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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Nov 29. 2017

<서든어택2>와 요즘 한국 영화와 게임의 위기

요즘 나오는 한국 영화들을 보아하면 넥슨이 만든 희대의 명작 <서든어택2>가 떠오른다. 최근 한국 영화의 제작자들과 <서든어택2>를 제작했던 제작자들의 마인드에 통하는 부분이 있어보이기 때문이다.


<서든어택2>은 이미 해외에서 한바탕 해먹은 설정이나 컨셉, 유행 등을 '지금 이 순간에' 적합하게 요리도 하지 않고 대중에게 선보였다.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는 미션에 대놓고 표절을 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표절을 했음에도 허접한 퀄리티를 자랑하던 미션을 공개한 판단은 도무지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그게 어떻게 통과되었단 말인가?


그들이 어떤 사람들을 게임의 타겟으로 삼았는 지를 보면 미스테리는 간단히 해결된다. 그들이 타겟으로 한 사람들은 <서든어택>을 하던 사람들이다. 그 대량의 유저들을 안전하게 환승시킬 새로운 판을 완성하는 것에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개발자 혹은 기획자들은 <서든어택>보다 나은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에만 신경 썼을 것이다. 


FPS계의 양대산맥인 <배틀필드>, <콜 오브 뷰티> 시리즈는 새로운 게임을 내놓을 때마다 어떻게든 유저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해주려고 한다. 가령, 전작에서는 건물을 부실 수 없었는데 이번 작에서는 건물을 부실 수 있다던가, 비행기나 탱크를 운전할 수 없었는데 운전할 수 있게 한다던가. 아예 저 두놈이랑 싸우기 싫어서 <레인보우 식스 시즈>처럼 새로운 장르(?)의 FPS 게임을 만들어서 한판 승부를 보기도 한다. <팀 포트리스>나 <오버워치>도 그런 맥락이었을 것이고 <배틀그라운드>도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지금까지 게이머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주게 하겠다는 게임 제작자들의 열망이 '새로운 게임들'에 담겨 있다.



결과적으로 넥슨이 내놓은 그 게임은 전혀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지 못했다. 넥슨이 자랑하던 "전장의 아이돌"은 매력이 전혀 없었고, 미소녀 팔이에 전념하는 한국 게임들의 근황을 한번 더 강조해줬을 뿐이다. 게임 플레이 역시 전혀 진보하지 않았다. 현실 장르 FPS 장르에서 너무도 당연했던 기능들이 빠져있었다. 전력 질주도 할 수 없었고, 조준 사격도 불가능했고, QE를 통해 기울여 보기를 할 수도 없었고, 누워서 총을 쏠 수도 없었다. 그야말로 가슴 큰 여캐가 나오는 8~90년대 총 게임 수준이었다. 그 여캐들은 여전히 '나 여기 있소!'라며 시끄럽게 소리를 쳤고 마리오처럼 점프를 하고 수류탄을 던져댔다.



소비자들은 넥슨 개발자들이 내놓은 것들이 한물간 콘텐츠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정작 그걸 만드는 당사자들만 그걸 몰랐다는 게 핵심이다. <서든어택2> 개발자의 명언 "니들이 허접한지, 우리가 허접한지는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는 이들이 얼마나 게임 트렌드에 무지한지, 대중과 얼마나 다른 눈높이에서 게임을 제작하고 있었는 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서든어택2>의 공개된 게임 화면 중 라이플을 장전하는 장면이 있었다. 라이플을 장전하는데 오른손으로 장착된 매거진을 튕겨내고 새로운 매거진을 넣는 모션이 담겨있었다. 재밌는 것은 그 장전 모션이 하늘을 배경으로 촬영되었다는 것이다. 그 장전 모션이 자기들 딴에는 완전 신선했으니 뜬금없이 하늘을 보여주며 장전 모션을 보여줬을 것이다. 개발자들은 그걸 지금에서야 도입한 게 쪽팔리다는 생각은 1도 하지 않았으며 게이머들이 그걸 보고 '우와'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이렇게 말했다. "뭐, 어쩌라고."



