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의 코스프레가 웃기긴한데, 솔까, 문재인이 코스프레를 안했냐하면 그건 아니다.
코스프레 한 숫자만 따지면 문재인이 훨씬 많이 했다(당연한 것이 선거운동을 더 길게 했으니).
그런데 문재인한테는 "뭘 해도 잘 어울린다"고 하고 반기문한테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느낌이랄까. 이게 민심이라면 민심일 수 있겠다. 저새끼는 뭘 해도 싫다, 하는. 꼴보기 싫은 놈은 뭘 해도 싫은 법이다. 이쯤되면 반기문이 문제인거지 반기문의 코스프레가 문제인건 아니다. 하지만 이 글의 주제는 반기문 할아버지가 아니므로 반기문에 대한 비판은 다음으로 미루겠다.
한국의 이상한 정치 트렌드: 코스프레
그런데 민심이 어쨌던 간에, 정치인들이 하는 코스프레는, 누가 하던간에 왜 하는 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게 코스프레왕이라는 별명을 듣고 있는 문재인이건, 온갖 욕을 처먹어가며 대통령을 하려고 하는 반기문이건, 언제부턴가 듣보잡이 되어 보이지도 않는 김무성이건 본질적으로 딱히 차이는 없다.
어떤 점에서 차이가 없나? 사회적으로 아무런 긍정적인 효과도 없이 '어떤 직군'이 정치인들의 이미지를 위해 이용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정치인들이 군복 입고 사진 찍는다고 군인권이 향상되지 않고, 정치인들이 소방복 입고 사진 찍는다고 소방수들이 국가직이 되는 것도 아니다.
2014년에 세월호 참사가 터졌을 때 정치인들은 누구하나 할 것 없이 팽목항으로 가서 '내가 여기에 왔었다'라는 것을 인증하기에 바빴다. 수많은 사진은 남았지만, 정치인들에 의해 수차례 방해 받았다. 인증하기에 가장 바빴지만, 정작 세월호 진상조사를 가장 방해한 대표적인 정치인 중 하나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포토 정치가 아직도 트렌드인가. 이런 정치 운동(?)이 먹힌다면 그것도 쪽팔리지만, 이런 것이 먹힌다고 생각하는 그 마인드도 부끄러운 건 매한가지다.
코스프레왕 문재인?
흔히들 코스프레왕이라면서 문재인을 치켜세워주는데, 글쎄, 문재인 캠프가 이걸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수준이라면(제발 아니길) 나중에 대통령이 된다고 한들 문재인이 이끄는 청와대에 뭘 기대해야되는 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문재인은 19대 때 고작 4건의 법안을 발의했다(모두 부결).
혹자는 문재인이 영입한(?) 인재들을 내세우며 문재인의 치적(?)을 찬양할지도 모르겠다. 그 지적은 적절할 수도 있다. 문재인은 민주당의 얼굴마담으로서만 역할을 하고, 정치인으로서의 일을 다른 이들이 하는 식으로 역할이 분화되어있다면, 코스프레왕으로서 문재인의 역할은 그 인재들을 보호(?)해주는 역할로서 충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의 입장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의 태도일 뿐이고, 필자같은 외부인이 보기엔 문재인의 코스프레는 반기문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그의 코스프레가 설사 유효하다고 해도 그 유효함은 민주당에만 국한될 뿐이다. 민주당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집단'이라는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그의 코스프레를 응원하기 꽤나 어렵다.
문재인의 대선전략: 코스프레 대신 정책
현재 문재인은 코스프레를 하기보다는 각종 포럼을 열고 여러 이슈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어필하고 있다. 필자는 이를 영리한 전략이라고 보는데, 자신의 입장이 딱히 없는 반기문은 이런 식의 정책 포럼을 할 수 없기 때문. 이건 누가 가르쳐준다고 쉽사리 가능한 것도 아닌데, 물 하나 고르는데도 병크 터뜨리시는 반기문 할아버지께서 정책이라는 고차원적인 무엇에 대해 썰을 풀 수 있을리가 만무하다.
반기문이 UN사무총장을 하면서 보였던 모습을 통해서나,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통해서나, 지하철 표를 끊는 것에서, 물을 고를 때 보좌관의 말을 무작정 따르는 모습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딱히 자신의 입장이 없고, 뭐가 뭔지 아무런 감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공부만 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회 초년생을 보는 느낌이랄까? 정책적인 아이디어가 있을 리는 만무하고,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의 요즘 행보는, 반기문이 따라할 수 없는 무엇이다. 이명박이 암만 전문가들을 백업해줘도, 반기문 본인에게 매력이 없으면 대선 게임에선 이기기 어렵다.
코스프레보다는 실질적인 무엇으로 보였으면.
한국의 정치인들이 코스프레를 하는 건 그게 어느정도 먹힌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표심을 얻기 위해 시장에 가서 평소에 먹지도 않던 음식을 먹었고, 잘해보겠다면서 무릎을 꿇기도 하고, 팝한 가요를 틀어놓고 보기 흉한 춤을 추기도 한다.
이런 추하고, 천박하고, 유치한 선거 운동이 자리잡은 데에는 물론 선거판에서 뛰고 있는 후보와 그의 팀들의 역할도 컷겠지만, 이런 추하고, 천박하고, 유치한 선거 운동에 비판을 제기하지 않은 언론과 시민사회에도 책임이 없지는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저 받아적고, 후보 홍보해주는 데에만 열을 올리는 언론-나팔수들과 그저 보기좋게 찍힌 사진만 보고 "좋은 사람이군!"하는 양반들도 책임이 없지 않다는 말이다. 그 양반들이 꾸준히 존재하는 한 코스프레 정치가 영속될 거라는 건 너무도 당연한 예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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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위주의 선거 운동이 활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될 거 아닌가. 사진 따위로는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게 없다. 문재인이 잘생겨서 대부분의 옷들이 잘 어울리고, 반기문의 외모가 문재인보다 못하다는 것은 별로 중요한 정보(intel)가 아니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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