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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Apr 07. 2016

장동민을 방송시장에서 퇴출시켜야하는 이유

이 글은 2015년 5월에 쓴 글을 재가공한 것입니다. 따라서 '뒷북'인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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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민은 어떻게 이슈의 중심이 되었나?

장동민은 최근 여성차별적인 발언을 하고, 또 삼풍백화점 생존자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해서 이슈의 중심이 되었다. 그런데 뜬금없게도, 정말 뜬금없게도 '장동민'을 이슈의 중심으로 만든 것은 <무한도전>의 팬들이다. <무한도전>의 노홍철이 하차한 이후로 김태호 PD(이하 김태호)는 새로운 인물을 물색했다. 하지만 김태호는 새로운 인물을 무작정 섭외하기보다는 섭외 과정을 콘텐츠로 만들 생각을 한다. 그 콘텐츠는 이름하여 <식스맨>. 장동민이 <식스맨>의 후보가 되면서 모든 일은 시작된다.



<식스맨>을 기획한 이유

<식스맨>에는 방송인 전현무, 개그우먼 홍진경, 아이돌 최시원, 아이돌 광희, 방송인 강균성, 농구선수 서장훈, 방송인 유병재, 그리고 개그맨 장동민. 총 8명의 인물이 있었다. 김태호가 단순히 개그맨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출신의 인물들을 섭외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한도전의 멤버들 중 하하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물들이 지상파 개그맨 공채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의도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유재석- KBS 공채 7기(1991)
박명수- MBC개그콘테스트(1993)
정준하- MBC 개그맨 특채(1995)
정형돈- KBS 공채 17기(2001)
하하- 가수
참고로 장동민은 KBS 19기 공채 출신이다(2003)


<식스맨>은 김태호에겐 중장기 프로젝트였을 것 같다. 여섯회나 방송했기 때문이다. 첫 방송은 2015년 3월 14일이었으며, 4월 18일까지 <식스맨>을 이어갔다. 왜 굳이 멤버 섭외를 하는 데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였을까? 지금까지 멤버를 섭외할 때마다 트러블이 생겼기 때문이다. 전진을 섭외했을 때도 팬들은 비판했고, 길을 섭외했을 때도 비판했다. 그래서 김태호는 멤버 섭외를 모두 오픈하기로 결정한다. 김태호는 아마도 <식스맨>을 통해서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면 아무 잡음도 안생길거라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6회나 투자했던 것 아닐까?


<무한도전>의 멤버 퇴출의 역사- 신화의 전진, 리쌍의 길, 노홍철

멤버 섭외는 <무한도전>의 가장 예민한 주제다. 섭외할 때 항상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강했기 때문이다. 최초에 팬들의 타겟은 신화의 멤버 전진이었다. 전진은 <무한도전>의 멤버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평(혹은 욕)을 계속해서 들었고, 이는 리쌍의 길도 마찬가지였다. 김태호는 이 두 인물을 섭외할 때 이렇다할 예고를 하지 않았다. '전진이 멤버가 되었습니다'라며 통보를 했을 뿐이다. 길도 마찬가지다. '길이 멤버가 되었습니다'라고 통보를 했다.


전진과 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자. 전진과 길은 일부 팬들이 반발한다고 무작정 하차할 수는 없었다. 하차를 할 땐 '그럴듯한 이유'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무책임하다', '이기적이다'라는 욕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김태호도 전진과 길을 '팬들이 요구한다'라며 내칠 수도 없다. 이미 섭외한 인물을 '네티즌들이 요구한다'라며 하차를 시키면 차후에 새로운 멤버를 영입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언제 하차될지도 모르는데 어떤 방송인이 <무한도전>이라는 열차에 탑승하려하겠는가?


공익근무를 이유로 <무한도전>에서 하차했던 전진. 12년 동안 활동하며 몸이 안좋아졌다고 한다.

여기서 운이 좋게도(?) '그럴듯한 이유'가 등장한다. 전진은 공익에 복무를 해야한다는 이유를 들며 <무한도전>에서 하차하게 된다. 누군가가 방송에서 하차할 땐 이런 '그럴듯한 이유'가 있어야한다. 단순히 팬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하차할 수는 없는 게다. 특히나 그것이 <무한도전> 팬들의 사적취향에 기인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누군가는 전진과 무한도전의 팬들이 잘 어울린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는 다분히 논쟁적이다. 만약 전진이 누가봐도 명백한 사고를 치거나 해서 팬들이 하차 요청을 했으면? 이는 덜 논쟁적이다. 방송은 마땅히 '옳은 가치'를 보여야하는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멀쩡하게 방송에 내보내면, 그것은 딱히 옳은 처사가 아니다.