요즘 한국 영화들이 딱 <서든어택2>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이 설정의 재탕이거나 표절 범벅이다. 요즘 한국 영화들을 보아하면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준다. 그것도 다운 그레이드되서. <서든어택2>가 미국 FPS의 흔한 장전 모션을 따와서 자기들끼리 좋다고 히히덕대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지금 영화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본 아이덴티티>에서 도입된 이후 할리우드에서 유행하고 있는 액션 연출이 있다. 주인공의 주먹이 날라가고 있는데, 요즘 헐리우드의 편집자들은 그 주먹이 날라가는 모션을 일일이 다 보여주지 않는다. 즉 주먹을 날리는 모션이 있고(1), 주먹이 날라가는 모션은 생략되고(2), 주먹을 맞고 고꾸라지는 적이 나온다(3). 결과적으로 우리는 싸움을 보고 있기는 한데 당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를 파악하기가 힘들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유튜버 JACKIE PARK가 반복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은 지금 한국 영화판에 있어 더 없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식의 편집 방식이 한국에 수입되어 왔다. OCN드라마가 <처용>같은 거에서 깔짝대면서 따라하는 듯 하더니 이제 무술감독 출신, 액션배우 출신 감독들이 메가폰을 잡으면서 또 비슷한 짓을 하고 있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연출론이고, 미국에서도 횡행하는 편집 방식이긴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떠나 그들의 연출에서 개별성을 찾기는 힘들다. 모든 한국 영화들이 장르도 가리지 않고 다 똑같은 방식으로 편집을 해대고 액션을 하고 있으니 캐릭터의 개성도 살지 않고, 영화 자체의 개성도 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든 한국식 <본 시리즈>를 만들어 내겠다는 열망이 가득히 담겼지만 정작 발끝도 따라가지 못하는 <용의자>를 보라. <용의자>의 주인공 지동철은 캐릭터로서 이렇다할 매력도 없고, 개성도 없다. 누가봐도 짭 제이슨 본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관객은 <용의자>를 통해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없었다. 인터넷이 없는 시대고 미국 영화를 접하기 어려운 대중들을 상대한다면 이런 식의 전략이 효과적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은 2017년이고 관객들은 세계 어디의 영화도 다 볼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이런 '짭'을 대중에게 선보인다는 건 대중들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거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 진심을 담아 하는 말인데, 보는 입장에서 졸라 불쾌하다.


액션 배우 출신 정병길 감독이 만든 <악녀>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니키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네이키드 웨폰>의 설정들을 말도 안되게 섞어놔서 희안한 괴작을 만들어놨다. 이에 대해서는 거의없다 아조씨가 나보다 잘 다뤄놨으니 굳이 내가 설명을 붙이진 않겠다. 아래 영상이다.



경직된 한국 문화계

최근 한국 게임이나 영화나 할 것 없이 작가주의나 철학이 실종된 상태다. 대부분 영화나 게임들에서 감독 특유의 연출론을 찾을 수가 없고, 감독만의 뚜렷한 메세지 역시 읽을 수가 없다. 각종 정치 세력들-국정원, 경찰, 검찰, 조폭은 다 불러와놓고 그들을 그저 개새끼들이라고 욕만하는 나라 걱정하는 아재 냄새 풀풀 풍기는 영화들은 넘치는데, 정작 거기에 옹호할만한 메세지는 없다. 정치 혐오를 왜 옹호해야하나? 그나마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은 특별했다. 총과 칼이 난무하는 와중에도 퀴어 요소도 넣고, 세력들 사이에서 비범한 모습을 보이는 개인의 존엄성을 보였으니까.


게임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게임들은 다 비슷한 룩을 띄고 있어서 구분하기가 어렵다. 여캐들은 하나같이 가슴이 크고, 갑옷은 유독 가슴만 보호하지 않고, 귀는 뾰족하며 피부는 하얗고, 남캐들은 <베르세르크>의 가츠 마냥 특대검을 휘두르면서 엄청 튼튼해보이는 갑옷을 두르고 다닌다. 다른 회사에서 나온 게임들임에도 UI의 배치는 거의 똑같고, 게임을 통해 얻는 경험들도 서로 다르지 않다.


경향 뉴스는 한국 영화의 관객이 올해 1000만명이 줄었다는 기사를 썼는데, 이는 철학이 사라진 한국 영화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아이러니한 거다. 공식 만들어서 돈되는 영화만 찍어냈는데 관객수는 오히려 줄어들었으니까. CJ를 위시한 '큰 손'들이 만들어내는 영화들이 결국 한국 영화판을 더욱 경직되게 만들고 그놈이 그놈인 영화들만 나오는 생태계를 구축한 건 아닌가 싶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CJ가 설사 영화판을 이 꼴로 만든 빌런이라고 해도 그들만 욕할 건 없다 생각한다. 이 나라의 비평 문화가 한국의 경직된 문화판을 만들었을 수도 있으니. 한국인들은 비평문을 읽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비판하는 글을 읽으면 감독도 가만히 있는데 본인들이 더 상처를 받고 열을 낸다. 이런 풍토가 있으니 지상파의 영화 프로 채널은 영화를 소개하는 식의 프로나 만들고 앉은 거겠지. 더 어이가 없는 건 유튜브에서도 지금 영화를 그저 소개하는 <출발 비디오 여행>식의 포맷을 따르는 채널들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는 거다. 앞서 소개한 재키박이나 거의 없다 백재욱 아조씨, 그리고 한국 게임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타코가 귀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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