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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Jun 07. 2017

<하우스 오브 카드>: 암컷이 수컷을 죽이는 이유

시즌5 리뷰

스포일러 주의



제 4의 벽을 깬 또 다른 인물

<하오카> 시즌 5는 13화로 구성되어있다. 간략하게 스토리를 요약해보자. 프랭크 언더우드가 재선을 준비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대통령 선거가 이루어질 때 판세가 불리해지자 언더우드 부부는 한 선거구를 봉쇄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하고, 실제로 성공한다. 


결국 부통령인 클레어 언더우드가 대통령 대행이 되고, 드라마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대통령이 된다. 물론 그 과정에는 많은 죽음들이 있다. 선거구 봉쇄를 돕던 해커는 언더우드의 측근에 의해 살해당하고, 관련 사실을 알고 있던 보좌관 리앤 역시 살해당한다. 뭐, <하오카>니까.


앞서 말했듯 부통령이었던 클레어 언더우드는 프랭크가 대통령직을 사임하면서 자동적으로 대통령이 된다. 시즌 5는 그녀가 어떻게 대통령이 되는 가를 보여주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인지 재밌는 연출이 등장한다. 항상 카메라를 보고 말을 하던 것은 프랭크였으나 갑자기 클레어가 '내가 너네를 모를 줄 알았냐'면서 카메라를 정면에서 쳐다본다. 


클레어는 "나는 당신들이 거기 있다는 걸 항상 알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한다. <하오카>를 5년간 보면서 가장 섬뜩한 장면을 하나 꼽으라면 이 장면을 꼽을 듯하다. 나 혼자 그녀를 관찰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녀가 나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니? 이건 뭐 미친 연출인가?

생각해보면 예전에 카메라를 향해 말을 하지 않았다뿐이지, 카메라를 쳐다봤던 적은 있다.


수컷 프랭크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프랭크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두 명의 인물이 필요했다. 한 명은 그의 부인인 클레어 언더우드고, 나머지 한 명은 그의 최측근인 더그 스템퍼다. 프랭크는 이 둘이 있어야 진정 강해질 수 있는 존재다. 실제로 이전 시즌에서 클레어나 더그가 곁에 없을 때 그는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고, 그들이 돌아왔을 때 정치적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한 때 프랭크와 클레어는 완벽한 커플이었다. 이들은 어떤 경우에도 서로를 존중했고, 서로를 위해서 움직였고, 뭘 하건 서로 의견을 물은 뒤 합의를 통해 사안들을 결정했다. 이들은 평범한(?) 부부와는 다르다. 남편은 부인이 한 예술가와 성관계를 가져도 딱히 코멘트를 하지 않고, 부인 역시 남편이 조이 반즈라는 한 기자와 성관계를 가져도 이렇다 할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결국 그것은 섹스일 뿐이고, '우리'의 관계는 변함없을 것이란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가나 기자 나부랭이 따위 때문에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도 물론 있을 것이고. 


이 완벽한 파트너십이 시즌 5에 와서는 깨진다. 특별히 어떤 큰 사건이 이들의 관계를 한꺼번에 바꿔놓는 것은 아니다. 작은 사건들 하나하나가 중첩되어 균열을 만들었다. 굳이 일방에서 원인을 찾자면 프랭크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프랭크는 예전과 달리 점점 예민해졌다. 톰 예이츠라는 작가는 클레어 언더우드와 성관계를 가지기도 하고 백악관에서 클레어 언더우드와 함께 잠을 자기도 한다. 이를 프랭크 언더우드가 모르는 것은 아니다. 톰과 클레어가 함께 누워있는 침대 앞에 의자를 갖다 놓고 거기에 앉아서 아무렇지도 않게 클레어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니까(톰은 자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프랭크는 톰의 존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거리를 두라는 식으로 부인 클레어에게 언질을 준다. '에너지를 집중해야 되는 시기이고, 그 에너지를 낭비해서는 안되는데 클레어 너는 지금 톰 예이츠라는 놈에게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게 요지였다. 집-백악관에 와서는 톰을 지나치면서 "시발 이 집엔 나만의 공간이 없어!"하면서 성을 내기도 한다. 예전의 예술가에겐 사람을 붙인 적도 없는데 이번엔 톰의 뒷조사를 시키기도 한다.


시즌5의 프랭크는 2017년의 미국의 트럼프와 상당히 닮아 있다. 트럼프가 오바마케어를 폐지한 것처럼, 프랭크도 "메디케어"를 폐지했고, 한 정치인은 그를 회유하는 조건으로 "메디케어"의 부활을 내건다. 프랭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또, 그는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설령 대통령직이 유지되어도 탄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온 화살이 자신을 향하고 있으니 프랭크 입장에선 예민할 수밖에 없다. 암만 그가 정치를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강심장 사이코패스라 해도 항상 승리만 하던 그가 패배를 할지도 모른다는 건 위기니까. 그런데 정작 사랑하는 부인은 자신을 보기보다는 톰 예이츠를 보는 것만 같다. 거의 유일한 우군조차 자신의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예민해지는 건 당연지사.


