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해서 끄적여보는 다짐의 말들
써야 작가다, 어떻게든 기록해야 한다는 메아리가 머릿 속에 가득 찰 때쯤 울며 겨자먹기로 다시금 앱을 열었다. 머릿 속 경종을 더 울린 건 내 브런치를 구독하는 사람이 여전히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아직도 7년 전 여행기를 다 기록하지 못 한 채 여기의 시간까지 흘러와있다.
나의 유럽 여행이 새로운 길, 나를 브랜딩화하겠다는 여행작가 혹은 무언가로서의 도전의 일환이었다면 (사실은 그것은 내 여행을 합리화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그 뒤로 부단히 수반되었어야 할 부지런함이 내게는 남아있지 않았던 모양이다. 생활을 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해졌고, 내내 놀 수만은 없어졌다. 백수도 사실은 모든 게 다 갖춰져야 놀 수 있는데, 그러기에는 내 머릿 속이 너무 복잡했다. 쉬면서도 쉼에 오롯이 집중하거나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어떤 수단으로 내 생계를 연명할 것인가, 아주 그럴 듯하지만 일반적인 고민과 일반적인 해답의 범주에서 뻔한 답에 다다른 것이 ‘취업’이다.
코로나 때문에 아무도 바깥 출입을 하기 힘들어졌을 무렵에는 내 경험과 기록은 자산이 될 거다, 기회가 될 거라 믿었다가도 이렇다 할 분명한 계획없이는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져갔다. 내가 뭘 하고 지내는지도 잘 모르는 채로 매일을 보냈다. 시간을 되돌린들 내가 그 사이에 뭘 할 수 있었을까, 그 와중에도 알차게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은 했던 건 맞다. 그래도 기록은 하지 못 했던 거고, 내 여행기는 2016년 여름께에서 멈춰있다.
그래서 2023년에 다다른 지금 다시 그 시계는 앞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럴 거다. 할 거고 하고 싶다. 시간을 되돌려도 내가 이 일을 더 빠르게 잘 할 수 없다 해도 지금이라도 하고자 했던 기록을 다 해내고 싶다. 그게 올해의 내 계획이자 뜸했던 브런치에 글을 다시 남기는 이유다.
새해여서라기보다, 계속 매일, 매달, 매년 새롭게 마음을 먹지 않으면 금방이고 잊어버리는 게 다짐이요, 기억이다. 다짐했던 것조차 잊어버리고 마는 것을 어쨌든 상기해내려면 계속 반복적으로 다짐해야만 하는 것이다. 작년에는 홈트를 꾸준히 하기 위해서 30일 플스런 챌린지를 3회 정도했다. 몸이 그에 맞춰 능력치가 늘어나다가, 30일이 지난 후에는 또 그만큼 하는 게 버거워졌다. 사람 몸도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정도가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가 한다. 올해는 체성분도 조금 더 정상 범주로 만들고, 조금 더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나 활동을 꾸준히 해보고 싶다. 10년을 하면 전문인이 된다는데, 취미의 전문화가 필요한 시점이지 않은가. 목소리를 꾸준히 가다듬는 일도 해보려 한다. 그리고 와인이나 새로운 언어도 배우고 싶다. 악기도 뭐라도 하나 잡고 싶다. 책도 더 많이 읽어야겠다. 이상이 매년 하는 다짐이지만 못 하는 리추얼이기도 한데, 올해는 뭐라도 하나 이루는 게 어떨지.
매년 이맘 때의 나에게, 작년엔 뭘 이루었는지 한 뼘 만큼의 성장을 이루었는지를 자문했을 때 내밀 수 있을만큼의 뿌듯함 하나는 갖기를.