음주운전을 한 이후 하차한 길


길은 다들 알다시피 음주운전을 한 것이 세간에 알려져서 자진하차 한다. 길에겐 음주운전이 하차를 할 '그럴듯한 이유'가 되었다. 물론 길이 원래부터 하차를 원했는지 어땠는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팬들의 사적 취향으로 인한 반발만으로 하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간으로서 하면 안될 짓을 했다. 음주운전으로 인해 한 사람이 죽을 수도 있었다. 음주운전은 그것의 불법성을 떠나, 한 사람의 생명을 해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나쁜 거다. 이것은 전혀 논쟁적이지 않다. 죄를 지었으니 죗값을 받아야한다. 국민으로서 그는 국가의 벌을 받고, 윤리적이어야할 방송인로서도 그 의무를 다하지 못했으니 방송계에서 퇴출되어야한다. 그리고 생각이 있다면 자진하차를 해야했다. 자진하차를 하지 않으면 길을 데리고 있는 김태호에게 부담이 갔을 테니까.


노홍철에 대한 왜곡된 팬심

노홍철도 길과 마찬가지로 음주운전을 했다. 이 때 <무한도전>의 팬들의 '왜곡된 팬심'이 수면위로 부상한다. 당시에 디스패치가 사실을 조작했다 어땠다 말이 많았다. 왜 하필 그곳에 디스패치가 있었냐면서 음모론이 돌기도 했다.


디스패치가 좋은 언론사는 아니다. 이태임과 예원을 보도하는 그들의 태도에서, 클라라와 이규태 회장의 관계를 보도하는 그들의 태도는 결코 훌륭하지 않으며, 마땅히 바람직한 가치를 따르고자하는 언론이라면 디스패치를 반면교사 삼아야한다. 디스패치는 일방적으로 이태임을 '썅년'으로 만들었으며, 예원을 억울하게 욕먹은 인물로 만들었다. 클라라와 이규태 건에서 그들은 클라라를 '썅년'으로 만들고 이규태는 대인배인양 보도했다. 다시 말하건데, 디스패치는 결코 좋은 언론사가 아니다. 아니, 해로운 언론사에 가깝다. 다만, 노홍철의 음주운전과 관련해서 디스패치가 없는 사실을 창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쁜 놈들이 말한다고 다 거짓말인 건 아니다. 양치기 소년도 가끔은 진실을 말하잖는가.


음주운전을 한 이후 하차한 노홍철


당시 디스패치에 대한 공격은 <무한도전>의 팬들의 팬심이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 지를 잘 보여줬다. 그리고 <무한도전>의 팬들은 노홍철의 음주운전에 대해 꽤나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음주운전이 꽤나 가벼운 범법행위인양 말들을 했다. 타국에서 음주운전은 살인미수행위로 여겨지기도 한다. 한국의 법률이 유독 음주운전에 관대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의 팬들은 노홍철을 옹호했다. '잠시 쉬었다 오시라'라며 복귀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홍철은 여전히 '복귀계획은 없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그는 자동차를 타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있다.


+참고로 <무한도전>에서 하차했던 인물들은 모두 음주운전의 경력이 있다.
전진- 2005년 10월 31일- 100일 면허 정지 처분(링크)
길- 2014년 4월 23일- 면허 취소(링크)
노홍철- 2014년 11월 8일- 면허 취소(링크)
단, 전진의 경우, 공익 복무를 이유로  하차했지, 음주운전 때문에 하차한 것은 아니다.


장동민이 전진, 길, 노홍철과 다른 점


장동민은 앞서 언급한 세 인물들과 조금 경우가 다르다. 전진, 길, 노홍철은 모두 '박힌 돌'이었다. 이미 박혀있는 돌은 뺄 때는 앞서 말했듯이 '그럴듯한 이유'가 있어야한다. 하지만 장동민은 <식스맨>의 후보였을 때 '박힐 수도 있는 돌'이었다. 즉, <무한도전>측에선 그저 장동민을 '가벼운 이유로' 선택하지 않으면 됐다. 선택하지 않을 때는 '그럴듯한 이유'는 필요가 없다. 그냥 선택을 안하면 땡이기 때문이다. 물론 선택하지 않았을 때 그 선택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야 하겠지만, 그건 일부 사람들의 취향일 뿐이다. 그 취향을 담은 목소리가 윤리와 무관하고 심지어 그다지 크지도 않다면 위기관리를 할 때 크게 고려치 않아도 된다.


그런데 '박힐 수도 있는 돌'이었던 장동민에 대한 네티즌들의 공격이 시작된다.


(내가 그들을 네티즌이라고 하는 이유는 <무한도전>의 극성 팬들 외에도 장동민을 공격한 이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도 거기에 포함된다. 나 역시 장동민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무한도전>의 극성 팬들과는 정체성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노홍철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지도 않고, 광희퇴출에 대한 서명 운동을 '어이없다'고 보는 입장이니까)


장동민의 문제된 발언들- 약자들을 개그 소재삼다
ft.여성, 군대후임, 장애인, 사고 생존자 등

네티즌들은 장동민이 과거에 했던 발언들을 찾아낸다. 자신의 팬과 개그맨 지망생에게 막말을 한 것(링크), 삼풍백화점 생존자에게 '오줌을 먹으며 버텼다'라고 한 것. 그는 이 발언으로 고소를 당한다(링크). 그외에도 "여자들은 멍청해서 남자들에게 머리가 안된다"같은 발언을 했다(링크).


