시청자는 시청률로 맞수를 놓아야하지 않을까? 



나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어떤 세상을 꿈꾸는 지 알 수 없다. 여성차별이 자연스러운 사회를 꿈꿀 수도 있고, 양성평등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꿈꿀 수도 있다. 난 참고로 후자인데, 그래서 장동민이 나오는 프로는 보지 않을 생각이며, 기회가 될 때마다 비판할 생각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전파를 타다니. 그보다 훨씬 좋은 사람들이 방송에 나오길 바란다. 장동민은 얼마든지 더 좋은 개그맨으로 대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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