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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Oct 16. 2015

<브이 포 벤데타>: 반복되는 살인과 연출에 대한 비판

이 글은 <브이 포 벤데타>, 게임 <배트맨: 아캄시티>, <다크나이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은 주의하시기바랍니다.




<브이 포 벤데타> 포스터

저 V모양에 관해선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썰을 푸는 것보다 관련 링크를 드리는 게 더 좋을 것 같네요. <브이 포 벤데타> 위키에 들어가면 관련 자료가 있습니다. 아래 주소 남길게요.


V에 관한 위키

http://rigvedawiki.net/r1/wiki.php/%EB%B8%8C%EC%9D%B4


브이의 살인은 영화적으로 적절한가?

영화의 제목은 <V for Vendetta>인데, 여기서 vendetta는 '피의 복수'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영화에서 브이는 적(?)들을 무자비하게 칼로 난자하며 피를 튀기죠. 이건 좀 특이합니다. 원래 히어로들은 아무리 악당이라도 죽이진 않거든요. 이런 류의 영화에서 살인은 주로 조커같은 악당, 빌런들의 행위입니다. 배트맨은 아무리 악당들이 살인을 저질러도 악당을 죽이진 않습니다.


(게임<배트맨: 아캄시티>에선 배트맨이 조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 모습이나오긴 합니다. 결국 조커는 죽게 되죠. 이것도 살인이라면 살인일 수는 있겠지만 직접 죽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쟁의 여지는 있습니다)


우리가 알만한 스파이더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같은 히어로들도 빌런들을 죽이지 않습니다. 위에서  배트맨 때처럼 사고(?)로 죽음에 이르게하기는하지만 그게 그들의 의도는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게 나오죠. 그것이 그들이 활동하면서 정당성을 확보하는 나름의 전략입니다.

 

그런데 브이는 칼로 적들을 마구 죽입니다. 정부쪽 요인들도 죽이고, 경찰들도 죽이죠. 어떻게 보면 시키는대로 했을 뿐인 이들인데, 프랑스에서 나치에 부역했던 이들을 처형하는 것처럼 자비가 없습니다. 


철학도 없는  <브이 포 벤데타>의 빌런

그런데 브이의 행동은 왜인지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왜일까요?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브이의 해결법은 참신하지 못합니다. 그의 해결법은 이런 판타지 영화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너무 단순하거든요. '적'들을 모두 암살하고 끝난다? 너무 심플합니다. 너무 과도하게 심플해서 불쾌감이 들 정도입니다. <다크나이트>를 예로 들어볼까요? 배트맨은 단순히 빌런인 하비덴트와 조커를 죽이면서 영화를 끝내지 않습니다. 사안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하비덴트는 단순한 악이 아니라, '한 때 선이었던 악'이고 조커는 순수한 악이면서도 단순히 악한 짓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의 악한 행위에는 모두 그의 숨겨진 의도가 함축되어있습니다. 조커에게는 조커 나름의 철학이 있었지요. 


그런데 <브이 포 벤데타>에서 빌런들은 철학이 없습니다. 그냥 독재 권력에 부역하는 예측가능한 놈들입니다. 시민들을 생체실험에 쓰고, 그 실험을 통해 얻은 생화학무기로 시민들을 병에 걸리게하고, 그 병에서 구제해줄 약을 개발해서 그것으로 수익을 챙기죠. 누가봐도 나쁜 놈들이고 '전혀' 애매하지 않습니다. 논쟁의 여지가 없게 악한 놈들이고, 또한 딱히 철학도 없이 명령만 따르는 시다바리 같은 놈들입니다. 심플하니까 빌런에 매력을 전혀 못느끼겠습니다. 전혀 개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빌런이니까요. 그리고 빌런에게 개성이 없으니 그들을 처리하는 방식도 심플해질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다크나이트>에서 조커는 세상에 악이 만연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배트맨은 조커를 죽일 수 없습니다. 그렇게되면 배트맨은 살인을 함으로써 악한 존재가 되어버리고 이것이 결국 조커가 원하는 것이 되니까요. 하비덴트를 죽이지 못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배트맨은 하비덴트가 살인하려는 것도 막죠. 하비덴트가 순수한 악이되면 그것으로 조커의 승리가 결정되니까요. 즉, <다크나이트>에선 죽인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죽일 수 없어요. 그렇게 단순하게 일이 처리되지 않아요. 하지만 <브이 포 벤데타>에선 일이 너무 간단하게 끝나버립니다. 


