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이 되고 싶은 나와 너를 위하여 - 프듀101 시즌2 뒤늦은 감상
2017년 연말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고, 가장 주목받는 신인으로 톱스타 반열에 오른 그들, 엠넷의 아들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워너원이 그 주인공이다. 2018년이 되어도 프로듀스101 시즌2는 꾸준히 엠넷에서 재방송을 하고 있으며, 워너원고, 잘봐줘JBJ 등의 리얼리티 방송을 하고, 정세운, MXM, 레인즈, 주학년이 포함된 The Boyz 등 신인을 대거 배출하는 데에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프로듀스101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시즌1에서 아이오아이 출신의 구구단, 청하, 프리스틴, 위키미키, 다이아 등의 올해 활동이 두드러졌던 것도 간과할 수 없을 정도다.
10대들의 장래희망, 그게 연예인 혹은 아이돌이라는 사실은 꽤 오래 되었다. 사회적 명망과 경제적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 직업군, 이를테면 의사나 경찰, 변호사, 교사 등이 장래희망의 상위권에 있던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나로서는 최근 들어서 그렇게까지 대단한 성공을 거뒀는지 몰랐던 어떤 걸그룹의 멤버 하나가 몇십억대의 건물이나 부동산을 매입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제사 궁금해진다. 아직도 내가 학창시절에 배웠던 그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최근 장래희망의 트렌드는 그만큼 이전과의 가치관이 많이 달라진 결과가 반영된 것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진정 한국에 태어나 평범한 사람으로 살다보면 부를 축적하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래서 결국은 존재만으로도 천문학적인 개런티를 받을 수 있는 연예인이 되어 티비에 나오는 게 답이라는 말인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작해 서바이벌로 불리는 티비 프로그램이 줄을 잇기 시작한지는 벌써 오래 전이다. 전국민 가수 시대가 되고 일반인이 발굴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에 성공하는 사례들이 있는가 하면 이 일반인의 안타까운 사연과 눈물겨운 성공스토리만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것의 한계를 느낀 PD들이 퍼포먼스의 퀄리티나 스타성을 끌만하고 프로그램의 흥행도 책임져줄만한 잠재적 스타들을 서바이벌의 범주에 올려놓는다. 그것의 시작이 아마도 '프로듀스101'일 것이다. 이미 '연습생'이라는 타이틀로 실력과 스타성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이고, 신인보다 더 절박한 데뷔의 문턱을 넘고자 하는 안간힘과 절실함을 이용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가 더 좋을 터다. 거기에 이미 데뷔했지만 연예인인지도 모를만큼 묻혀버렸었던 '사실은 괜찮은 인재'들을 거기서 재조명시키기도 한다. 줄줄이 그 이후로 쏟아진 아이돌학교에서부터 더 유닛, 믹스나인에 이르기까지 그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짠내나는 스토리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를 그런 팀이든 누구든, 하나라도 나오기만 하면 된다.
아이돌 산업은 예전부터 도박이었다. 그렇게 우후죽순 쏟아진 팀들은 목숨을 걸고 했어도, 진짜 잘 되는 팀은 백에 한 두팀 정도였을 거다. 승률도 참 낮은, 아예 버리는 투자인 거다. 팀을 알리기 위해 한 두 멤버가 예능에 등장하다가 이미지가 너무 많이 소비되어버리면, 어느 순간 사라진다. '식상하다'는 이유에서다.
여전히 날개를 달고자 하는 소녀들이, 소년들이 너무나 많다. 그 사이 연습생이라는 이름을 갖고, 소속이라도 있으면 좀 나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좀 더 어렵다. 프로듀스101은 시즌1에서도 아이오아이가 굉장히 잘 됐었더라도, 이후에 데뷔하고 있는 걸그룹이 하나같이 잘 되지 않는 건 참 씁쓸하다. 시즌2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워너원도, 지금은 대단하지만 계약이 종료된 이후 각자의 팀으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 모두 다 잘 될 것인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엔터 사업을 할 거면 보이그룹을 해야 된다는 말들을 주변 사람들과 많이 하기도 하고 듣기도 했다. 평균 보이그룹이 걸그룹의 6배 정도를 번다던가. 그도 그럴 것이 공연도, 굿즈도, 팬질도, 해주는 사람은 거의 여자팬들이고, 남팬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엄마를 졸라서라도 씨디를 몇장씩, 티켓을 회차별로 사주지는 않는다. 우리 오빠, 우리 애를 위해 쓰는 돈이 아깝지가 않은 건, 여자 팬들 이야기다. 힘이 더 넘치면 숙소에 찾아가고, 기다리고, 찾아가기 어려우면 물량공세라도 하는 게 여자 팬들의 열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워너원의 성공은, 개인팬의 응집이라는 점에서 더욱 더 팬덤이 커졌다는 느낌이다. 신인이어서 더, 아무도 몰랐을 불모지에서 내가 알아봐서 애정을 주며 키웠다는 점에서 더 강한 애착을 느끼는 거다. (그렇지만 사실 그들을 알아보고 그 프로그램에 출연시킨 캐스팅매니저들과 회사 직원들의 노고 덕에 대중은 그들을 알 기회가 생기는 거다. 그래도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 내가 알아본 우래기니까.)
소년이여, 전설이 되어라.
전설은 현재 진행형으로 새롭게 생기기도 하고, 원래 있던 누군가가 점차 전설이 되기도 한다. 전설이 되고 싶은 누군가는 전설인 누군가를 선망에 대상으로 두고 데뷔를 꿈꾼다. 그들이 그렇게 절박한 그 티비 속의 그 소녀들과 소년들이다. 지금은 지충쌤으로 많이 알려진 보컬트레이너 '정진영'은 블랙비트로 데뷔했을 때, 어제 연습실에서 하던 노래와 춤을 다음 날 무대에서 하고, '너희들은 이제부터 가수다'라고 하더라고 회상한다. 그렇게 프로와 아마추어는 종이 한장 차이지만, 그게 누군가는 그토록 이루고 싶은 꿈이기도 한 거다.
외모지상주의와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누군들, 아름답지 않을까. 사람의 아름다움은 각자 다르고 모든 사람이 노래를 하고 춤을 추는 아이돌은 아니어도, 그들의 각자의 무대가 본인의 앞에 놓여져 있으니 거기서 반짝거리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All I wanna do'는 워너원이 인사할 때 앞에 붙이는 수식어이다. 정말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게 비단 워너원으로 뽑힌 11명, 프듀에 나온 101명만이 아니어도 나와 네가 원하는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전설'이 될 때까지 부단히 노력할 수 있는 기회들이 주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