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의 한 프렌차이즈 카페다. 가뜩이나 음악이 시끄러워서 집중이 안되는데 내 바로 앞에 커플이 앉더니 싸우고 있다. 주장이 그닥 강하지 않은 남자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여자. 조합을 보자면 두 인물의 협상은 단기간에 끝날 만하지만 몇십분 동안 끝없이 진행되고 있다. 여자는 단순히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을 넘어 완전시 설득을 시키는 것에 관심이 있어 보인다. 남자가 어쩔 수 없이 동의하는 것을 넘어, 사안 그 자체를 완전히 이해하고 여성의 주장과 무관하게 그러한 선택을 하게끔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렇게되면 여자는 말도 안되는 걸 요구하는 고집쟁이가 되지 않을테니까. 남자는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표정이고, 억울한 표정이다. 해달라는 대로 해줬는데 왜 그러냐는 표정이다. 그리고 나는 이 인간들 때문에 글을 못 쓰고 있다. 우리 셋은 모두 패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