브이의 살인이 불쾌했던 이유는 이것인 것 같습니다. 감독에게서 (설사 원작이 그렇다할지라도) 그의 무성의함을 보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염치없이 그런 식으로 영화의 결론을 냈는가, 하는 분노가 아닐런지요. 제가 저에 대해 가정형으로 글을 쓰는 이유는 스스로도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3차대전 이후라는 시점에 적당한 미술이고 연출인가?
TV


3차대전 이후 시점이니까 정확히 몇년인지는 안나와도 미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시점이 전혀 미술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독재주의가 만연했다는 것도 미술로는 알기 힘듭니다. 그냥 평범한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평범한 조명으로 평범한 촬영을 해서 그런 것일까요? 영화에 적합한 미술과 연출을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위에 사진으로 올린 TV와 모니터만 봐도 이점은 분명히 드러납니다. 전혀 미래느낌이 나지않아요. 2005년 영화니까 2014년에 영화를 본 제 눈에는 당연히 옛날 것으로 보이는걸까요?(추가, 이 글은 2014년에 작성된 것을 수정보완하여 브런치로 옮긴 것입니다) 전 그렇게 생각하기 않습니다.


1982년에 개봉한 <블레이드 러너>에서도 컴퓨터가 등장하는데 그 컴퓨터는 확실히 다가올 미래에 등장할법한 컴퓨터로 보입니다. 그 컴퓨터는 블레이드 러너가 어떤 사진 한장을 분석할 때 등장하는데, 그 컴퓨터는 Siri처럼 사람의 말을 듣고 조작되고(당연히 Siri보다 잘됩니다), 사진의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정밀하게 확대해서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서, 연출의 디테일의 차이지, 영화감상자가 영화를 보는 감상의 시점이 문제가 아니라는거죠. 



해리슨 포드가 보고 있는 것은 컴퓨터

                                                                  

미래 설정의 컴퓨터로는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확대가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됩니다

경감이 사용하는 사무실도 그렇습니다. 위에 올린 사진을 다시 한번 봐보세요. 그냥 평범한 사무실처럼 보여요. 미래적인 느낌도 들지 않고, 독재하에 존재하는 경찰서처럼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2000년대 사무실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모니터...

미술에 너무 성의가 없습니다. 악당과 주인공만 심플한게 아닙니다. 사무실도 심플합니다. 어느 스토리의 영화에서나 쓰일 수 있는 사무실이죠. 즉, 영화의 세계관과 부합하는 사무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포스팅을 마치며

언급한 부분 외에도 거슬리는 부분은 상당히 많았습니다. 저 막장까지 치달은 사회에서 경감까지 단 사람이면 정권의 아젠다에 찌들어있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충성없이 계급장 달기 힘들테니까요. 정권에 무비판적으로 충성하는 모습이 좀 더 정상적인 모습일텐데, 정부의 어두운 면을 보더니 '헉'하면서 정부에 비판적인 경찰로 변한다는게 제게는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좀 더 '그럴듯한 계기'로 변신을 했어야되는데 개연성이 부족했지요. 그의 부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악에 민감하신 분들이 어떻게 독재정권 하에서 일을 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독재국가에 경찰 관리를 그렇게 못해서야...굳이 브이가 등장할 필요도 없죠. 


지금까진 대체 어떤 사건을 맡아서 수사를 하고 있었길래? <타인의 삶>을 보라고 감독에게 권하고 싶더군요. 민중들이 모여서 군인들에게 행진하는 장면에서 군 간부가 '총 내려'라고 할 때는 감동이었습니다. 한국이었으면 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실제로 그랬고. 여튼, 영화평점에 비해 상당히 실망한 영화였습니다. 네이버 평점이 왜 그리 높은지 모르겠네요. 2015년 현재 네이버 평점은 8.93입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이 영화가 인정받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로튼 토마토에서 <브이 포 벤데타>의 평점은 6.8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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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1에 네이버 블로그에 쓴 글을 수정하여 2015.10.16에 브런치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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