나는 그가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상식적으로, 인성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물이라고 보는데, 장동민을 비판하는 많은 이들도 같은 이유로 비판을 한다고 본다. 여기에 딱히 논쟁적인 부분은 없다고 본다. 그럼 여기에서 바로 질문이 시작된다.


비윤리적인 인물의 방송 출연을 제한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우리는 선뜻 '그렇다',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다. 나의 입장을 말하자면 '아니다'다. 포스팅의 제목은 '장동민을 방송시장에서 퇴출시장에서 퇴출시켜야하는 이유'라고 해놓고 무슨 소리냐고? 이런 주제에는 꽤나 세심한 접근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나는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여기서부터 오독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장동민이 자발적으로 방송에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방송사에서도 그를 섭외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것을 법적으로나, 규정으로 정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이런 건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접근을 해야지 특정 명제를 정해놓고 접근을 해선 곤란하다. '비윤리적인 인물'을 규정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장동민의 경우는 명백해보이지만, 특정 케이스에선 애매할 수도 있다. 이를 법적으로나 규정으로 정해버리면, 법이 오남용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방송사 사장이 좋아하는 인물이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좋아하는 인물만 방송사에 남게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방송사나 PD가 장동민을 섭외할 때 감당해야하는 것

장동민이 '그런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사가 만약 장동민을 섭외한다면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우리는 장동민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혹"우리는 시청자들이 장동민의 막말을 했건말건 신경쓰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신들 시청자들은 그래도 우리 채널을 보겠죠."


'장동민'같은 인물이 승승장구하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한국에 개그맨은 많다. 그리고 장동민은 대체될 수 있는 인물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 누구나 대체될 수 있다. 이번 건으로 장동민은 더욱 더 대체되기 쉬운 인물이 되었다. 잘못을 한 장동민을 굳이 끌어안고 함께 갈 필요는 없다. 장동민보다 윤리적인 개그맨이 있을 것이고, 장동민보다 웃긴 개그맨도 넘칠 것이다. 무명의 설움을 안고 있는 개그맨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개그맨들을 다 제쳐두고서라도 장동민을 섭외해야할 이유는 딱히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방송사가 장동민을 섭외한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그만큼 윤리감수성이 낮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혹은 그만큼 한국 시청자들의 윤리감수성이 낮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장동민을 섭외하는 방송사나 PD가 있다면 그때 시청자들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서, 그리고 시청률을 통해서 반응을 보여야한다. 비윤리적인 인물이 방송에 등장하는 것은 수지타산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한다.


그렇게 되야 TV에서 더 정직한, 더 윤리적인, 더 착한 인물들을 볼 수 있지않을까? '장동민'같은 인물이 방송사에 나와서 승승장구하는 모습보단 '장동민'같은 인물이 방송에서 나오지 않는 사회가 더 깨끗한 사회라고 믿는다. 약자를 제물삼아 웃음을 파는 사람보단, 개그를 통해 약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개그맨이 이 사회에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여- 장동민이 마녀사냥 당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한 때 어떤 시대에는 여성들이 마녀사냥 당했었다. 어떤 여자를 물에 넣어놓고 숨을 참는 지 확인한다. 긴 시간 동안 숨을 참으면 그건 마녀다. 그러므로 화형을 시킨다. 숨을 오랫동안 참지 못하면 그것도 그것대로 정당화된다. 마녀가 죽은 것이니까.


마녀사냥은 누군가가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될 때 성립한다. 그러므로 장동민에 대한 비판을 마녀사냥이라고 할 수 없다. 그는 명백히 잘못했으니까. 이건 나 혼자 하는 주장이 아니다. 장동민 본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스스로가 한 말을 감당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건 전문용어로 업보, 카르마, 자업자득이라고 한다. 마녀사냥이 아니라.


덧붙여- 광희 퇴출 운동

<무한도전>의 극성팬들이 광희를 퇴출하자며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서명 참가자가 8천명이 됐다는 소식이다(링크). 그런데 광희의 합류를 반대하는 이유가 꽤나 웃기다. 이태임 나이대접 안해준 예원이라는 아이와 같은 소속사라는 게 이유다. 죄진 사람이랑 친하니까 벌을 받으라는 게다. 이런 걸 전문용어로 연좌제라고 한다. 예원의 막말은 이태임과 해결할 개인적인 문제인데도 예원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꽤나 웃기다. 그런데 그런 예원과 같은 소속사라면서 광희를 퇴출해야된다고 한다. 뭔소리야 대체??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다. 텃세다.


덧붙여- 연예인에 대한 과도한 윤리적 잣대를 들이댄다는 말에 대하여

이런 논리가 자주 눈에 띈다. 왜 정치인들의 부패에는 입을 닫으면서 연예인에게는 과도한 잣대를 들이대냐는 논리. 참고로 나는 정치인들의 부패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이 글을 보는 분들도 그러길 바란다. 하지만 더 나쁘고, 더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정치인의 부패가 있다고 해서 대중에게 웃음을 주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장동민의 인권침해적인 발언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의 부패도 없어져야하는 것이고, 비윤리적인 방송인도 더 윤리적인 방송인으로 대체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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