하지만 현실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클레어가 톰 예이츠를 사랑하는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랭크에 대한 사랑이 약해졌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프랭크는 룰을 깼다. 서로의 섹스 라이프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룰을 깼다. 그리고 그는 어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가령, 대통령직을 사임할 때 클레어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또 룰을 깼다. 클레어의 입장에서 이는 배신이다. 결국 클레어는 프랭크와 완전히 결별하게 될 거라 나는 짐작한다. 시즌 6은 클레어와 프랭크 간의 대결이 될 것이다.


수컷으로서 프랭크는 클레어가 필요했다. 프랭크는 남성으로서 자신의 기를 세워줄 누군가가 필요했고, 그게 클레어였다. 그런데 클레어는 자신을 만족시켜주지 못했고, 결국 프랭크는 한 남성과 클레어 모르게 스킨십을 하기에 이르고, 동시에 클레어를 쳐내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우군을 스스로 밀쳐낸 것이다. 그리고 그는 정치적으로 패배한다. 말로는 백악관 바깥에 진짜 권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암컷 클레어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반면에 암컷 클레어는 프랭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를 서포트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누구 한쪽이 누구를 필요로 한다면 다급한 것은 프랭크였지, 클레어가 아니었다. 그래서 오히려 클레어는 프랭크가 사라질 때 더 기세 등등해질 수 있다. 프랭크는 그녀에게 있어 발목을 잡는 사슬이었기 때문이다. 부부이긴 하지만, 이 둘 간에 상하관계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어찌 됐건 그녀는 을이었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그녀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장면이다.



수컷인 프랭크는 아마 그녀를 사랑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녀가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가져도 이해해줬을 것이고, 그녀게 힘 있는, 좋은 자리도 계속 내주려고 했던 거겠지. 하지만 그는 그녀가 자신의 아래에 있을 때 사랑할 수 있는 종류의 사랑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에게 헌신하는 클레어를 사랑했던 거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5 시즌의 마지막 화-13화에 나온다. 


프랭크는 대통령직 사임을 공표하기는 했지만, 만약 대통령이 되었을 때 클레어가 사면을 내려주지 않는다면 사임을 무른다고 협박을 한다. 이에 클레어는 약속한다. 적절한 시기와 방법이 정해지면 사임을 해주겠다고. 시간이 흘러 클레어가 프랭크를 부정하는 메시지를 담은 성명을 발표할 때 그는 확신한다. 클레어가 자신을 사면해주지 않을 거라는 걸. 그리고 그는 말한다. "I will kill her" 



클레어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프랭크와 거리를 두고, 아마 그의 정치력도 흡수하려 할 것이다. 그것이 성공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클레어가 프랭크보다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프랭크는 자신을 따르는 두 명의 인물이 있어야 완전해진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은 자신을 버렸고, 나머지 한 명인 더크 스템퍼는 프랭크의 살인 행위를 자신이 했다고 뻥카를 치며 스스로 범죄자가 되어버렸다. 혼자가 된 프랭크가 얼마나 강할까?


또, 암컷 클레어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죽인 사람이 한 명 있다. 톰 예이츠. 이는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클레어는 그를 사랑했고, 그 사랑이 자신의 커리어를 방해한다는 것도 어느 정도 인식했다. 그래서 그를 밀어냈다. 나중에 작가인 톰 예이츠는 언더우드 부부에 관한 소설을 한 편 써서 클레어에게 보내는데, 이는 정치적으로 큰 이슈가 될만한 것이었다. 결국, 클레어는 그를 한 외딴집에 불러들이고 성관계를 가진다. 관계를 가지기 전에 클레어가 전한 독이 든 술을 마신 톰은 관계를 가지는 도중에 사망한다.


톰은 클레어에게 약점이었다. 그가 클레어의 많은 비밀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했지만, 그녀가 톰을 사랑한다는 점에서, 그녀를 무르고 약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도 약점이었다. 강해지기 위해선, 그녀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서 자신을 약하게 만드는 사람은 제거해야 했다.  <강철의 연금술사: 브라더후드>의 러스트가 자신이 사랑하는 한 남성을 죽였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랄까.


프랭크가 여러 인물들과 함께 할 때 강해지는 것과 달리, 클레어는 여러 인물들을 제거해야 강해진다. 그 점에서 이 둘은 꽤나 상반된다. 또, 프랭크가 자신의 세력을 잃은 것과 달리 클레어는 효과적으로 자신을 옭아매는 남자들을 하나, 둘 제거했으니 더없이 강해질 것이다. 


시즌6은 프랭크와 클레어 간의 대결이 될 거라고 앞서 말했다. 과연 클레어를 잃은 프랭크가 클레어를 제거할 수 있을까? 홀로 선 클레어는 얼마나 강할까? 이것이 아직 나오지 않은 시즌6의 관점 포인트다. 내년을 기다리자.


아, 클레어가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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